김범수 9차 공판, 윤석 의장 증언 '반전 없었다' 공방 지속, 사외이사 첫 증언…‘세부 내용 몰랐다’ 일관된 태도 보여
유나겸 기자공개 2025-03-04 07:57:48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20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위원장(사진)의 공판에 당시 카카오 사외이사였던 윤석 카카오 의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검찰은 윤 의장을 상대로 SM 지분 매입이 단순한 지분 확보가 아니라 경영권 인수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다만 윤 의장은 관련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또 다른 핵심 증인이었던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이 번복되면서 수사와 재판의 향방에도 변수가 커지는 분위기다. 카카오를 집중적으로 수사해 온 부장검사가 사직하면서 수사 방향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 시간 가량 진행된 '증인신문'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는 28일 오후 2시 김 위원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9차 공판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2023년 2월부터 3월까지 카카오가 SM 지분을 인수하면서 김 위원장이 시세 조종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말 보석으로 풀려났고 현재까지 재판을 계속 받고 있다.
이날 공판은 증인으로 참석한 윤 의장의 증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증인신문만 세 시간가량 이어졌다.
윤 의장은 증권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사외이사로 카카오의 외부 인사다. 2020년 카카오 이사회에 처음 합류했으며 2023년에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특히 2023년 SM 주식 취득 직전 열린 이사회에서 공개 매수에 찬성표를 던진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번 공판에서 당시 이사회에 참석했던 사외이사가 증인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에 윤 의장의 증언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 여부가 주목됐다. 특히 검찰이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의혹의 근거로 삼은 ‘평화적’과 ‘컨펌’이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증언이 나올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됐다.
검찰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윤 의장을 상대로 SM 지분 매입이 단순한 지분 확보가 아니라 경영권 인수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2023년 2월 7일 SM과 사업협력 계약을 맺은 것이 이수만의 SM 지분 9.05%가 하이브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보고 있어서다.
다만 윤 의장은 관련 세부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카카오와 SM의 협력 계약 이후 ‘하이브와 카카오의 지분 경쟁’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당시 사외이사로서 이 사안을 중요하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기홍 전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이사회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할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 의장은 자신의 요청에 따라 같은 해 2월 22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SM과의 사업 협력 체결 및 관련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당시 배 전 총괄대표는 카카오와 SM의 시너지를 집중적으로 설명했을뿐 경영권 인수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또한 2023년 3월 6일 밤 10시 온라인으로 개최된 이사회에서 '공개매수의건'을 찬성한 이유에 대해선 카카오와 SM의 시너지 효과 등 매수 목적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에 동의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흐름을 뒤바꿀 만한 핵심 주장은 나오지 않은 셈이다.
윤 전 의장은 "갑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하기 전 장내매수 관련된 보고서를 읽고 목적 등이 납득이 가서 찬성표를 던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뒤집힌 증인 진술에 담당검사 교체까지…변수 커졌다
한편 이날 증인신문이 시작되기 전 약 40분 동안은 이 부문장의 증언 신빙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 부문장의 증언은 검찰이 김 위장의 구속을 밀어붙이는 근거로 삼았던 조사 진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법정에서 이 부문장의 진술이 검찰 조사 당시와 다르게 나타나면서 신빙성이 흔들리고 있다. 변호인 측은 이 부문장의 발언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았다.
검찰은 이 부문장이 조사에서 “브라이언(김 위장의 영어 이름)이 컨펌했다”는 말을 배 전 총괄대표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 위장이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주가를 높게 형성하는 전략을 승인(컨펌)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 부문장은 7일 남부지법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배 전 총괄대표가 말한 컨펌이 나왔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단어 하나(컨펌)가 기억나거나 그러진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 같은 핵심 증거의 번복으로 인해 재판의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카카오를 집중적으로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 장대규 부장검사가 사직하면서 수사 방향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김 위장은 이날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개인상의 이유라고만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위장의 변론을 분리해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3월 14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날은 검찰 측이 요청한 카카오엔터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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