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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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바이오 흥망사]유공의 P프로젝트, 30년뒤 바이오 '잭팟'으로①카리스바메이트 아픔 딛고 FDA 품목허가·코스피 화려한 데뷔

최은수 기자공개 2020-07-07 08:14:46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막대한 비용과 오랜 연구기간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처럼 성공사례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바이오 사업을 중단했거나 실패를 경험한 대기업으로선 시샘의 대상이다. 뒤늦게나마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벨은 국내 대기업 바이오의 현주소와 그들의 도전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6일 08: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괜찮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2008년 SK바이오팜이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존슨에 기술 수출했던 첫 뇌전증 치료신약 '카리스바메이트'의 권리를 돌려받았을 때 최태원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내 첫 중추신경계(CNS) 신약 탄생의 기대감은 물거품이 됐지만 최 회장은 담담하게 SK바이오팜(당시 SK 신약개발사업부) 임직원을 다독였다.

기술권 반환의 아픔을 겪었지만 선대 최종현 회장부터 최태원 회장으로까지 이어진 투자와 지원은 계속됐다. 결국 SK바이오팜은 2019년 6월 또 다른 파이프라인 세노바메이트(상품명 엑스코프리)의 미 식품의약국(FDA) 신약승인을 따냈다. 올 7월 유가증권 시장에도 화려하게 입성했다. 30년을 내다 본 그룹의 지원은 불확실성과 난관을 넘는 원동력이었다.

◇SK바이오팜 태동, 최종현 선대회장 정밀화학 바탕 둔 'P프로젝트'

1990년 종합 에너지·화학 기업인 당시 대한석유공사(현 SK의 전신)는 21세기를 대비하기 위한 차기 성장동력을 정밀화학 사업에서 찾기로 결정한다.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정밀화학이 미래에 주목받는 사업이 될 것이라 내다보고 관련 투자를 시작했다. 정밀화학 산업엔 당시에도 대표적 고부가가치업종으로 꼽히던 제약·바이오 사업이 포함돼 있었다.

정밀화학은 그간 SK가 강점으로 꼽던 정유·석유화학을 비롯한 기초화학과는 대비되는 산업이다. 충분히 승산은 있었다. 기초화학 기술력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정밀화학 분야 연구를 병행했던 덕이다.

당시 미국 소재의 유공 연구소에선 정밀화학 연구의 부산물로 합성신약 물질을 발굴 중이었다. SK바이오팜의 핵심파이프라인 세노바메이트(YKP3089), 카리스바메이트(YKP509), 솔리암페톨(YKP10A)등의 앞글자인 YKP는 '유공프로덕트(Yu Kong Product)'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은 SK가 제약·바이오 사업 투자와 향후 전망을 가늠할 때 좋은 참고가 됐다. 이미 1994년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이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여러 기초화학 업체들은 합성(Chemical) 신약개발을 중심으로 한 정밀화학에 뛰어들었고 속속 결과를 냈다. 후쿠이 겐이치, 도네가와 스스무 등 노벨 화학상·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시기도 이 즈음이다.

당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산업이 태동한 지는 100년이 넘었지만 합성 신약개발 역량은 미비했다.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제네릭) 개발에만 초점을 맞췄던 탓에 신약(오리지널) 개발은 전무했다. 그만큼 위험 부담이 컸던 탓이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신약주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기 위한 결단을 내린다. 약 3년 간의 시장 조사와 준비를 거쳐 1993년 미국 연구진을 국내로 불러들였고 유공의 대덕연구단지 인력과 합친다. 10명 남짓한 소규모 연구팀의 이름은 'P프로젝트', 파마슈티컬(Pharmaceutical)의 영문 머릿글자를 따 만든 것으로 SK바이오팜의 시작이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 L/O 무산 직후 투자 확대 전화위복으로

그룹 제약·바이오 산업의 초석을 닦은 최 선대회장은 1998년 작고했고 바통을 최태원 회장(사진)이 받았다. 최 회장은 선대의 유지를 강화해 '바이오 비전 2030'을 제시한다. 제약·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 그룹의 핵심축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바이오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한 오너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 속에 SK바이오팜(당시 SK 제약사업부)은 1999년 핵심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뇌전증 치료신약 카리스바메이트를 글로벌 빅파마인 존슨앤존슨에 기술이전했다. 하지만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임상 3상후 미국 FDA에 NDA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해당 권리 또한 SK로 반환됐다.

최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위기로 보일 수 있는 시기에 오히려 관련 투자를 대폭 늘렸다. 최 회장은 2008년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조직을 확충하고 R&D를 비롯한 업계 전문가들을 채용했다. 또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 조직을 통합해 신약 연구에 집중하도록 하며 개발 의지를 불태웠다.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운 것도 이 즈음이다.

결국 SK바이오팜은 2019년 또 다른 파이프라인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FDA 품목허가를 따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카리스바메이트를 통해 뇌전증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빅파마의 개발 전략과 상업화 준비과정을 경험한 점은 세노바메이트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5월 미국에서 엑스코프리의 정식 출시에 성공했다. 엑스코프리는 2024년 70억 달러(약 8조2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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