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위협받는 한진칼]'탄탄해진' 한진그룹 지배력...KCGI 분쟁 때와 다르다②KCGI 분쟁 겪으며 우호지분 확보…끈끈하게 유지되는 '한진·산은·델타' 동맹
고설봉 기자공개 2025-05-19 07:56:48
[편집자주]
한진그룹 지배구조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건설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율을 늘리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양측간 지분율 격차는 단 1.5%다.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라며 경영권 분쟁 의도를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재계에선 특정 이슈를 분수령으로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벨은 한진칼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고 양측간 분쟁 가능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6일 07시3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반그룹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한진칼 지분율을 끌어올렸지만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에선 과거보다 탄탄해진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때문에 호반그룹이 섣불리 나서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특히 호반그룹 이전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KCGI의 사례와 비교할 때 현재의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2018년부터 시작된 KCGI와의 분쟁에서 한진그룹은 우호지분 없이 자체 보유 지분만으로 버텼지만 현재는 KDB산업은행과 미국 델타항공 등 여러 우군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분산된 30% 미만 지배력…우군 없이 나홀로였던 한진그룹
한진그룹이 KCGI와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2018년 12월 말 상황을 보면 당시 한진그룹은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짜여져 있었다. 조 전 회장 및 자녀들, 방계 친족, 재단 등으로 구성된 특수관계자들이 지분 총 28.93%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외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른바 ‘큰 손’ 주주는 국민연금공단 뿐이었다. 국민연금은 2018년 12월 말 한진칼 지분 6.70%를 보유 중이었다. 나머지 50% 이상의 지분은 소액주주들로 시장에 분산돼 있었다.
KCGI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조 전 회장 및 친족 등으로 구성된 최대주주 지분율이 30%에 못 미친다는 점과 시중에 소액주주들 중심으로 유통되는 주식이 많다는 점에서 세 규합을 시작했다. KCGI는 사모펀드인 그레이스홀딩스를 앞세워 12.80%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었던 2019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선 한진그룹 측이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KCGI는 이 정기 주총을 계기로 ‘해볼만한 싸움’이란 판단을 내리며 추가로 우군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KCGI로선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주총이 끝난 뒤 조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한진그룹 오너일가 상속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조 전 회장의 지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가족들에게 상속됐다.
상속 과정에서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가족들과 분쟁을 겪으며 특수관계자에서 이탈했다. 조 전 부사장은 KCGI 측과 연대해 조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또 KCGI는 반도건설과 연압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굳히려고 했다.
이에 따라 2019년 12월 말 조 회장 등 특수관계자의 한진칼 보유 지분율은 22.44%로 낮아졌다. 반면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 18.74%, 반도건설(대호개발 외) 16.90%, 조승연 전 부사장 등을 포함해 총 42.13%의 지분율 확보했다.
코너에 몰린 한진그룹 측은 대한항공을 통해 태평양 노선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 델타항공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14.90%를 확보하며 한진그룹 편에 섰다. 조 회장은 특수관계자 지분과 델타항공 지분을 합해 37.34%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양측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가운데 판세는 KCGI 쪽으로 흐르는 듯 했다. 조 회장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20년 3월 정기 주총은 분수령이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이 반도건설 측이 확보한 지분의 의결권을 5%로 제한하면서 조 회장 측은 주총에서 겨우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다.

◇산업은행의 개입,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한 조원태 회장
조 회장 측은 2020년 정기 주총에서 가까스로 승기를 굳히긴 했지만 반도건설 측의 의결권이 부활하면 표대결에서 패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반대로 KCGI 측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해 확실하게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가져온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발로 항공산업이 큰 위기에 빠지며서 양측은 큰 혼란을 겪게 된다. KDB산업은행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항공업계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가장 큰 지원 대상에 올랐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에 대한 지원을 명분으로 지배구조 안정화를 요구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8%를 확보했다. 국적 항공사 경영 안정화를 위해 모회사의 지배구조를 안정화 한다는 논리였다. 특히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해 국적 항공사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명분도 뒤따랐다.
산업은행의 개입으로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KCGI 연합은 와해됐다. 상황도 좋지 않았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에서 잇따라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파산하면서 투자 매력도도 떨어졌다. 오히려 한진칼 주가각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KCGI는 투자원금 회수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2020년 12월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진그룹 우호지분은 총 44.0%로 불어났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자 20.04%, 델타항공 13.31%, 산업은행 10.66% 등으로 구성됐다. 반면 KCGI 연합은 그레이스홀딩스 17.45%, 반도건설 17.15%, 조승연 전 부사장 5.79% 등 총 40.39%로 지분율이 줄었다.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며 대한항공 중심으로 한국 항공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조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조 회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진그룹 우호지분은 지속적으로 지분율이 늘어나면서 끈끈한 유대를 이어오고 있다.
KCGI 연합은 와해됐다. KCGI는 2022년 3월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 전량을 호반건설에 매각했다. 이어 반도건설은 2022년 9월 델타항공과 LX판토스, 기관 등에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 대다수를 매각했다. 나머지 주식도 기관 등에 매도하며 경영권 분쟁은 종식됐다.
조 회장 중심의 한진그룹 우호지분은 2025년 5월 현재 총 45.44%로 과거 KCGI와의 경영권 분쟁 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여전히 조 회장 일가와 델타항공, 산업은행의 유대는 끈끈하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KCGI의 뒤를 이어 한진그룹과 각을 세우고 있는 호반그룹의 경우 확보하고 있는 지분율은 18.46%에 그친다. 아직 호반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시작하지 않은 이유도 한진그룹에 비해 확보한 지분율이 낮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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