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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채무의 진화와 그 전제조건

조헌성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 공개 2008-08-08 08: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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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2008년 08월 08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 조기상환이 청구되네요.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습니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상환기일이 연장되기를 기대할 수 밖에요

전환사채의 조기상환이 청구된 어느 회사 자금담당자의 말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몇몇 코스닥기업이 발행한 CB나 BW의 풋옵션 행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풋옵션 행사로 인해 해당기업의 신용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우발채무의 현실화는 시장리스크 확대에도 일조하고 있다.

우발채무는 채무금액이나 채권자 또는 지급의무 그 자체까지 불명확한 채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발생 여부의 불확실성과 측정가능성의 한계로 재무제표에 계상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부외금융(Off-Balance-Sheet Financing)의 상당부분이 우발채무로 인식되고 있다. 정의야 어찌되었건 재무제표에 기재되지 않는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부외금융까지도 우발채무로 해석하는 것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해지고 재무제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우발채무가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과거 지급보증, 매출채권 할인 등에 국한되었던 것이 최근에는 풋옵션, 자금보충약정, 매입보장약정 또는 채무인수약정 등 PF 및 ABS 발행과 관련된 우발채무 등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발채무에 대한 분석은 그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부외금융(Off-Balance-Sheet Financing)의 성격을 지니는 우발채무에 대한 해석은 상당히 명확하다. 재무제표에 계상되어 있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차입금 범주에 속하고 자금조달과 관련된 제반 사항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들 우발채무는 차입금과 동일한 관점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매출채권 할인, ABS, PF사업관련 우발채무 등은 재무제표에 계상되어 있는 차입금과 합산하여 분석되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건설업계의 PF사업관련 우발채무의 인식을 위하여 위험조정부채비율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반면 지급보증, 자금보충약정, 풋옵션 등은 차입금과 합산하여 분석하는데 무리가 있다. 부외금융과는 달리 해당기업의 직접적인 자금조달 행위가 아니라는 측면과 함께 현실화 가능성이나 측정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서 이러한 우발채무에 대한 분석은 그 특성이나 현실화 조건 등을 감안하여 정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급보증이나 자금보충약정 등은 피보증회사의 신용도 분석과 지급보증 규모 등을 파악함으로써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과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가늠할 수 있다. 또한 피보증회사가 연결대상회사인 경우에는 연결재무제표 분석을 통하여 그 실질을 파악할 수도 있다.

풋옵션의 경우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 CB나 BW로 대표되는 주식연계채권의 경우 대부분 풋옵션이 부여되어 있다.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에는 풋옵션이 행사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풋옵션 행사시기까지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주식 전환 등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풋옵션이 행사될 수 있는 것이다.

2007년 발행이 증가하였던 CB나 BW 등의 상당 수가 주가 하락으로 주식 전환이 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최근 들어 풋옵션의 행사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발행 당시에는 주식시장의 전망이 그런대로 괜찮았고 풋옵션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였으나, 조기상환이 청구되면서 발행기업의 유동성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침체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식연계채권 이외에도 M&A 과정에서 소요되는 인수자금 조달을 위하여 다양한 풋옵션이 부여되고 있다. 인수방식이 LBO방식이건 직접인수방식이건 간에 인수기업의 자금조달 욕구와 투자자의 위험회피성향이 맞아 떨어진 결과이다. 옵션 실행조건 또한 다양하다. M&A 대상회사의 주가수준은 물론이거니와 IPO여부, 적정 투자수익률 시현 여부 등 다양한 조건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설도 대우건설의 주가수준과 연계된 풋옵션의 행사가능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풋옵션은 그 예측가능성과 해당기업에 미치는 파장 측면에서 보다 주의 깊은 분석을 필요로 한다. 옵션 실행조건이 발행기업의 통제가능영역이 아닌 주식시장 추세 등에 영향을 받는다면 투자자나 기업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발성이 확대되는 것이다. 또한 자금조달기업에 불리한 옵션조항은 해당기업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고 조달 규모가 거액인 경우에 부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우발채무는 재무제표에 계상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소홀히 다루어지기 쉽다. 물론 중요성이나 발생가능성에 따라 재무제표의 주석사항에 기재되고는 있지만 그 마저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애널리스트가 아닌 경우에는 접근가능성과 분석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투자자의 리스크 관리에 있어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로 하여금 우발채무의 위험성을 가볍게 인식하게 할 소지도 있다.

우발채무로 인한 시장의 비효율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먼저 우발채무는 기존채권자의 권리를 훼손시킴으로써 시장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 특정 채권자 또는 주주의 이익 보전을 위한 Covenant 등은 자연스럽게 기존 채권자 등의 권익을 훼손할 것이고 이는 해당 기업의 향후 Financing에 있어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다른 문제점으로는 시장이 인지하지 못하였던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 경영상태는 물론 시장의 신뢰를 급격하게 저하시켜 결과적으로는 시장의 가격결정 Mechanism을 교란시키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 우발채무에 대한 정보를 적시에 충분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 채권자 등의 권리 보호를 위한 사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시장은 우발채무 정보에 대한 적절한 Pricing이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위험에 대한 적절한 가격 반영이 합리적인 시장질서를 구축하는데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LBO방식의 M&A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하여 규제보다는 가격결정 Mechanism에 의해 위험이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시장의 의견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시장의 발전에 따라 우발채무가 다양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쩌면우발채무의 다양화가 자본시장의 발전을 견인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정보의 적시성, 충분성, 투명성 등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우발채무의 위험이 적절하게 Pricing 될 수 있도록 시장참가자들 저마다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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