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E&S 지분 24.5% 매입 배경은? 기업가치 늘려 IPO 정지작업..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 일환
이 기사는 2009년 05월 06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노출된 건 2002년 발생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 계기였다.
당시 계열사간 순환출자 중심에 있던 SK글로벌이 해체되면서 사업상 지주사이던 ㈜SK 지배 지분이 급감했다. 2002년 말 SK C&C를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율은 24.16%까지 떨어졌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빼면 14.13%에 불과했다.
이듬해부터 ㈜SK 지분을 사모은 사모펀드 소버린은 SK C&C보다 많은 10%대 지분을 확보한 이후 경영권 공격을 개시했다. 2004년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소버린과 표 대결을 앞두게 됐고 우호주주를 끌어모으기 위해 지주사 전환 등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경영권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낸 SK그룹은 5년 전부터 약속을 이행했다. 그리고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은 ㈜SK가 지난 2007년 7월 1일자로 SK㈜와 신설회사인 SK에너지㈜로 분리되면서 1단계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문제는 2단계 프로젝트의 핵심인 SK C&C의 상장이 지연되면서 불거졌다. 그룹은 지난해부터 최태원 회장과 특수 관계인이 44.5% 지분을 보유한 SK C&C의 상장을 지속적으로 타진하고 있지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성공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상장의 관건은 그룹이 예상했던 공모가 산정에 달렸다.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인 2007년 말까지만 해도 SK C&C의 주당 가치는 10만원 이상을 호가했다. 하지만 자회사인 SK㈜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가치가 급락했다. 불가피하게 상장도 연기됐다.
공모가가 낮을 경우 생기는 문제는 우선 순환출자 해소의 어려움을 꼽을 수 있다. SK C&C 상장은 최태원 회장의 지분 등을 제외한 SK텔레콤(30%)과 SK네트웍스(15%)보유분의 구주매출로 계획됐다. 상장과 함께 이들 보유분을 털어내 순환출자를 해결하려는 포석이다.
여기에 최태원 회장 지분 확대도 예상된다. 최근 SK증권 등 타 계열사 지분을 팔아 현금을 확보한 최 회장은 SK C&C 상장과 함께 장내외에서 지분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장이 연기될 수록 최 회장의 유동성 관리는 어려워진다.
그룹은 지난해 SK C&C의 상장이 어렵게 되자 현실 가능한 세 가지 딜을 추진했다. SK㈜를 통해 △SK가스를 직속계열로 편입하고 △SK텔레콤 지분 1.3%(SK네트웍스 보유분)을 추가확보(총 23.1%)하고 △SK에너지 지분 2.2%(장내매수 1565억원)를 더 산 것(총 33.4%)이다.
여기에 마침내 SK C&C의 상장을 위한 결정적인 또 하나의 딜이 지난 달 27일 공표됐다. SK C&C가 SK E&S 지분 24.5%를 2090억원에 매입한 거래다. 투자자로서 49% 지분을 보유했던 맥쿼리 지분 절반가량을 콜 옵션을 활용해 거둔 것이다.
이 딜이 가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SK㈜의 실적부진을 SK E&S 보유분으로 만회하는 것이다. SK C&C 상장은 주당가치를 상장이 예비되던 지난해 예상대로 11만5000원~13만2000원 수준으로 올려야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모 회사로 유입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할 자회사를 하나 더 확보하는 전략이 유용하다.
자회사인 SK㈜와 함께 총 75.5%의 SK E&S 지분을 확보한 SK C&C는 전체지분의 3분의 2 이상을 가진 이상 눈치 볼 것 없이 현금배당을 늘릴 수 있다. SK C&C로 유입되는 현금이 늘 수록 기업 가치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SK C&C의 상장은 올해 말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새 엔진의 출력이 확인되면 그 즉시 상장을 위한 가치평가가 이뤄지고 연이어 상장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SK C&C의 상장이 올해 내에 확실할 경우 그룹은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유예기간을 연장할 필요 없이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그룹 내부에서 지배구조 개선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지난 2월 말 우선과제가 도출됐다"며 "최근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계열사 지분 변동은 큰 밑그림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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