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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판매사 수난시대]당국 '전략적' 스탠스 변화, '불완전판매→선배상안'⑤사태해결 시간단축 '선제적 보상안', 당국 책임 면피용 지적도

허인혜 기자공개 2020-07-30 13:27:48

[편집자주]

자산운용사의 모럴해저드는 누구 책임일까. 라임,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자산관리(WM)시장에 이같은 화두를 던졌다. 사기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일부 사모펀드의 부실한 운용실태가 민낯을 드러냈다. 문제는 부실운용의 책임이 고객과 접점에 있는 판매사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시비비가 가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조차도 판매사의 보상안 마련을 독려한다. 업계는 이같은 마녀사냥식 해법이 WM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전례를 남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사모펀드 시장에 벌어진 환매중단 사태에서 판매사를 앞세운 사태수습이 적절한지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0일 07: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사태 해결의 초점이 불완전판매에서 선제적 보상안으로 변화 하면서 판매사들의 배상 부담감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사태와 관련, '착오에 의한 계약파기'를 이유로 전액배상 결론을 내리자 판매사의 선제적 배상안 비율도 70% 이상으로 확대됐다.

당국이 선제적 보상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은 이유는 사고해결 시간 단축과 판매사 책임 부각 등이다. 선제적 보상안은 불완전판매보다 분쟁조정기간이 짧고 배상 비율이 높다. 선배상안이 부각될수록 금융당국 대신 판매사 책임론도 극대화된다.

◇선제적 보상안, 펀드 사고 해결시간 대폭 축소…금감원 '반색'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을 계기로 펀드 사고의 해결책이 판매사의 선보상과 후처치로 굳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상품 사고를 두고 불완전판매 철퇴를 강조해 왔다. 지난해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부터 대규모 펀드 사고가 1년여 동안 이어지자 선제적 보상안으로 방향타를 틀었다. 선제적 보상안이 사고 해결 시간과 금융당국의 부담감을 동시에 축소해주기 떄문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금융사의 불완전판매에 주목해 왔다. 보험업계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례로 긴 싸움이 이어지며 윤 원장이 '금융사와의 전쟁'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당국의 걸림돌은 이행 시간이었다.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다보니 1~5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금감원의 지시로도 봉합되지 않은 금융상품 갈등은 법정 싸움으로 번져 더 긴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펀드 사고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초기 입장은 불완전판매 제재였다. 판매사의 반발과 분쟁조정기간으로 또 한 번의 긴 싸움이 예고됐다.


지난해 11월 KB증권의 호주 부동산 펀드 손실 보상이 선제적 보상안의 물꼬를 텄다. 판매사가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는 법적 해석에 따라 선보상안 선례는 미미했다. KB증권은 '금융투자업 규정에서는 판매사나 임직원의 위법행위가 불명확하면 사적 화해 수단으로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을 들어 사적화해를 시도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고부터 선제적 보상안이 본격화됐다. 신영증권이 올해 3월 라임운용 펀드 투자자에게 400억원을 선보상 한다고 발표했다. 신영증권은 선제적 보상안을 고지하기 전 KB증권의 사례를 참고하고 금융당국과 합의를 거쳤다. 윤 원장은 신영증권의 발표 이후 "선보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같은 시기 신한금융투자는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의 50%를 가지급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영증권 등이 선지급 결정을 하자 타 판매사를 통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3개월 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도 라임펀드 선보상안을 내놨다. 이후 하나은행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IBK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채권펀드에 대한 50% 선지급금을 내주기로 했다. 올해 6월 불거진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대규모 환매 연기를 두고서는 한국투자증권이 70%의 선제적 보상안을 확정하며 선제적 보상안의 기준점을 높였다. NH투자증권도 배상안을 고심 중이다.

선제적 보상안이 대두되며 판매사 책임론이 자산운용사 책임론보다 커졌다. 판매사의 자본 규모가 자산운용사보다 월등해서다. 자산운용사가 책임을 지면 사고 해결이 지지부진해진다는 계산이 깔렸다. 대규모 환매 중단을 부른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정상화나 환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공채 채권에 투자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사모사채에 투자금을 편입한 옵티머스자산운용도 자립이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으로서는 판매사 주도로 빠른 사건해결이 가능한 선제적 보상안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선제적 배상안 결정 시간도 사례를 거듭할 수록 빨라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선보상안 결정에 한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국 책임론 대신 '배상 비율' 부각…판매사 규제 법제화 추진

판매사 선제적 보상안이 자리를 잡으며 금융당국 책임론은 사그라들고 있다. DLF, DLS, 해외 부동산 펀드 등 연쇄 금융사고가 일어나며 당국 책임론도 불거진 바 있다. 금융당국이 판매사를 압박하면서 논의점이 판매사 책임론과 배상금액 등에 맞춰졌다.

실례로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우리·하나은행 선진국 금리연계형 DLF 80% 손실배상 결론을 내리며 관심이 배상비율로 쏠렸다. 두 은행이 각각 167억8000만원·197억1000만원의 과태료와 일부 영업에 대한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며 업계 불안감이 높아졌다. 당시 두 은행의 행장을 맡고 있던 함영주 부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도 이어졌다.

이후 선제적 보상안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등장하며 펀드 사고마다 환매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라임운용 건에 대해서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상품에 대해 판매사가 일단 전액을 배상하라고 통지했다. 차후 가교 운용사를 통해 투자금을 환수하라는 결정이다.

반대로 선제적 보상안을 마련한 판매사에게는 제재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암시를 줬다. 금융당국 고위급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펀드 사고 보상안을 마련한 금융사들은 제재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선제적 보상안이 배임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윤 원장이 나서 '배임이 아니'라는 해석을 해줬다.

선제적 보상안을 제시해 합의를 마치면 금융당국의 부담감이 상당 부분 줄어든다. 선제적 보상안을 사적 합의로 보기 때문에 이후 분쟁조정이나 법정공방은 어려워져서다. 금융당국도 원칙적으로는 분조위에 오르지 않은 안건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다. 당국으로서는 선제적 보상안이 당국의 책임은 낮추고 분조위의 업무 부담도 줄이는 '두 마리 토끼'다.

선제적 보상안이 당국의 권고였다면 앞으로는 법적책임을 물리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판매사의 배상 책임을 아예 법으로 명시하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추진될 예정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으로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최대 3배까지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징벌적 배상안으로도 불린다. 판매사의 펀드 검증 의무를 확대한 법안도 상정을 앞뒀다. 판매사가 투자설명서를 나눠줄 때 투자설명자료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판매 후에도 펀드 운용과정을 점검하라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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