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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한화그룹이 잃어가는 것

고설봉 산업1부 차장공개 2025-04-03 08:06:26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1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의 사훈은 ‘신용과 의리’다. 기업이 지녀야할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신용이다. 제조업과 금융업 등 전혀 성격이 다른 업종들간의 거래에서 신용은 무엇보다 우선시된다. 거래한 대가를 제대로 치를 수 있느냐 등 지급 능력에 대한 상호 신뢰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의리는 조금 다른 성격의 가치다. 의리는 사람으로서 혹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를 뜻한다. 도리는 ‘사람으로서 행해야할 바른길’이란 뜻이다. 사업의 여러 영역에서 언제나 바른 길을 가겠다는 신념이 한화그룹의 경영철학에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사훈에 의리를 내세운 기업은 국내에선 한화그룹이 거의 유일하다. 화약을 제조하고 군수물자를 납품하던 한화그룹에선 그 어떤 것보다 의리가 중요했을 수도 있다. 작은 실수가 큰 인명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폭약을 다루는 현장에서 임직원들간 관계는 믿음을 넘어 의리라야만 했을 수도 있다.

그런 배경 때문일까 한화그룹은 직원들간 유대가 그 어느 기업집단보다 단단하단 평가를 받는다. 사세가 커지고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이 됐음에도 한화그룹은 여전히 똘똘뭉쳐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한화오션 인수 뒤에 가장 먼저 한 일은 거제도 옥포조선소 현판석에 ‘신용과 의리’를 새겨 넣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화그룹에 대한 외부 관계자들의 평가는 신용과 의리와는 조금 거리가 멀어진 느낌이다. 한화그룹이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여러 건의 딜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 상장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등 시장을 상대로 자금을 모으고 있다. 수조원대 딜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해 관계자와 투자자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 과정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분과 당위성 모든 면에서 시장을 설득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장에선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시장의 기대와 믿음을 지배구조 개편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화그룹 주가는 올해 들어 지속 상승하며 역대 최고점을 기록 중이다. 주가 고공행진에 기대 한화그룹은 그동안 벼르던 숙제를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은 한국 자본시장 사상 최고금액인 3조6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조달 명분은 시장의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매년 충분한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천문학적인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한화그룹은 ‘그것보다 더 많이 투자할 것’이란 답변으로 넘기는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증 발표 전 대규모 현금을 김동관 부회장 등 삼형제의 개인회사로 흘려보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약 1조3000억원에 매입했다. 불과 한달 후 4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시급하다며 시장에 손을 내민 회사가 내린 결정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순됐다.

한화에너지의 성장과 상장 과정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목격된다. 회사의 여러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언제나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에게 최선의 방법이 모색됐다. 한화에너지는 그룹사 내부에서 여러 건의 인수합병을 거치며 외형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삼형제는 자산을 10배 넘게 키웠다.

한화그룹의 신용과 의리는 내부로만 향해 있는 것은 아닐까. 대주주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과 투자자들에 대한 신용과 의리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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