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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의 수수료 전쟁 빅딜 평균 1% 이하, 발행사는 후려치기…적자 안나면 다행

김용관 기자공개 2009-09-23 11:04:09

이 기사는 2009년 09월 23일 11: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드라마 ‘쩐의 전쟁’이 화제였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절묘한 풍자다.

투자은행(IB) 시장도 ‘쩐의 전쟁’이다. 특히 수조원의 딜을 다루는 IB는 돈이 꽤나 많이 드는 산업이다. 국내 IB 시장도 IMF 외환위기 이후 덩치를 엄청나게 불려왔다. 1조원 이상은 돼야 겨우 관심을 끌 정도.

몸값도 훌쩍 뛰어올랐다. 국내 모 증권사의 IB 헤드의 연봉은 10억원을 뛰어넘는다. 외국계 증권사의 평균 연봉은 월급쟁이 수준에서 보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 이들이 딜 하나를 하면 수십억~수백억원 몸값이 경기를 펼치는 셈이다.

그렇다면 딜 하나를 완료하는데 드는 돈은 얼마나 될까. 최근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기업공개(IPO) 딜을 예로 들어보자. 그것도 1조원짜리 빅딜로.

일단 인건비가 들어간다. 포스코건설이나 SKC&C, 진로 같은 빅딜에는 대표주관사에서 5~6명 정도의 전문가들이 투입된다. 담당 부장 1명, 실무 책임자 2명, 실무자 3명 정도로, 이들의 투입시간은 각각 50시간, 250시간, 250시간 가량 산정된다.

시간당 인건비는 부장급의 경우 50만원, 실무책임자는 30만원, 실무자는 20만원. 따라서 IPO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이후 이들의 인건비만 3억2500만원이 들어간다. 물론 딜을 따내기 위해 2~3년간 공을 들인 시간은 제외한다.

투자자가 있어야 IPO를 성공시킬 수 있다. 이들을 상대로 설명회(IR)를 해야 하고 공고를 해야 한다. 그래서 IR 비용이 아주 많이 든다. 국내 IR 비용은 대략 5000만원, 여기에 신문공고비가 2000만원 가량 나간다.

공모 개요나 공모 일정, 투자 위험 등을 자세히 적어 놓은 투자설명서도 찍어야 된다. 보통 1000부 정도 찍는다고 한다. 딜당 1000만원. IR 비용만 8000만원이다.

해외 투자자에게도 주식을 팔아야 한다. 빅딜은 국내서만 물량을 소화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전세계 투자자에게 세일즈할 때는 비용이 기하 급수적으로 는다. 미국 증권거래법에 따라 작성한 해외 투자설명서(offering Circular) 인쇄비용이 1억5000만원. 여기에 첨부해야하는 회계법인의 감사확인서(Comfort Letter) 비용은 5억원. 합쳐서 6억5000만원.

변호사 비용도 필수. 법적 하자가 없는 공모를 위해 변호사를 고용해야 한다. 국내 주관사와 국내 발행사는 각각 2억5000만원, 1억원이 든다. 해외 주관사와 해외 발행사의 경우 각각 9억원, 7억원으로 급격하게 뛰어오른다. 변호사 비용만 19억5000만원이 들어간다. 주관사 단독으로 혹은 발행사와 같이 내는 경우도 있다.

해외 투자자 모집을 위해서 미국이나 유럽, 홍콩 등으로 직접 가야한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보통 2팀으로 나눠서 한팀은 미국, 또다른 팀은 유럽이나 홍콩을 담당한다. 팀당 주관사측, 발행사측, 변호사 등 10여명이 꾸려진다. 항공기, 숙박비, 식비, 장소섭외비 등이 소요된다. 특히 외국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럭셔리하게 접대해야 된다. 이 비용을 다 합하면13억원.

딜이 끝났다고 끝이 아니다. 공모금액의 일정 부분을 발행분담금으로 내야한다. 1조원짜리 딜의 경우 1억8000만원이 든다. 이리저리 해서 딜 하나를 완료하는데 드는 비용만 41억6000만원이다.

물론 여기에는 관료와 기자, 투자자 등 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접대비는 제외됐다. 수년간 딜을 따내기 위해 투입된 유무형의 돈도 뺐다. 사무실 임대료, 집기 사용료 등 간접비는 물론 제외.

요즘 5000억원 이상의 IPO 빅딜의 인수단 수수료는 평균 1%. 3% 달하던 수수료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뚝 떨어진 것. 0.8%도 있다고 한다. 1조원 공모시키면 인수단이 받는 돈은 80억원이라는 말이다. 그나마 비용 일부를 발행사가 내주면 다행이다.

문제는 인수단만 4~5곳에 이른다는 것. 인수비율에 따라 나누면 대표주관회사에게 기껏해야 40억~50억원 정도 돌아간다. 앞서 계산한 비용을 고려하면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다.

수년의 노력을 쏟아 부은게 허무할 정도. 발행사는 IB의 과당 경쟁을 즐기며 수수료를 주물럭거리고 있다. 후려치기도 한다. 이쯤 되면 1000억원짜리 딜을 여러개 하는게 오히려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평판(레퓨테이션)이나 실적(트랙레코드)을 통해 몸값을 높이려는 뱅커들의 비애가 느껴진다. '굿'이라도 해야 남는 장사가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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