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변호사는 에고(ego)를 경계해야" ④ 박종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 기사는 2009년 01월 30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의 거장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돈은 뜨겁게 사랑하되 차갑게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마음을 잘 컨트롤 해야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투자의 세계나 법조의 세계나 극한에서는 통하는 법일까. 좋은 변호사가 되는 첫째 조건은 마인드의 조절,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용어를 빌리면 ‘에고(ego)’를 어떻게 다스리는 지에 달려 있다.
◇"변호사가 지나치게 에고를 내세우면 딜 깨져"
지난 22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편 현대상선 빌딩 6층 김앤장 사무실에서 만난 박종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46)는 “협상을 하다보면 변호사의 에고가 영향을 줄 때가 많다”며 “변호사가 지나치게 에고를 내세우면 딜이 깨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운터파트로 어떤 사람을 만나야 일이 쉽게 풀리는 지 물어보는 도중 나온 답변이었다. 그는 수많은 딜을 경험했고, 수백개의 협상 테이블에 앉은 '네고시에이터'였다. 그런 경험에서 배어나온 변호사의 자질을 다름 아닌 ‘에고의 다스림’으로 꼽은 것이다.
수 조원의 자금이 변호사의 입으로 평가되는 막중한 임무를 상상해보자.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에겐 협상에서 ‘윈-윈’ 하는 철학이 먼저이고, 법률 지식이나 기업 가치 평가 등 실무 능력은 그 다음일 것.
수 조원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마인드가 무장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리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소속 변호사라 하더라도 ‘몸에 맞지 않는 화려한 옷’에 불과할 뿐이다.
박종구 변호사나, 김앤장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생각을 같이 한다. 수양과 정제는 변호사 경력 19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클라이언트를 제치고 변호사가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하지만 딜은 논리만 갖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전체적인 시각에서 양보할 건 양보하고 얻을 건 얻어야 한다. 가끔 경험 있는 사람 중에서도 자신의 에고를 너무 내세울 때가 있다. 나도 한때 그랬다. 그건 본인이 조심해야 한다. 큰 그림을 보는 게 부족하고 조그만 것에 자꾸 고집을 부릴 수 있다.”
◇김앤장 M&A팀의 '키맨'
박 변호사는 정계성, 정경택, 최동식, 신희택 변호사 등 김앤장의 대표급 유명 변호사를 잇는 M&A업계 키맨(Key man)이다. 그와 함께 박상열, 박성엽, 안재홍, 허영만, 고창현 변호사 등 60년대생 동료 변호사들이 김앤장의 M&A팀을 대표하고 있다.
김앤장의 장점에 대해 박 변호사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뭘 원하는 지 생각하고, 어떤 해결책(솔루션)을 줄것인지 등에 대해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앤장'만의 강점은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선배들의 경험을 통해 전수된다. 그리고 매트릭스처럼 촘촘하게 얽힌 김앤장 내 분야별 전문 팀의 협조를 얻어 딜을 완성해 가는 스타일을 갖춘 게 김앤장이다.
그런 점에서 김앤장의 변호사 훈련 시스템은 차라리 ‘도제식’에 가깝다. 그는 “도제식처럼 엄격한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배들로부터 많은 것을 듣고 배운다"고 했다.
박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박 변호사는 1991년 공군법무관을 제대하고 김앤장에 합류한 지 19년째다.
M&A 전문 변호사가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97년 유학을 다녀오니 외환위기가 터졌다. 유동성 위기로 기업 M&A 건수가 급증했다. 그때 밀려드는 업무를 선배들과 밤새워 해나가면서 M&A 업무를 배우게 됐다.
이후 박 변호사는 칼라일 그룹의 한미은행 지분 매각 등 수많은 딜에 관여하고 때론 주도했다. 요즘도 매일 챙겨야 할 딜은 3~4건을 넘는다.
“큰 건은 직접 하는 딜이 있고, 후배와 함께 하는 게 있다. 소규모 딜까지 더하면 더 된다. 직접 협상하고 검토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 여러 딜을 한꺼번에 하기 쉽지 않다. 팀으로 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요한 딜의 경우 파트너 변호사 등과 도움을 주고 받는다.”
◇"셀러의 기대 너무 높아 M&A 위축, 하지만 위기는 기회"
그는 올해 M&A 시장을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았다.
그는 “셀러가 기대하는 수준을 총족해 주지 못해 M&A가 위축되는 것"이라며 "아직 그런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하지만 이런 금융위기나 경제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셀러도) 현실적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고 관심이 차츰 생기지 않을까 한다”며 “물론 파이낸싱이 어려워졌고 당장 풀리지 않아 어려운 것이지만 PEF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좀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M&A 법률자문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M&A는 점점 복잡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어 큰 규모의 M&A를 할 수 있는 대형 로펌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이력>
-1963년생
-한성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1985)
-사법연수원 17기(1988)
-김앤장 법률사무소(1991~)
-미국 미시간 법과대학(LL.M., 1996)
-미국 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1996)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 취득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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