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리서치 기업분석]글로벌 성장 만든 '오너-CEO' 콜라보, 2세 승계 데칼코마니①후방 지원 나서는 창업주·OB, 글로벌 역량 탑재한 오너 2세·신임 대표 체제
김성아 기자공개 2025-03-07 07:30:38
[편집자주]
피부 상태를 부스팅한다는 의미의 '스킨부스터'. 파마리서치가 2014년 출시한 리쥬란은 앨러간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톡스'처럼 스킨부스터 시장의 대명사가 됐다. 국내 에스테틱 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파마리서치는 다년간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 미용의료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최근에는 세대 교체를 통해 글로벌 확장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더벨은 파마리서치를 도약시킨 경영전략 및 시스템에 대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08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마리서치가 리쥬란의 연구개발(R&D)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은 오너이자 창업주인 정상수 이사회 의장의 뚝심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파마리서치를 글로벌로 뻗어나가게 한 성과는 오너와 전문경영인(CEO)의 콜라보 경영시스템에서 나왔다.300억원대 매출에서 400억원대로 도약을 이룬 2016년 전문경영인을 들여 정 의장과의 공동경영 체제를 마련했고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시기엔 정 의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빠지고 두 명의 CEO가 회사 경영을 맡았다.
67세,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정 의장은 새로운 경영체제 구축을 겨냥한다. 바로 딸이자 미국 법인장을 맡던 정유진 이사를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리쥬란 등의 해외 허가를 맡았던 공적이 있다. 그와 손발을 맞출 전문경영인으로는 경쟁사였던 휴젤의 글로벌 진출을 성공시킨 손지훈 대표다.
◇경영 일선서 물러난 OB, 새 판 짜는 파마리서치
1993년 국내 최초 제약 컨설팅 업체로 출발한 파마리서치는 설립 30년 만에 국내 대표 에스테틱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중심에는 창업주인 정 회장과 25년간 파마리서치에 재직하며 정 의장의 옆을 지킨 강기석 대표가 있었다.
정 의장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후 대웅제약에서 개발팀장과 글로벌 의약품 인허가 업무를 담당했다. 역량을 살려 국내 최초로 의약품 인허가 및 개발 컨설팅 사업을 위해 파마리서치를 설립했다. 이후 2002년 중국 보툴리눔 톡신 제제 BTXA를 도입하며 에스테틱 사업의 토대를 닦았다.

강 대표가 파마리서치에 합류한 것도 그 즈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현대약품 개발부를 거쳐 파마리서치에 입사한 후 현재까지 약 25년 넘게 근속하고 있다. 마케팅본부장, 신성장사업본부 등을 거쳐 2020년 파마리서치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같은 해 정 의장은 믿을맨 강 대표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2017년 회장직에 오른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업계서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6년 안원준 대표를 영입해 각자 대표체제를 만들며 전문경영인 체제의 포석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파마리서치 터줏대감인 강 대표는 작년까지 김신규 대표와 함께 투톱 체제로 경영을 이끌다가 올해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달 4일 공식적으로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손지훈 대표에게 경영 전반을 맡기고 비상근 고문으로서 후방 지원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 본격화, 글로벌 교집합 정유진·손지훈 시너지
정 의장과 강 대표가 떠난 자리는 새로운 인물들이 채운다. 정 의장이 도맡아 했던 글로벌 인허가 업무는 정 의장 딸인 정유진 이사가, 강 대표가 맡았던 경영 총괄 업무는 손 대표가 이어받는다.
1991년생인 정 이사는 정 의장의 딸이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약학 박사 학위를 받고 글로벌 빅파마 J&J 인턴을 거쳐 대웅제약 개발부에 입사했다. 이후 파마리서치 개발부를 거쳐 2022년 미국 법인장에 올랐다. 대웅제약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부친 정 의장과 같은 길을 걸어온 셈이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의 신호탄을 쐈다. 정 이사의 오빠이자 정 의장의 장남인 정래승 씨는 현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 수 역시 정 의장을 제외한 오너일가 중에는 정 이사의 주식이 가장 많다. 2019년 2월 정 의장이 부인과 자녀에게 각 1만주씩을 증여한 이후 정 이사만이 장내매수와 자사주 상여금 수취 등을 통해 주식 수를 늘려왔다.
정 이사가 오너로서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손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역할을 한다. 손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수료한 글로벌 사업 전문가다.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본사에서 경력을 시작해 동아제약 글로벌사업부 전무이사, 박스터코리아 대표이사, 동화약품 대표이사 사장, 휴젤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두 인물의 교집합은 '글로벌'이다. 이는 올해부터 해외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파마리서치의 경영 목표와 맞닿아있다.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3000억원대 매출과 3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후 주력 제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유럽 직접판매 전략 등을 준비 중이다.
작년 9월에는 RCPS(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2000억원의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M&A 등 공격적 투자를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제이월드, GS 등 휴젤 M&A의 핵심적 역할을 한 손 대표와 글로벌 역량을 탑재한 오너 2세 정 이사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 화장품으로만 허가를 받은 리쥬란의 의료기기 허가 역시 이들의 과제다.
손 대표는 4일 공식 취임 후 보도자료를 통해 "현업에서 직접 쌓은 네트워크와 경험을 바탕으로 파마리서치가 더욱 탄탄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파마리서치만의 검증된 혁신 기술과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경쟁력으로 삼아 해외 시장 진출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해외 사업에서 경영진의 역할과 미국 법인 등에 대해서는 아직 답변하기 어렵다"며 "리쥬란의 미국 허가의 경우 내부적으로 10년 정도 걸리는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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