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무역금융 대폭 축소 '필연' '레버리지 비율' 영향..L/C 발급 위축·보증료 인상·크레딧라인 축소 가능성
이 기사는 2010년 06월 11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젤Ⅲ에서 레버리지 비율 도입이 결정되면서, 국내 은행들의 무역금융 관련 익스포져가 줄어들 지 주목된다.
레버리지 비율은 상업신용장(L/C) 개설·선수금환급보증(RG) 등과 관련한 지급보증은 물론이고, 대출약정의 미사용한도에 대해 대출에 준하는 자본소요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작년 말 발표한 자본규제 개편안에서 리스크에 기반해 자본요구량을 산출토록 한 바젤Ⅱ의 보완장치로, 레버리지 비율 도입을 공식화했다.
◇ '레버리지 비율' 도입..부외거래자산=대출자산
'레버리지 비율(leverage ratio·자본/총 익스포져)'이란 재무상태표(B/S)와 함께 부외거래(off-balance sheet) 항목을 포함한 전체 익스포져에 대한 자기자본의 비율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의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이 높았음에도, 구조화금융상품 등 과도한 부외거래 자산으로 인해 위기가 심화됐다는 진단에 따라 도입됐다.
BCBS의 레버리지 비율 기본안(baseline proposal)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신용파생상품을 제외한 특정 부외거래 항목에 대해 100%의 신용환산률(CCF)를 적용토록 한 내용이다. 또 담보 등 신용완화 약정을 통한 익스포져 감소와 장부 내 상계를 불허해 위험노출액을 전액 반영토록 했다.
신용환산률(CCF·Credit Conversion Factor)이란 부외거래항목(OBS)의 실질적인 익스포져를 계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계수다. 부외거래항목의 위험가중자산은 거래금액에 CCF를 곱해 산출된 신용환산익스포져에, 거래 상대방의 위험가중치를 반영해 산출된다.
BCBS가 지목한 특정 부외거래자산은 무역어음 인수·상업신용장 발행·RG발급 등의 지급보증과 신용공여한도(credit line) 제공·대출약정 등이다.
레버리지 비율 기본안에 따르면, A은행이 10억원 규모의 내국수입유산스 신용장을 발행했을 경우 100%의 CCF를 적용해 10억원을 전액 익스포져에 반영해야 한다. 100억원의 외화대출약정 중 미사용금액이 50억원일 경우에는 익스포져를 100억원으로 산정하는 식이다. 현행 신BIS협약에서는 이들 부외거래 항목에 대해 별도의 0∼100%의 CCF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에 대한 상계를 불허해 100조원의 선물환매입과 100조원의 선물환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익스포져 금액이 200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부외거래 규모가 해외 은행에 비해 크지 않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상계를 불허하고 L/C 발행 등에 대해 100%의 CCF를 적용한다면 내국수입유산스 등 무역금융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동결제 성격의 우발채무라는 무역금융의 속성을 감안할 때, 상계불허 조치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견해다. 다만, 결제불이행에 따른 리스크가 큰 부외거래 자산에 대한 100% CCF 적용은 기본안이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제일銀 파생거래 최대..수출입銀 RG발급 제한되나
올 3월말 현재 국내 은행의 부외거래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파생상품거래(신용파생상품 포함)로, 2169조원에 달한다. 약정과 확정·미확정지급보증은 각각 374조원, 193조원이다.
은행별로는 제일은행의 파생상품거래가 522조원으로 가장 크며, 산업은행(275조원) 신한은행(233조원) 우리은행(232조원) 순이다. 약정의 경우 국민은행(82조원)과 우리은행(76조원)의 비중이 크고, 지급보증은 선박 RG발급이 잦은 수출입은행이 74조원으로 가장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본안이 상계를 불허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규모가 큰 파생상품쪽에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면서 "L/C 발행이나 RG발급, 한도성 여신의 미사용한도 등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기업고객과의 거래관계를 감안할 때 익스포져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L/C발급이나 RG발급, 한도성여신 미사용분을 대출과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면 기업금융이 예전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레버리지 비율 수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보증료를 올리거나 미사용한도를 줄이고, 최악의 경우 무역금융 익스포져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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