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은 지금]박진선 대표의 오너십, R&D로 미래 준비③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영업이익 초과 투자, 미래 식품 공학 선도자 '목표'
정유현 기자공개 2025-03-19 09:59:54
[편집자주]
샘표식품은 박진선 대표가 경영의 지휘봉을 잡은 지 30년이 돼간다. 박 대표는 주요 변곡점마다 사업의 방향을 제시하며 업계를 이끌어 왔지만, 대외적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집중해왔다. 최근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샘표식품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K푸드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제대로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더벨은 박 대표의 행보를 계기로 샘표식품의 사업 전략과 재무 상태,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08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식품 기업은 기업문화가 보수적인 편이다. 소비자들이 익숙한 맛과 품질을 기대하기 때문에 큰 변화가 어렵고 성공한 제품 하나가 수십 년간 시장을 지배하면서 안정적으로 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기존 방식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짙다.샘표식품도 1966년 출시한 '샘표 진간장'이 간장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안정적인 성과를 내지만 R&D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곳이다. 비장류 사업 확장을 위한 방향이지만 짧은 시간에 여러 개의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치않은 사례다. 전통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도전적인 행보는 박진선 대표<사진>의 굳건한 오너십과 리더십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1997년 오너 3세 박진선 대표 경영 체제 시작, R&D 방점
샘표식품도 대표적인 가족 경영 기업이다. 고(故) 박규회 창업주가 일본인이 경영하던 양조장을 인수해 설립했다. 1954년 '샘표장유양조장'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1955년에는 식품 업계 최초로 장류 연구실을 개설해 미생물 연구를 시작했다. 1971년 샘표식품공업주식회사로 문패를 바꿨다. 아들인 고(故) 박승복 회장이 바통을 물려받은 후 1987년 세계 최대 규모의 간장 공장을 지었다. 1997년 아들인 박진선 대표가 취임하면서 3세대 경영이 시작됐다.

박 대표의 부친 세대의 샘표식품은 직원의 대부분이 생산직일 정도로 사실상 간장 공장에 가까웠다. 대표로 취임한 후 회사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영업·마케팅 조직을 새로 만들고 품질관리 인력을 늘리는 등 시스템을 갖췄다. 그리고 R&D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확장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았다.
1990년대 후반까지 국내 대부분의 간장은 일본식으로 콩에 밀가루를 넣어 만드는 식이었다. 박 대표 취임 후 기술 개발에 매진했고 콩을 제어하는 기술을 확보한 덕분에 2001년 국내 최초로 메주에 콩만 들어가는 맑은 조선간장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미생물 제어 기술을 발전시켜 출시한 제품이 요리에센스 '연두'다. 이후 2013년 300억원을 들여 충북 오송에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설립한 것도 박 대표의 오너십의 결과물이다.
식품업계는 R&D(연구개발) 투자에 보수적이다. 원가 부담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낮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분배한다. 대부분 매출액 대비 1% 내외의 투자를 하지만 샘표식품은 3%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연간 사업보고서가 공시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보면 연구개발비용은 98억5856만원이다.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4억원에 불과한데 지난해 1년치 영업이익보다 더 큰 금액을 R&D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매분기 30억원대의 투자를 하는 흐름에 대입해 보면 누적 투자금은 약 13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간 매출의 3%대 R&D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오 기술 연구 통해 해외 확장 추진, 박용학 전무가 선봉장
샘표식품의 중장기적 비전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바이오 소재'다. 내부에서도 기업 앞에 붙는 수식어를 한정 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적인 발효 기술을 넘어 바이오 기술과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식품공학의 선도자로서 나아가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전체 임직원의 20%에 달하는 연구 인력이 미생물 제어 기술 고도화 및 신사업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소비자의 입맛과 식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대두 알레르기 걱정 없이 간장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샘표 완두간장', 글루텐 프리로 만든 '샘표 유기농 고추장' 등은 해외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충북 제천 제2산업단지에 공장을 신설해 미생물 발효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소재 사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동물성 단백질 소비를 줄이는 방식의 '지속 가능한 식품'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샘표식품의 R&D는 글로벌과 연결된다. 글로벌 사업은 박진선 대표의 아들인 박용학 해외사업본부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박 본부장은 영혁신본부장, 연구기획실장의 역할도 맡았었다. 연구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장하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백 년 기업으로의 성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샘표식품 측은 "기존 발효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식품 및 신사업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핵심 경쟁력인 우리맛 노하우와 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미래 시장 개척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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