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vs 라인메탈]완전한 분산소유 vs 지주 중심 수직계열화[지배구조]⑥'독립'의 라인메탈…'방산 지배구조' 정리한 한화에어로, 시너지 '극대화'
허인혜 기자공개 2025-05-19 07:58:3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5일 15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라인메탈은 거쳐온 역사적 배경에 따라 상반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독일의 전쟁 승패에 따라 손바뀜을 겪었던 라인메탈은 완전한 분산소유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한화에어로는 오너일가에서 지주사로, 지주사에서 실질적 중간 지주사로 이어지는 수직 구조를 채택했다.한화그룹은 2022년부터 방산 계열사 재편을 본격화했다. 오너 3세 김동관 부회장을 정점으로 육·해·공·우주를 포괄하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런 지배구조를 통해 한화그룹은 방산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노린다. 전문 경영인이 한화에어로와 한화시스템의 대표이사를 겸한다. 수출용 완제품은 계열사들이 생산한 부품을 통합해 제작한다. 궁극적으로는 제품이 아닌 '패키지' 수출을 지향한다. 또 실질적 총수인 김동관 부회장이 대표 협상가로 나설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세계대전·산업 변화에 '분산투자' 체제 굳힌 라인메탈
2024년 말 라인메탈의 주주 구성을 보면 기관투자자가 57%, 개인주주가 27%, 자사주 보유량이 약 0.3% 등이다. 기관투자자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등에 나뉘어 있다. 블랙록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 각각 5% 안팎의 지분을 갖고 있다.

라인메탈의 소유주는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 사이 투자은행과 독일의 산업재벌 가문, 독일 정부가 지배력을 행사하던 때도 있었다. 현재는 초기 투자자, 창립자인 하인리히 에어하르트의 가문, 추후 대주주가 됐던 뢰클링(Röchling) 가문 모두 유의미한 지분을 소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인리히 에어하르트가 창립해 30년간 경영했다. 이후 라인메탈이 잠시 쇄락한 과정은 역사와 연관이 깊다. 독일이 1차·2차 세계대전에 모두 패배하면서다. 요약하면 1차대전 후 독일을 제재하기 위한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되며 독일의 군수사업이 사실상 금지됐다. 핵심 사업을 상실한 후 산업 부품이나 금속기계 등으로 눈을 돌렸지만 방산 만큼의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히틀러 집권 후 군수산업이 재정비되면서 정부가 최대주주가 됐고 재도약기를 맞았다. 독일은 다시 패전국이 됐고 라인메탈은 해체 위기를 맞았다. 독일의 산업재벌 가문이자 그룹인 뢰클링이 외부 인수자로 나서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뢰클링 그룹이 약 50년간 지배했는데, 그룹의 신성장 축을 화학철강에서 플라스틱으로 옮기며 2004년 라인메탈을 75곳 이상의 기관투자자에게 나눠 6억유로에 매각한다.
분산소유 지배구조의 장점은 명확하다. 기관투자자 유치가 상대적으로 쉽다. 단독 지배주주가 없고, 집행이사회·감독이사회 제도와 분산소유가 맞물리기 때문에 경영진의 독립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반대로 지분을 보유한 이들이 대부분 주가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인 만큼 단기적인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주사에서 이어진 수직구조…방산 계열사 '집합'
한화에어로의 최대주주는 ㈜한화다. ㈜한화의 주요 주주는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동원·동선 형제다. 3월 김 회장의 지분 증여 결정으로 김 부회장의 ㈜한화 지분은 9.77%로 늘었다. 잘 알려진 대로 오너일가에서 ㈜한화로, 지주사에서 한화에어로로 이어지는 수직 구조다. 한화에어로는 다시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 등 방산 계열사를 지배한다.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방산 구조가 현재와 같이 굳어진 건 최근이다. 2022년 말부터 재편 작업이 진행됐다. 2022년 11월 한화디펜스를, 2023년 4월에는 ㈜한화의 방산 부문을 흡수합병했다. 2023년 5월 한화오션을 인수했다. 2024년에는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인적분할하면서 한화에어로,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3사 중심의 체제가 구축됐다.

수직적 구조 외에도 다른 점이 있다. 한화에어로가 방산 계열사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방산 계열사들은 병렬식으로 배치돼 있다. 한화그룹의 수직 통제가 가능하면서 방산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있다. 그러면서 각자의 주요 사업은 육·해·공·우주에 따라 다르게 영위한다.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에 최적화된 구조다.
라인메탈도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사업별 100% 자회사와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따른 합작 법인 등으로 이뤄져 있다. 자회사들도 전문 경영인 체제로 독립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는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가 한화시스템 대표를 겸직하는 등 계열사간 유기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시너지' 적극 활용하는 한화에어로…'총수' 김동관의 역할
한화에어로는 이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한화에어로의 궁극적인 목표 수출 품목은 제품이 아닌 체계다. 이미 K9과 레드백 등의 사격통제시스템이나 조준경 등의 센서는 한화시스템에서 만든다.
천무나 K9의 단일품목뿐 아니라 '패키지 수출'을 지향한다. 함정과 전투체계, 엔진, 무인기와 위성, 지상방산 제품까지 인수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한번에 수출이 가능한 구조다. 해외 방산 전시회나 미디어 데이에도 한화에어로 산하의 방산 계열사들이 총출동한다.
또 다른 장점은 민·관 협력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는 한화그룹의 실질적 총수인 김 부회장이 직접 한국 정부와 소통하거나 미국 정부 인물을 만나고, 해외 파트너와 일대일 협상까지 가능한 영향력을 지녔다. 김 부회장이 최근 미 해군성 장관과 회동하는 등 실제로 대표 협상가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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