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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2000억대 손상 인식, '재무우량 기업'의 단면 손실 조기 인식 '긍정', 과잉 투자 지적도

구태우 기자공개 2020-06-16 09:00:13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5일 0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은 유형자산을 평가해 자산의 장부금액이 과대 계상됐는지 평가한다. 주로 자산이 진부화됐거나 시장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한 경우가 유형자산을 재평가한다. 해당 자산을 처분했을 때 추정액이 장부가액보다 적은 경우 차액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한다.

손상차손은 유형자산이 향후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경우에 인식한다. 재무제표상 영업외비용에 반영된다. 실제 현금유출은 없지만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기업 회계 기준은 미래 현금의 유입 또는 유출이 예상될 경우 이를 회계에 선제적으로 반영한다.

유형자산을 평가해 자산의 장부금액이 과대 계상됐는지 평가한다. 회수 가능한 금액이 장부가액보다 적은 경우 차액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한다. 기업이 보수적 회계처리를 통해 자산의 손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경우 실적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자본시장에는 긍정적이다.

경영진과 이사회는 경제적 손실을 적시에 인식해 사업 전반의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포스코는 3년 마다 그룹을 총괄하는 대표이사 회장을 교체한다. 연임은 가능하지만, 전문경영인의 임기는 통상 6년을 넘기 어렵다.

통상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의 경우 전문경영인은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장기적 발전보다 실적을 개선해 연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정우 회장이 올해 열린 시무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이후 손상차손을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은 포스코에 입사한 이후 주로 재무부서에서 이력을 쌓았다. 포스코의 대표이사 회장을 비엔지니어 출신인 인사가 맡은 건 처음이다. '재무통' 출신인 최 회장의 성향 때문일까 포스코는 매해 적극적으로 손상차손을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는 철강 부문에서만 약 2053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의 철강 사업부문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페로 실리콘 공장과 켐(CEM) 공정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업들은 과거 포스코가 직접 운영할 경우 사업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돼 전임 회장 때 추진된 사업들이다. 현재는 사업성이 떨어졌거나 직접 생산 효과가 낮아졌다.

페로 실리콘 공장은 합금철의 일종으로 제련 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된다. 포스코는 연간 100만톤의 전기강판을 생산하는데, 페로실리콘이 부원료로 쓰인다. 연간 사용량의 약 30%를 직접 생산해 수입 대체 효과를 누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아 지난해 매각을 결정했다.

켐 공정은 광양제철소에 위치한 전기로 공정의 하공정 설비다. 포스코는 2015년 전기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는데, 하공정만 유지하면서 원가 부담으로 인해 끝내 가동이 중단됐다. 켐 공정은 포스코의 파이넥스 설비와 함께 높은 기술력을 선보였던 공정이다. 하지만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가동을 멈췄다.

포스코가 켐 공정과 페로 실리콘 공장 매각으로 인식한 재무적 손실은 2053억원이다. 현금 유출은 없었지만, 미래 현금 유출이 예상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체제에 들면서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전임 회장이 추진했던 사업 중 성과를 내지 못했거나 성장 가능성이 낮은 사업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법인인 'SS VINA'에서 적자가 지속되면서 자본잠식에 빠졌다. 포스코는 베트남 법인의 자산을 재평가한 결과 2045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현재 베트남 법인은 일본 형강제조업체인 '야마토그룹'과 함께 합작사로 재출범했다.

전년인 2018년에는 합성천연가스(SNG) 사업을 중단하면서 8097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포스코는 연결 기준 2조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 대그룹이다. 매해 배당정책이 적극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손상차손에 대한 주주의 반발도 적다. 오히려 포스코가 손상차손을 적극적으로 인식하면서 주주가치에 기여하는 측면도 적지 않다.

철강업계는 포스코가 높은 잉여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과잉투자를 했다고 지적한다. 기업은 이영여현금이 많아질수록 배당 또는 자사주를 취득해 주주에게 돌려주기 보다 투자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포스코는 부채비율이 20%대로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이다. 유동비율은 500%를 넘는다. 부채가 많아 이자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이 있다면 투자를 줄일 텐데 포스코의 재무적 상황은 정반대다. 이 때문에 전임 회장들은 무리하게 투자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현재 포스코는 투자를 다각도로 검증하는 조직을 별도로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 때 구조조정한 사업 중 상당수는 전임 회장 때 추진됐던 것"이라며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무적 손실을 끼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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