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프리뷰]남양유업, 퇴직금 규정 '합리화' 추진전 경영진 체제서 확립된 불투명한 보상 구조 정리, 배당 정책은 유지
정유현 기자공개 2025-03-13 07:53:34
[편집자주]
주주총회 안건은 기업의 미래를 담고 있다. 배당부터 합병과 분할, 정관변경과 이사 선임 등 기업의 주요한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매듭짓게 된다. 기업뿐 아니라 주주들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특별·보통결의 안건들은 주주의 구성에 따라 통과되기도, 반대의견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한다. 더벨이 주주총회 안건이 불러올 기업의 변화를 분석해보고 주주 구성에 따른 안건 통과 가능성 등을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0일 15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앤컴퍼니(한앤코) 체제의 남양유업이 퇴직금 규정을 대거 손본다. 기존 오너 경영진 체제에서 비합리적으로 운영되던 정책을 보다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성과에 기반해 보상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면서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이사 보수 한도 30억 하향 조정, 오너에게 유리한 규정 손질

10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이달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등의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계획이다. 이번 주주총회의 핵심은 퇴직금 규정과 이사 보수 한도를 조정하는 건이다.
제4호 의안인 이사보수 한도건 조정안부터 살펴보면 기존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2023년 남양유업은 이사의 보수한도를 최대 50억원으로 올리고 당시 사내이사였던 홍원식 전 회장이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로 선임된 심혜섭 변호사가 상법 제368조 제3항을 근거로 '임원보수 셀프찬성'과 관련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홍 전회장에게 책정된 연봉은 17억원, 퇴직금은 170억원 이었다. 법원 측은 1심과 2심에서 심 감사의 손을 들어줬고 홍 회장은 패소했다. 이 같은 내홍을 겪은 만큼 한앤코가 이 정관을 손질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사 보수 한도 책정 건과 연결 지어 보면 퇴직금 규정도 오너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앤코 측은 홍 전 회장 체제에서 운영되던 보상 구조를 재정비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전면 개정'이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단순한 조정을 넘어 기존 체계를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이 된다.
임원의 범위부터 조정한다. 기존에는 등기부 등재를 불문하고 직위상 상무 및 감사를 지칭했다. 비상근 임원도 일정 한도내에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이번에 정관 변경을 통해 임원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의 '임원관리규정'에서 정한다. 불필요한 보상을 줄이는 것이다.
퇴직금 산출 방식도 바꾼다. 월급 기준으로 지급을 했는데, 연간 기본 보수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성과급이나 장기성과보상 등은 퇴직금 산정에 제외되기 때문에 퇴직금 총액이 감소할 수 있지만 퇴직위로금을 신설하면서 핵심 인재 선별적 보상이 가능하게 구조를 짰다. 회장 7개월분, 부회장 3개월 분 등 직급별로 퇴직금을 차등 지급했는데 일괄적으로 '연봉의 10%*재임 연수'로 통일한다.
고의 혹은 중대 과실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하는 임원의 경우 이사회 의결을 통해 퇴직금을 감액하거나 미지급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한다. 성과와 책임을 연계해 보상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너 경영 체제의 마침표를 확실하게 찍기 위한 한앤코 차원의 정리로 해석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기존에 모호했던 규정의 전면 개정을 통해 퇴직금 지급 규정을 합리화 시키는 것"이라며 "책임 경영 차원에서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실적과 능력에 따른 정당한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배당금 전년과 동일,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사외이사' 체제로 개편
지난해부터 남양유업은자사주 매입 및 소각, 액면 분할 등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경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결산 배당금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일정 부분 생긴 상태였다. 한앤코의 기존 투자 전략을 보면 고배당 정책을 활용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향이 뚜렷했던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남양유업은 배당 개근 기업이지만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저배당 정책을 고수해왔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데 더 집중했다.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1주당 1000원, 배당 총액은 8억원선이 유지됐다. 특히 2024년 6년 만에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배당 정책의 변화할 것으로 예상은 됐다.
다만 순이익 규모가 크지 않고 아직 영업적자 상태인 점에서 한앤코 측은 무리하게 배당을 올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결산 배당금은 1주당 100원, 우선주는 1주당 105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액면분할을 통해 액면가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조정되면서 1주당 배당금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주식이 늘어났기 때문에 배당금 규모는 비슷하다. 배당 총액은 과거와 비슷한 8억3568만원 수준이다. 향후 영업 적자 개선 등 성장의 모멘텀이 생길 경우 한앤코의 정책대로 남양유업도 고배당 기조로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이사회도 변화가 예고됐다. 사내이사였던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고, 김상훈 한앤코 전무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인 정수용 이사는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한앤코는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에 기타비상무이사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이사회는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된 형태다. 이번 주총을 통해 남양유업에서도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 운영방식 대로 이사회를 꾸리는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측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바탕으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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