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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본드 규제 '풍선효과' 6월에도 이어질까 회사채 발행 비수기 불구, 원화채 발행 증가 가능성

조화진 기자공개 2011-06-02 17:57:57

이 기사는 2011년 06월 02일 1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원화표시 일반회사채 발행이 7조원을 넘어 올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순발행 규모만 3조원대 중반을 기록해 대기업의 신규 자금조달이 활발했음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동결해 기업들의 조달 심리를 부추겼다. 외화 순유입 증가로 환율관리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김치본드 규제에 나서면서 원화채 발행으로 선회하는 기업이 줄을 이었다.

신용평가사는 마치 경주하듯 신용등급 상향 경쟁을 벌였고, 등급이 오른 기업들은 대폭 낮춘 금리를 제시하고도 대규모 발행에 너끈히 성공했다.

◇ 3월 이후 순발행 기조 이어져···은행지주사·발전자회사 발행 활발

2일 더벨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표시 일반회사채(여전채, ABS 제외) 발행금액은 7조2135억원으로 4월 5조52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순발행액이 3조4000억원대로 웬만한 한달 발행액과 맞먹는다. 4월 순발행액인 2조5200억원과 비교해 얼추 1조원이 증가했다.

전달과 마찬가지로 AAA등급 중심으로 발행이 활발했다. 특히 은행 지주회사와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이 대규모 순발행의 중심에 섰다. 신용등급 상향에 성공한 대기업이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발행에 잇달아 나선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시설자금으로 1500억원, 운영자금으로 3조2835억원, 차환자금으로 3조7800억원이 쓰였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5월의 특징을 꼽으라면 은행지주사와 발전자회사의 발행이 활발했다는 것과 신용등급 상향 호재를 등에 업고 기업들이 너무 낮은 금리를 요구하면서 스프레드가 축소되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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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들은 조달한 자금을 대부분 자회사 운영자금을 지원하는데 썼다. BS금융지주는 처음으로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3년과 5년으로 만기 나눠 1000억원 발행해 자회사에 자금지원하는 데 썼다.

우리금융지주는 3년과 4년 만기 회사채 2000억원 발행해 차환자금으로 썼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는 800억원을 발행해 자회사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캐피탈의 운영자금을 조달해 주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도 3300억원을 발행해 1800억원은 차환자금, 1500억원은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에 대한 대여금으로 썼다.

발전자회사들은 차환자금 조달이 대부분이었다. 한국동서발전은 총 발행금액 2300억원 중 400억원은 당진 발전소 9호기와 10호기 발전 설비 자금으로 썼다. 한국서부발전은 1000억원을 연료대금 등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5년물 회사채를 발행했다.

증권사 채권영업관계자는 "발전자회사들은 AAA급인데다 발행 규모가 큰 것뿐만 아니라 장기로 발행하기 때문에 시장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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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등급 상향 여파…A급 발행 늘고 금리는 하락

4월에는 AAA급 기업들의 발행이 전체의 30%에 육박했지만, 지난달에는 A급의 발행이 늘어났다. A등급으로 상향된 기업이 발행에 나선 것도 한 요인이다.

5월 한 달 동안 등급이 상향된 기업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두산, 이랜드, 중앙일보, 아시아나항공, 현대백화점, 현대파워텍, 풍산,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엔지니어링 등이다. 이 중 5월에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풍산, 중앙일보와 현대비앤지스틸, 현대파워텍, 이랜드 등이다.

풍산은 'A', 현대비앤지스틸은 'A-', 현대파워텍은 'A+'로 한 등급씩 상향조정됐다. 이랜드와 중앙일보는 각각 'BBB+'와 'BBB'로 한 등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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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상향과 함께 각각의 개별민평 대비 5~15bp 정도는 낮게 발행금리가 정해졌다. 특히 현대비앤지스틸과 현대파워텍은 현대자동차그룹 덕분에 더 낮출 수 있었다.

BBB급 발행은 동부제철, 동부건설, 이랜드, 중앙일보 등 4월에 비해 많았다. 특히 발행 금리가 낮아졌고, 시장 소화도 잘 돼 BBB급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은 리테일에서의 고정적인 수요가 있어서 발행에 성공했다. 8%대 금리로 발행되는 채권이 없는데다, 예전에 비해 그룹 리스크가 줄어 리테일용 채권으로 소화된 것.

등급이 상향된 중앙일보와 이랜드는 6% 금리로 발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개별민평 대비 195bp나 낮은 6.85%로 발행금리가 정해졌다. 이랜드의 발행금리도 6%로 개별민평 보다 100bp나 낮다.

이랜드와 중앙일보는 등급이 올랐다고 하지만 BBB급 내에서의 등급 상향은 큰 의미가 없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D 증권사 DCM관계자는 "BBB급 기업들의 발행금리가 낮아진 건 등급 상향 보다 전반적인 금리 스프레드 축소로 봐야 더 정확하다"고 언급했다.

◇ 6월 발행시장 '김치본드 규제'가 빅 이슈···원화채 선회 가능성

일반적으로 6월은 계절적 요인이 발동하는 시기다. 기업들은 반기 결산을 앞두고 투자 축소 계획 등을 밝히기도 하고, 부채 비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시기여서 발행이 줄어든다. 특히 올해는 연초에 선제적으로 발행해 놓은 차환 물량이 많다. 절대적인 발행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의 김치본드 규제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치본드 규제가 장기적으로 회사채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당장 만기를 코앞에 두고 있는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투자은행업계의 관심이다.

외표채 차환 물량이 대기하고 있거나, 외표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던 일부 대기업의 경우 원화채 발행으로 선회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호텔롯데처럼 처음으로 원화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다.

김치본드 규제는 원화채 발행금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면 금리가 올라야 이치에 맞겠지만 거꾸로 발행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표채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일본계 은행들이 금리 하락의 주역으로 꼽힌다.

최근 입찰을 진행한 현대백화점이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3년 만기로 1500억원을 발행하는데 금리는 국고3년에 25bp 더해 3.86% 정도로 개별민평 보다 29bp 낮다.

현대백화점의 신용등급이 AA+로 상향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보다는 일본계 은행이 1000억원 투자에 나서면서 금리를 낮췄다는 후문이다. 일본계 은행은 자금 조달 금리가 1%도 되지 않아 3% 후반대 금리의 채권에 투자해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일단 발행금리가 떨어지면 동일 등급의 다른 발행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현대백화점과 신용등급이 같은 호텔롯데는 외국계 은행의 투자가 없는데도 입찰 결과 국고3년에 28bp 금리로 결정됐다.

증권사 인수담당자는 "시장에 충격이 발생하거나 변수가 생기면 일단 따라가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어느 시점에서 시장 반발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금리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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