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M 하우스 '은행지주계 vs 비은행계'...용쟁호투 [Overview]치열한 상위권 다툼...네트워크와 아이디어 싸움
이 기사는 2011년 07월 0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탄탄한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자랑하는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냐,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던지는 비은행 계열 증권사냐.'
올 상반기 주식자본시장(ECM)에서는 은행지주계 증권사와 비은행계 증권사간 선두권 다툼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일단 결과만 놓고 보면 금융지주를 등에 업은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이 ECM 주관실적 1, 2위를 차지하며 우세승을 거뒀다. 지난 해 한국투자증권에게 내줬던 선두 자리를 찾아오며 자존심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비은행계 증권사인 동양종금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3~6위권에 머무르며 선두권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통상 탄탄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은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은행지주계 증권사가 딜을 따내는데 유리하지만, 비은행계 증권사들은 번뜩이는 재무 아이디어를 무기로 맞서고 있다.
특히 올해 삼성생명과 같은 메가딜을 찾아보기 힘든 가운데 미들딜을 놓고 이들 증권사간의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은행계 우투·대우...'IB 명가' 자존심 찾는다
우리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16건, 9426억원 규모의 ECM 딜을 주관하며 주관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지난 해 한국투자증권에 빼앗겼던 1위 자리를 다시 찾아온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더벨이 리그테이블을 집계한(2008년) 이래 2년 연속 ECM 주관 부문 1위를 지켰던 두말할 나위 없는 전통의 IB 명가다. 하지만 지난 해에는 4위로 추락하면서 이같은 IB 명가의 명성에 흠집이 났다.
'부동의 1위' 자리는 초대형 IPO인 삼성생명을 주관한 한국투자증권에게 넘겨줘야 했다. 상대적 열위에 있는 비은행계 증권사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우투의 박탈감은 더욱 컸다.
우투는 지난 해 IPO 뿐만 아니라 유상증자, 채권 등 여러 부문에서 1위 자리를 타 증권사에 빼앗겼다. 유일하게 ELB 부문만 1위를 지켰지만 우투의 체면은 이미 구겨졌다.
독기를 품어서일까. 올해 우투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해 부진의 주원인이었던 IPO시장을 쓸어담다시피 하고 있다.
우투는 올 상반기 IPO 시장 최대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하이마트, TK케미칼 등 주요 IPO에는 모두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GS리테일, LG실트론, 넥솔론, 노벨리스코리아 등 대어급 기업들과도 이미 주관 계약을 맺은 상태다. 벌써부터 우투의 하반기 독주가 예상되는 이유다.
우리투자증권은 IPO 외에 대한전선 신주인수권부사채(BW), 세아제강 교환사채(EB) 등 주식연계증권(ELB)에서도 고른 주관 실적을 나타냈다. 특히 신용등급 'A'급 이하 기업의 거래 참여에 미온적이던 우투증권이 대한전선(BBB+) BW 발행을 주도한 것은 공격적으로 변한 우투를 대변했다.
ECM 주관 실적 2위를 차지한 대우증권은 8345억원의 ECM 거래를 주관했다. 선두인 우투증권과 1100억원 가량의 차이를 보이며 바짝 뒤를 쫓는 모습이다.
하이마트, 두산엔진, KT스카이라이프, 코오롱플라스틱, 중국고섬 등 IPO와 GS글로벌 유상증자를 비롯해 두산건설 관련 ELB 딜을 주관하며 굵직한 거래를 도맡았다.
우투와 대우는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은행과 거래를 트고 있는 기업들이 주식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할 때 계열 증권사를 빼고 생각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 비은행계 증권사들의 맹추격
하지만 선두권인 우투, 대우증권을 비은행계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이 맹추격하고 있다. 굵직한 한 두건의 딜로 순위가 바뀔 수 있을 정도로 선두권을 긴장하게 한다.
동양은 올 상반기 유상증자, BW, EB 등 3개 부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3위에 올랐다. 지난 해 8위에서 무려 5계단이 상승한 것이다.
현대그룹의 대규모 유상증자 딜을 도맡은 것이 순위 상승에 큰 영향을 줬다. 동양종금증권이 현대건설 인수전을 지원하면서 맺은 끈끈한 인연이 실적으로 이어진 결과다. 리스크를 감내한 영업 드라이브를 통해 거둬들인 성과이기도 하다.
동양은 또 대한전선과 두산건설, 세아제강 등의 중견기업 ELB 발행을 주관했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기업들의 거래를 맡아 재무주치의 역할에 주력한다는 것은 이제 동양의 주요 전략으로 굳어졌다.
4위를 차지한 미래에셋증권은 단 두 건의 IPO 실적으로 상위권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올 상반기 KAI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현대위아와 일진머티리얼의 상장이 이들의 작품이다. 특히 현대위아의 경우 4년이 넘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따낸 결과물이다.
IPO 외에 다른 ECM 딜 주관 실적이 전무하다고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형 딜 한 건을 따내기 위한 기나긴 투자는 비은행 계열로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5위와 6위를 차지한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비은행계 증권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해 최고 딜인 삼성생명 IPO를 주관한 기저효과 때문에 이번 순위 하락이 크게 느껴졌지만 골프존, 다나와 등 7건의 IPO를 성사시키며 꾸준한 성적을 유지했다.
특히 한투는 하반기 GS리테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의 상장을 통해 또한번 시장의 판도 변화를 노리고 있다.
이밖에 중위권에서는 신영증권의 도약이 단연 돋보였다. 지난 2년간 리그테이블에서 20위권 중후반대에 머물던 신영증권이 올 상반기에는 9위로 껑충 뛰었다. 두산건설 CB와 BW, 두산중공업 EB 등 두산그룹 딜을 대표 주관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 2008년 하이닉스 CB를 대표주관하면서 실권주를 대거 떠안아 오랜 기간 평가손에 시달렸던 신영증권은 한동안 ECM 시장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후 하닉스 주가가 크게 오려며 전화위복을 경험한 신영증권은 두산건설의 자금조달을 주도하며 또 한 번 빅딜에 도전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렇다할 '빅딜'이 없는 가운데 은행지주계와 비은행계 증권사간의 실적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며 "각각 나름의 생존전략으로 맞서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위권을 은행지주계인 우투와 대우가 다시 뺏어온 가운데 비은행 계열이 바짝 뒤를 쫓고 있어 선두권 다툼이 점점 흥미로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머니투데이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CM 전체 규모는 17조4632억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 22조1214억원에 비해 4조6500억원 가량 줄었다. 삼성생명, 대한생명과 같은 대규모 IPO의 부재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거래별로 △기업공개(IPO) 35건, 거래액 3조968억원 △유상증자 316건 11조5814억원 △ELB 214건 2조4390억원 △블록딜 2건 4369억원의 모습을 보였다.
올 상반기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IPO 건수는 6건 줄고 거래액도 5조원 이상 줄었다. 공모규모 5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생명이 지난 해 IPO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유증은 거래가 27건 줄었지만 규모는 2조6000억원 가량 늘어 대형화 추세를 보였다. 블록딜은 거래가 3건 줄고 규모도 2조1000억원 가량 대폭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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