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달러 외화차입선 확보, 은행별 전략은 동남아 시장에 주목…비용절감보다 통화다변화가 먼저
이 기사는 2011년 08월 17일 1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유럽 국가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자 금융권에 '조달처 다변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긴급 간담회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외화 차입선을 보다 다변화해 특정지역이 어려움에 빠지더라도 국내 은행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사전에 안전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비 달러화 시장에 대한 진출을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 금융권은 "당국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비 달러화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신시장 개척이라도 조달 비용 만큼은 무조건 달러화보다 낮아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온 은행들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달러 발행 대비 비용이 여전히 발행 결정 주요 기준이지만, 비용절감보다 통화 다변화란 대의 명분을 우위에 두는 결정도 이뤄지고 있다.
◇ "리먼 이후 통화 다변화 노력, 결실 맺는 것"
금융권에서 통화 다각화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기관이 수출입은행이다. 현재까지 조달한 외화자금 중 약 50%를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할 정도로 통화 다변화에 적극적이다.
올해 대규모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한 수출입은행은 최근 금융기관 중 최초로 딤섬본드를 발행했다. 1년여 가까이 펜더본드와 딤섬본드를 검토하며 위안화 조달을 타진해왔지만 금리가 맞지 않아 발행이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통화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 무역 결제 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유로 MTN프로그램을 통해 전격적으로 딤섬본드를 발행 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사실 외화 차입선 다변화 움직임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본격화 됐다"며 "그 동안 다양한 지역에서 기업설명회(IR)와 로드쇼를 펼쳤는데 이런 노력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달러 유동성 경색과 함께 단기 외화부채에 대한 문제를 겪어 중장기 차입 비중 확대와 만기 분산에도 노력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수출입은행의 외화자금 단기차입 비중이 전체 10% 미만이다.
◇ 이번엔 동남아시아 시장에 기대
상반기 글로벌본드 발행으로 달러 자금을 확보한 주요 은행들이 이번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바트화 채권 발행을 위해 최근 태국 투자자들을 만나고 왔다. 이번이 하나은행 첫 태국 바트화 채권 발행이다.
올해 4월 태국 정부로부터 바트화 채권 발행 허가권을 획득한 하나은행은 오는 9월까지 바트화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도큐멘테이션 준비가 거의 완료단계인 가운데 최근 당국의 통화 다변화 권고에 힘입어 하나은행의 바트화 발행 의지는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도 같은 시기에 같은 조건으로 태국 바트화 채권 발행 허가권을 얻었다. 태국 로드쇼도 하나은행보다 먼저 다녀왔다. 하지만 도큐멘테이션 준비 진척도에서 하나은행이 다소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도 태국 바트화 채권 발행을 위해 도큐멘테이션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허가권 기한이 올 연말까지기 때문에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발행한 후 여유를 가지고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말레이시아 링기트 채권 발행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말레이시아 링기트 채권 일괄 발행 수단인 링기트 MTN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국내 기관 보다 MTN 발행 한도가 여유 있다.
그러나 최근 말레이시아 달러 스왑 시장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발행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입은행은 달러 스왑 시장만 호전되면 바로 발행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특성 증권사에 말레이시아 링기트 채권 발행 금리를 문의하며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기업銀·산업銀, 만기 고려해 여유 있게 임할 것
다만 은행별로 외화조달 만기 일정, 조달 전략 등이 다르기 때문에 조달처 다변화가 현재 외화 자금 시장 화두라고 해도 적극성에 있어 차이가 나고 있다.
기업은행은 아직 특정 비 달러 시장을 보고 있지 않다. 외화예금이 풍부한 상황인데다 3분기에 만기도래하는 외화채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4분기에 해외공모채권 발행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발행 통화는 달러가 유력한 상황이다. 다만 비 달러 통화를 조달한다면 엔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엔화 수요가 많아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엔화자금을 달러로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외 비 달러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달러 스왑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도 여유를 가지고 조달처 다각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달러 직접 조달과 비교해 금리가 유리하지 않으면 채권을 발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산업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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