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엔시에스 줌인]"트럼프 관세전쟁, 한국 ESS 시장에 호재"①허척 최고재무책임자 "중국 제칠만한 대내외 우호여건 마련"
영천(경북)=김혜란 기자공개 2025-04-16 08:11:40
[편집자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수랭식 냉각시스템 전문 한중엔시에스가 지난해 흑자전환을 기점으로 성장 스토리를 다시 쓰고 있다. 2023년까지 자동차 부품과 ESS용 공랭식 모듈을 생산했던 회사는 작년을 기점으로 사업 체질을 바꿨다. 지난해는 수랭식 냉각시스템 양산 매출이 발생한 원년으로 특히 의미가 깊다. ESS 훈풍을 타고 성장가도에 올라탄 한중엔시에스를 만나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4일 16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기업이 얻을 반사이익이 큽니다. 한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 북미시장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한중엔시에스의 올해 매출도, 이익도 더 성장할 것입니다."ESS용 수랭식 냉각시스템 전문기업 한중엔시에스의 허척 최고재무책임자(전무·사진)는 지난 11일 경북 영천시 영천경제특구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국내 이차전지 산업이 불확실한 환경에 놓였지만, ESS만 놓고 보면 오히려 기회가 많다는 게 허 전무의 설명이다.
◇미·중 관세 전쟁, 경쟁사 중국 따라잡을 '최적기'
허 전무는 "이차전지 배터리 셀을 만드는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중국과 한국, 일본 세 군데밖에 없고 미국은 자체 생산하지 못한다"며 "(최종 고객사인 미국 ESS 발전사업자 입장에서) 배터리와 부품을 사서 ESS를 만들 수도 있지만, 'SBB(Samsung Battery Box)' 같이 완성된 단일 시스템을 구매하는 게 훨씬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중엔시에스는 삼성SDI에 칠러(Chiller)와 쿨링 플레이트(Cooling Plate), 에이치백(HVAC) 등 수랭식 냉각 모듈을 납품한다. SBB는 배터리와 랙(선반), 공조·소방 설비, 그리고 배터리 열을 식혀줄 냉각 시스템을 탑재해 컨테이너 형태로 만든 삼성SDI의 ESS 인클로저(외함) 브랜드다. ESS 냉각방식으로는 공기를 통해 열을 식히는 공랭식과 배터리 주변에 물이 흐르는 관을 설치해 온도를 낮추는 방식(수랭식)이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수랭식 냉각 시스템을 탑재한 ESS 인클로저를 생산하는 곳은 중국 CATL과 삼성SDI뿐이다.
특히 지난해는 ESS용 수랭식 냉각 모듈사업이 양산 체제로 전환한 첫해다. 지난해 회사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46% 성장한 1773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96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수랭식 냉각 모듈 양산 매출이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회사는 내연기관과 전기자동차 부품 사업을 위주로 하다 2020년부터 ESS용 수랭식 냉각시스템 개발을 시작했으나, 양산을 시작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2023년 기준으로도 ESS 매출 비중이 40%였으나 이는 공랭식 ESS 모듈을 판매해 올린 매출이었다.

현재 ESS의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67억달러(약 155조원)에서 2032년 2635억달러(약 383조원)로 두 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어떻게 책정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되는 틈새에서 중국을 견제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엔 우호적인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허 전무는 "(배터리 외) 품목별 관세는 아직 확정이 안 됐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선) 주요 경쟁사인 중국 기업은 더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중국 견제 기능을 하면서 한국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경쟁사를 따라잡으려면 승부수가 필요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24%였던 국내 3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16%로(전기차 배터리 판매실적 포함) 내려앉았다. 중국 ESS 제조사들이 LFP(리튬·인산·철) 배터의 가격 경쟁력과 열 안정성을 내세워 시장을 빠르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ESS에도 기존 삼원계 배터리를 채택했던 국내 3사는 현재 LPF 배터리가 탑재된 ESS 양산을 준비 중이다. 삼성SDI는 내년에 ESS용 LFP를 양산한다는 계획이고, 한중엔시에스도 이에 맞춰 연구개발과 양산 로드맵을 짜고 있다.
기존 주류였던 공랭식을 대체해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효율성이 높은 수랭식 시스템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내년 LFP 시장까지 진출하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단 게 회사 측 기대다. 허 전무는 "LFP 배터리에 수랭식 냉각시스템이 탑재된 ESS는 이제 도입기"라며 "수랭식 냉각 시스템을 탑재한 ESS는 북미에서 시작해 유럽 진출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ESS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21.5기가와트(GW) 규모 ESS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SS 전환 '신의 한수'…주가로 보답할 것"
거래처 다변화 관련해선 "현재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다각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보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허 전무는 미국 현지 생산거점 건설계획도 있느냐는 질문에 "고객사의 전략적 결정과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증설과 캐펙스(CAPEX·설비투자) 관련해선 "ESS 사업은 신모델이 나와도 기존 범용설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대규모) 추가 투자 없이 충분히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회사의 현재 현금성자산은 약 400억원이다. 그는 "2023년 수준의 캐펙스를 단행한다면 (외부 조달 없이도)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허 전무는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벤처캐피털(VC)인 대경인베스트먼트 재직 시절 한중엔시에스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그때부터 회사가 내연기관 부품 업체에서 ESS로의 체질 개선을 이루는 과정을 지켜봤고 합류를 결심했다. 그는 "한중엔시에스가 자동차 부품사업에만 매달렸다면 2차벤더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ESS 사업에 뛰어들었기에 삼성SDI와 직접 거래하는 밸류체인 핵심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22년 입사해 감사로 일하다 올해 CFO로 발탁됐고, 동시에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그는 "(음 투자했던) 10년 전에도, 지금도, 회사는 방향성을 정해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경영환경이 녹록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때가 되면 엄청나게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주주들께서 조금만 기다려주신다면 성과로 보답을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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