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Fair Story]화랑미술제, 1000만원 이하 중저가품 중심 거래 확고수요 대중성 높여 장기적 '긍정'…레몬시장 자성 목소리도
서은내 기자공개 2025-04-22 08:23:41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16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화랑미술제가 20일 막을 내렸다. 이번 화랑미술제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뉜다. 높게는 1000만원 수준에서 낮게는 100만원 이하의 중저가 작품들이 실제로 높은 판매량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대중들의 미술품 구매 경험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에 긍정적인 성과다.반면 그렇게 판매된 작품의 가치를 본다면 평가는 달라진다. 팔릴만한 작품, 알 만한 작가의 카피 작업 판매량이 높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미술품에 상대적으로 정보가 많지 않은 첫 입문자들의 구매 비중이 높아지자 작품성이 낮은 작품 거래가 상당수 늘었다는 얘기다. 일견 현재 미술시장이 '레몬시장'의 특성이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저조한 업황, 주목 덜했지만 중저가 중심 높은 판매량
21일 업계에 따르면 4월 16일부터 닷새간 열린 화랑미술제에 6만여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다녀갔다. 하지만 현 시장의 거래 규모나 분위기상 여전히 미술업계에 반등의 기미는 없었다. 미술시장의 하락세가 짙었던만큼 화랑미술제 행사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그럼엥도 중저가 작품들은 쏠쏠히 팔렸던 이벤트로 평가된다.

다수의 미술업계 관계자들이 바라본 이번 화랑미술제의 긍정적인 지점은 갤러리들의 전시 외견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점이다. 화랑미술제는 화랑협회에서 주관하는 또다른 메이저 아트페어 '키아프'에 비해 행사에 참여해 부스를 꾸리는 화랑 마다 전시 구성에 편차가 있다는 목소리가 그동안 많았다.
또 시장이 좋을 때 주로 출품률이 높던 유명 작가의 리세일 작품은 줄어들었다. 대신 신진 작가를 중심으로 한 전시 구성이 눈에 띄었다. 화랑들이 최근 침체된 미술시장의 흐름에 맞게 중저가 상품을 위주로 발빠르게 출품작을 구성했다는 얘기다. 현재 글로벌 미술시장 전반에서도 고가 작품의 판매는 위축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 갤러리 대표는 "5000만원 이하 중저가 작품이나 온라인을 통한 작품 판매량은 늘고 고가 작품의 판매는 크게 감소되는 것이 글로벌 미술시장의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화랑들은 이같은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화랑미술제에서도 중저가 위주의 작품으로 판매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다수의 갤러리 관계자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번 행사에서 판매가 잘된 작품의 가격대는 1000만원 이하의 작품들이다. 10만원 이하의 작품도 있을 정도로 구매자들이 미술품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대가 형성된 부분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작품의 투자 가치를 떠나 미술품을 구매하고 이를 집에 걸어보는 경험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행사에 유입된 상당 수 방문객의 비중은 미술품 구매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의 수요 측면에서 파이를 키울 수 있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미술품 거래는 '뚝'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화랑미술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도 내리고 있다. 중저가 작품들의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렇게 판매된 작품의 실제 가치는 곱씹어볼 문제라는 견해다. 갤러리들이 저마다 신진 작가 작품을 내세우며 부스를 꾸렸으나 실제로는 그 다양성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선 갤러리 대표는 "판매가 잘 된 작품들 중 알만한 작가의 카피 작품들이 꽤 있었다"며 "중저가 판매가 잘 되다보니 갤러리들 일부는 잘 팔릴 것 같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형태나 기법 측면에서 오마주, 복제 수준에 가까운 작품들을 출품해 고객을 끌어들였는데 이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화랑미술제를 중심으로 본 국내 미술시장의 상황을 '레몬시장'에 빗대는 시각도 나온다. 레몬시장이란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가 비대칭인 가운데 거래가 이뤄짐으로써 시장에 질이 낮은 제품들만 남게되는 현상을 뜻한다. 구매 경험이 적은 수요자 중심 시장이 형성되며 소위 '눈탱이를 맞을' 가능성도 커졌다는 의미다.
현재 미술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될만큼 가치의 등락률이 적고 비교적 고가인 작품들은 거래가 끊긴 상황이다. 큰손 컬렉터들은 현재의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한동안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단색화 중심의 작품들도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컬렉터들 입장에서 '넥스트' 구매작을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또 다른 갤러리 대표는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큰손 컬렉터들의 미술품 구매는 시장 경기와는 크게 상관없는 흐름을 보인다"며 "이들이 지금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은 작품의 가치 면에서 단색화 이후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좀 잃고 주춤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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