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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이사회 시스템 점검]우리금융, '법률·소비자보호' 전문가 보강 과제 남았다③역량진단표 개편 '필수·세부역량' 평가 세분화…신규 사외이사 선임해도 전문성 공백 여전

최필우 기자공개 2025-03-10 12:38:30

[편집자주]

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진 재편에 한창이다. 임기 만료 사외이사의 대체자를 구하는 것은 물론 추가 충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등 이사회에 요구되는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고려한 집합성·정합성 확보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금융 당국과 고객 눈높이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까. 주요 금융지주의 전반적인 이사회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사별 변화와 특징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11시1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이 사외이사 역량 평가에 사용되는 역량진단표(Board Skill Matrix)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에 평가해 온 필수역량 뿐만 아니라 세부역량, 업무수행 및 운영경험을 세부적으로 평가한다. 금융 당국의 주문대로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고루 영입하고 특정 분야의 업무 공백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역량진단표 개편에도 전문성 공백 해소는 과제로 남았다. 새로 도입된 평가 기준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회에 법률, 소비자보호 전문가가 부재하다.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해도 두 분야의 전문가는 합류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 제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내년에는 공백 해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족·보통·부족' 3개 등급 평가…임기 종료 여부도 점검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역량진단표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금융·경제·경영·회계·재무·법률 등을 필수역량으로 ESG·보험업·증권업·VC 경험을 세부역량으로 구분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층 구체화된 기준을 추가했다.


새 역량진단표는 필수역량을 금융·경제·경영·회계(재무)·법률로 구분한다. 세부역량은 디지털/IT·ESG·리스크관리·글로벌·소비자보호로 나뉜다. 업무 수행 및 기타 경험은 은행업·증권업·보험업·기타투자업·정부/규제 기관·조직운영·교수/연구원으로 분류된다.

세 가지 분야의 전문성은 충족·보통·부족 등 3개 등급으로 평가된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2명 이상 있으면 충족, 1명 있으면 보통, 없으면 부족 등급을 받는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준용하는 차원에서 역량진단표 보강이 이뤄졌다. 금감원은 2023년 말 은행권 이사회 사외이사들이 전문성을 고르게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체계적인 역량진단표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재임 중인 사외이사들의 전문 분야와 경험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부족한 역량을 보강하라는 취지다.

우리금융은 개선된 역량진단표를 바탕으로 이사회 구성을 계획하고 장단기 승계 및 이사 선임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이사회사무국이 작성 주체가 돼 역량진단표를 관리한다. 작성된 역량진단표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가 점검하기로 했다. 검토 주기는 1년이다.


◇금융사고·불완전판매 방지 차원 '법률·소비자보호' 전문가 필요

새롭게 적용된 역량진단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에 법률 전문가가 부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4년 3월 정기 주총 전까지만 해도 법조인인 송수영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재임했으나 임기를 연장하지 않으면서 법률 전문가 공백이 생겼다. 송 변호사 퇴임 후 선임된 이은주·박선영 사외이사는 디지털/IT, ESG, 리스크관리, 글로벌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소비자보호 전문가도 이사회에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소비자학 석사나 소비자 관련 협회장을 지낸 인물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분류하고 있다. 2019년 지주사 체제가 출범한 이래 소비자보호 전문 사외이사가 등재된 사례는 아직 없다.

이달 정기 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 4인이 선임돼도 법률, 소비자보호 전문가는 충원되지 않는다. 김춘수·김영훈·이강행·이영섭 신임 사외이사 후보 중 법조인이나 소비자학 석사 학위 보유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년 뒤 윤인섭·이은주·박선영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될 때 대체 인물을 구하거나 신규 사외이사를 충원해야 전문성 보강이 가능하다.

우리금융이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 사태를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사회가 법률 전문가를 충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가 향후 진행될 금융 당국의 제재 절차에 면밀히 대응하고 최근 신설된 윤리경영실을 지휘해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법률 전문가가 힘을 보탤 수 있다. 또 다른 제재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보호 전문가 충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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