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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그레이드헬스체인, 인슈어테크 넘어 데이터 회사로"이형주 대표 "한국의 JMDC 될 것"…건강등급 높을수록 저렴하게 보험 가입

유정화 기자공개 2024-04-26 08:03:39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2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헬스케어와 금융서비스를 결합하는 지표가 바로 '건강등급'입니다. 보험산업 전반의 프로세스를 혁신할 수 있고, 대체신용평가 요소로 활용해 대출금리를 낮출 수도 있습니다. 그레이드헬스체인은 장기적으로 인슈어테크를 넘어 금융사와 건강데이터 분석결과를 거래하는 한국의 일본의료데이터센터(JMDC)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형주 그레이드헬스체인 대표이사(사진)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2019년 5월 설립된 인슈어테크 기업 그레이드헬스체인은 이용자의 성별, 연령, 건강검진 결과, 의료 이용 기록을 기준으로 질병의 발생 확률을 예측하고 이를 건강등급으로 표시한다. 대출 상환능력을 측정하는 신용등급처럼, 건강등급은 건강상태를 기반으로 사고의 발생률을 측정해 등급을 나누는 형태다.

회사를 이끄는 이 대표는 흥국화재와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스코르리재보험사를 거친 보험 베테랑이다. 관련 경력만 20년이 넘는다. 또 다른 창업멤버는 삼성생명 출신 강민용 최고전략책임자(CSO), KB손해보험 출신 김지성 최고재무책임자(CFO)이다. 이들은 스코르리에서 연을 맺고 그레이드헬스체인을 설립했다.

◇최대 70% 할인, 보험사·소비자 모두 윈윈하는 구조

그레이드헬스체인은 고객의 동의를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트에서 스크래핑을 통해 이용자의 건강정보를 추출하고 이용자의 모바일 단말기 애플리케이션 '로그(LOG)'를 통해 건강등급을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이 건강등급을 바탕으로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험 소비자가 그레이드헬스체인에 자신의 건강상태 평가를 요청하면, 그레이드헬스체인은 로그를 이용해 건강등급 및 점수를 산정하고 암호화해 보험사로 송부한다. 보험사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료 할인율을 산정해 적용한다. 건강사고 발생률에 따라 1~9등급으로 나누는데 4등급까지가 할인 대상이다.

이 대표는 "초우량 혜택을 받으면 같은 또래 대비 40~70% 저렴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자신의 건강등급을 확인하고 건강관리를 진행하는 것만으로 보험 계약자는 건강 개선과 보험료 혜택도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보험사에도 나쁠 게 없는 구조다. 건강 증진을 유도해 보험사의 손해율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건강해져 할인을 받는다면 보험 계약을 유지하게 돼 장기 유지율 개선 효과도 있다. 시계열 건강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 개발, 위기 관리 등에도 도움이 된다.

그레이드헬스체인은 보험사와 상품 개발뿐 아니라 인수 심사(언더라이팅)와 보험금 지급 심사를 하는데도 데이터를 활용한다. 가령 보험사가 보험 가입 전 간단한 몇가지 질문만 하는 '간편보험'을 판매한다면 그레이드헬스체인을 통해 데이터를 불러와 별도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입자의 병력확인을 통한 인수심사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고객이 청약서류를 작성하고 일일이 언더라이팅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심사 결과에 따라 인수조건이 추가되거나 청약이 취소돼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도 있었고, 또 정확한 알릴의무 사항 고지가 되지 않아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고지 의무를 어겨 보험금 지급 분쟁이 일어나는 일도 흔하게 일어난다.

현재 그레이드헬스체인은 8개 회사와 제휴해 15개 상품을 공동 개발했다. 하나손해보험 '하나Grade건강보험', ABL생명 'DIY ABL THE 건강통합보험', MG손해보험 'DIY 마이플랜종합보험' 등이 건강등급을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9개 보험사와는 언더라이팅 분야를 협업하고 있다.

◇보험서 헬스케어, 대출, 데이터 중개회사로 확장

건강등급도 입소문을 타고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로그를 통해 건강등급을 산출한 이들은 2023년 1~4분기에는 3만3000명에서 4만2000명, 8만3000명, 11만5000명으로 매분기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는 23만명까지 늘어났다. 눈에 띄는 점은 그레이드헬스체인의 마케팅에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회사의 마케팅 비용은 제로에 가깝다"며 "보험사도 건강관리를 통한 리스크 감소와 지속적인 금융 혜택을 통해 고객관리가 가능하니 보험설계사들이 자발적으로 로그 서비스를 알리는 마케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레이드헬스체인의 건강등급은 확장성이 크다. 로그는 개인별 건강상태를 분석하고 건강등급을 토대로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56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고, 전문의료진 상담도 가능하다.

건강등급은 금융사 대출심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 그레이드헬스체인은 최근 신용평가기관과 협업해 건강등급이 높을수록 신용등급도 좋아진다는 자체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이를 은행 등 금융사의 대출심사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는 건강한 사람이 더 오래 일하고 부채를 더 잘 갚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건강등급이 높을 때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한도를 높여주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적인 목표는 건강데이터 분석결과를 거래하는 데이터 전문 회사다. 이 대표는 "과거 보험사에 재직할 때 국내 데이터는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어 JMDC 데이터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며 "가공한 데이터를 익명화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보험상품 개발이나 언더라이팅 측면에서 큰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JMDC는 일본에서 데이터 분야를 선점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다. JMDC는 헬스케어와 빅데이터 융합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2002년 설립됐다. 주로 환자의 진료비명세서를 받아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판매한다. 매출액은 2021년 1495억원, 2022년 1946억원, 지난해에는 2480억원을 기록했다.

그레이드헬스체인의 누적 투자금액은 139억원이다. 지난달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6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스타셋인베스트먼트, 쿼드자산운용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난 2022년 3월 마무리된 시리즈A 투자에는 삼성벤처투자, 쿼드벤처스, DS자산운용 등이 35억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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