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은 지금]국내 시장의 벽, 해외 시장의 기회… 상반된 성장 곡선①지난해 최대 매출 불구 이익률 1%대로 하락, 해외 매출 3년 연속 500억대 달성
정유현 기자공개 2025-03-13 07:51:58
[편집자주]
샘표식품은 박진선 대표가 경영의 지휘봉을 잡은 지 30년이 돼간다. 박 대표는 주요 변곡점마다 사업의 방향을 제시하며 업계를 이끌어 왔지만, 대외적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집중해왔다. 최근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샘표식품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K푸드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제대로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더벨은 박 대표의 행보를 계기로 샘표식품의 사업 전략과 재무 상태,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08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필수로 사용되는 '진간장'은 샘표식품에서 시작됐다. 1968년 출시 이후 단일 간장 브랜드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렸으며 진간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요리에 두루 쓰이는 간장이라는 보통명사로 활용되고 있다. 전통 발효 식품의 강자로 꼽히며 오랜 기간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했지만 국내 시장의 침체와 원재료 상승과 규제 등 대외적인 변수는 경영 전략 변화의 불씨를 당겼다.매출 회전율이 낮은 장류 대신 가정간편식(HMR) 등 비장류 사업을 키우고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해외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 5년간 외형은 확장세를 탔지만 이익률 지표가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글로벌 식품사로 도약하기 위한 변화를 겪고 있는 만큼 오너십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진선 대표가 식품 업계 리더 타이틀을 달고자 출사표를 낸 것도 궤를 함께한다.
◇매출 원가율 5년간 상승세, 판관비 부담 가중되며 수익성 악화
1954년 설립된 샘표식품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간장 전문기업으로 꼽힌다. 간장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추정되며 발효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요리에센스 '완두', 샘표 토장, 샘표 완두 간장 등을 선보이면서 식품 업계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지주사 전환 시기인 2016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약 9년 간 매출 규모가 역성장한 적이 없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404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4000억원의 고지를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비장류 포트폴리오 확대 및 해외 진출 강화 효과 덕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샘표식품은 최근 5년간 급격하게 수익성이 악화됐다. 해외 수출 전략 다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2019년을 기점으로 살펴보면 이전에는 국내에서 장류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을 지속했다. 기존 브랜드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유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원가 부담도 크지 않은 편이었다.
2016년 이후 매년 이익률이 상승세를 탔고 2019년에는 11%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해외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순식물성 제품인 연두와 유기농 고추장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 매출로 잡힌 금액이 416억원 정도다. 영업이익률은 13.4%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432억원의 해외 매출이 발생했다. 당해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3천만불 수출의탑'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급망 리스크가 제기되면서 대두와 소맥 등 장류 원재료 가격과 제조비 등이 대폭 상승했다. 샘표식품의 2021년 영업이익률은 6.7%로 떨어졌고 2022년에는 3%로 내려왔다. 2022년부터는 정부가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해 장류 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했는데 이는 샘표식품의 매출 원가를 상승시키는 배경이 됐다.
정부가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을 통제하면서 원가 상승분을 그대로 흡수하게 된 것이다. 자세히 보면 매입세액이 환급이 안된 것이 문제였다. 기업은 원재료를 살 때 10%의 부가세를 내는데 이를 제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에게 부과를 하면서 부가세(매입세액)을 환급받는 구조다.
정부가 장류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면서 소비자들은 부가세를 안내지만 샘표식품은 여전히 세금을 내는 것이다. 기존에 받던 부가세 환급을 받지 못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 판매량이 증가해도 제품당 마진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
2019년 53% 수준이었던 매출원가율은 2022년 63%로 확대됐다. 2023년 67%까지 상승했지만 2024년 일부 방어하면서 64.2%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신규 브랜드 론칭 등 판관비용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대폭 줄었다. 2024년 영업이익률은 1.6%까지 내려갔다.
◇장류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 글로벌 영토 확장 '필수'
장류 부가가치세 이슈뿐 아니라 장류 제조업이 2020년 생계형 적합업종이 됐고 2025년 1월 재지정됐다. 박진선 대표가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이 되고자 나선 것은 식품 사업 규제 합리화를 추진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국내의 열악한 경영 환경에 따라 해외 시장에 나가고 있지만 K푸드의 뿌리인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지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샘표식품이 구분한 내수와 해외 시장 비율은 9:1 수준이다. 내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지만 해외 매출 규모가 증가세를 탄 것은 긍정적이다. 2022년과 2023년 해외 매출액은 500억원을 넘어섰고 작년 3분기까지도 460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에도 연간 기준 500억원을 돌파했을 가능성이 크다.
샘표식품은 2000년 미국, 2008년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진출 초기에는 성과가 크지 않았지만 요리 에센스 '연두'가 성과를 내면서 미국과 중국 오랜 기간 적자를 끊고 흑자를 내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미국과 중국 법인의 영업이익은 각각 14억5560만원, 4336만40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 법인은 3분기 말 기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다.
샘표식품은 현지 법인이 위치한 지역을 넘어 동남아, 유럽, 일본 지역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샘표식품에 따르면 유럽의 성장률이 좋은 편이다. 연두와 고추장이 인기다. 현지 식재료 및 조리법 연구를 통해 개발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공통적 선호도와 국가별 다양성을 고려해 나라마다 다른 현지화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다.
박 대표는 내수 기업 한계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격 정책을 책정해 수익성을 쌓아가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국내 식품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식품산업협회장 회장직은 명예직으로 그동안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경쟁이 붙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박진선 대표의 경우 장류 해외 수출에 있어 현지 법규 등이 까다로운 만큼 정부에 지원 관련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출사표를 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중간지주 배당수익 분석]SKC, 반도체 소재로 채운 '화학 공백'
- [봄바람 부는 크립토 B2B]인피닛블록, 커스터디 특허 다수 확보 '출격 준비' 완료
- [i-point]신성이엔지,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 '가시화'
- LG전자, 카이아 넘어 이더리움·USDC도 손댔다
- 이케아 품은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 4월 '개장'
- [i-point]신테카바이오, AI 신약 버추얼스크리닝 서비스 론칭
- [CFO 워치/네이버]물러나는 김남선, 후임자에 쏠리는 눈
- [i-point]한성크린텍, 자원 재활용 신사업 본격 추진
- LG전자, 글로벌 최저한세 500억 납부 '업계 긴장 고조'
- [이사회 모니터]네이버 이윤숙 부문장, 카페24 기타비상무이사 연임
정유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샘표식품은 지금]원가 개선 속 판관비 부담…신규 브랜드 정착 관건
- [thebell desk]홈플러스 사태와 오너십의 무게
- [이사회 모니터/CJ제일제당]'여성' 이사 공백 채운다…다양성 기조 재확립
- [주주총회 프리뷰]남양유업, 퇴직금 규정 '합리화' 추진
- [샘표식품은 지금]국내 시장의 벽, 해외 시장의 기회… 상반된 성장 곡선
- [Company Watch]사조산업, 대표이사 '무보수' 불구 본업 수익성 악화
- [이사회 모니터/롯데칠성음료]전문 경영인 체제 힘 싣기, 이영구 부회장 친정 복귀
- [캐시플로 모니터]오뚜기 자회사 조흥, 운전 자본 덕 현금 창출력 강화
- [캐시플로 모니터]'재고 관리' 통한 신세계푸드, 재무 체력도 키웠다
- [배당정책 리뷰]자회사 '메가코스' 덕 본 토니모리, 주주환원 재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