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11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3월의 마지막 날, 빗썸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의장인 이재원 빗썸 대표는 인사로 주총을 시작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보통은 인사 후 곧바로 개회를 선언하고 안건을 상정하기 때문이다. 으레 하는 인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 대표는 다음 말을 하지 않고 참석 주주들을 바라보며 답인사를 기다렸다. 몇 년 동안 빗썸 주총장을 방문했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다. 주주 사이 하나둘 "예.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나온 이후에야 이 대표는 개회를 선언했다. 이때부터 올해 주총은 뭔가 다른 것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
그동안 빗썸 주총은 10분 내로 종료됐다. 안건은 빠르게 처리되고 안건과 무관한 사업 질문은 받지 않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무려 30분 가까이 진행했다. 본격적인 주주와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했다.
한윤택 준법감시인, 정상균 CFO 등 주요 경영진이 직접 질문에 답하며 현황을 설명했다. 내부통제 미흡, 서버 장애 등 민감한 사안도 정면 돌파했다. 피하기 바빴던 이전과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변화한 모습에 놀랐다. 특히 이재원 대표의 변화에 더 놀랐다. 처음 그가 빗썸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2022년 내외부의 눈총은 따가웠다. 실소유주 이정훈 의장의 측근이기 때문이다. 은둔의 최대주주를 보필하기 위한 회전문 인사 정도로만 생각했다.
외부와 좀처럼 소통하지 않는 이 대표의 탓도 있었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는 규제당국이나 국회가 개최한 '필참' 행사뿐이었다. 경영진의 생각을 듣지 못하니 실소유주를 뒤에 두고 자리만 채우는 대표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달라졌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업가치 성장이 최우선 순위라는 경영 방향을 공유했다. 시장 점유율 상승을 위해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단기 목표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명확히 설명했다.
경쟁사에 비해 앱 UI ·UX가 나쁘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에서는 자사 서비스에 대한 믿음까지 담겨 있었다. 한 주주의 비판에 이 대표는 "구체적인 불편 사안을 전달한다면 참고해 개선하겠지만 취향 차이로 인한 비판은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3년 만에 이 대표는 회사에 대한 철학과 믿음이 있는 '진짜 대표'가 돼 있었다. 대표의 변화는 기업 쇄신의 신호탄이다. 매번 오너리스크를 달고 다니며 '말뿐인 변화'라는 비판을 듣던 빗썸도 마침내 바뀔 준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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