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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카카오]ESG 강조한 김범수 의장, 고점에 증여한 배경은출범 일주일 된 ESG위원회, 오너 견제 기능 아직…'경영권 승계 논란' 일축 적기

최필우 기자공개 2021-01-21 08:08:23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0일 09: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시가 1452억원 규모 통 큰 증여에 이목이 쏠린다. 친인척에게 분산된 증여인 만큼 당장은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부를 여지는 크지 않다.

다만 시점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남아 있다. 김 의장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언한 지 단 일주일 뒤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리 측면에서도 따져볼 여지가 있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 카카오 주가는 44만원으로 역사적 고점에 근접해 있다. 증여일 전후 2개월 평균으로 산출되는 증여세(30억원 이상 50%)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시점이다. 증시 급락 시점이나 저평가 구간을 활용하는 전통적 대기업 오너들과 다른 행보다. 카카오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 해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9일 김 의장이 자사 주식 33만주를 친인척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부인 형미선씨와 자녀 상빈·예빈씨는 각각 6만주의 주식을 증여 받았다.

김 의장의 증여는 제왕적 지배구조가 있어 가능했다. 그는 증여 직전 카카오 지분을 14.2% 보유하고 있었다. 증여 후 지분율은 13.74%다. 김 의장이 100%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가진 카카오 지분 11.22%를 합치면 24.96%다. 김 의장과 ㈜케이큐브홀딩스를 제외하면 국민연금공단(8.6%), 중국 텐센트 자회사 MAXIMO PTE. LTD.(6.35%) 정도 만이 주요 주주다. 어지간한 지분율 하락이 아니고서는 지배력에 영향이 없다.


김 의장의 지배력은 세대를 이어 유지될 수 있을 만큼 막강하다. 단순하게 김 의장이 자녀에게 보유 지분 24.96%를 전부 증여한다고 가정해도 최고증여세율 60%를 부담한 뒤 10%에 근접한 지분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강력한 지배력 만큼이나 훗날 경영권 승계 논란이 야기될 소지도 크다.

특히 ㈜케이큐브홀딩스의 존재는 김 의장의 지배력 승계 키가 될 수 있다. 김 의장이 직접 소유한 카카오 지분은 그대로 두고 ㈜케이큐브홀딩스 경영권을 넘기는 것 만으로 사실상의 2대 주주 자리를 넘겨줄 수 있다. 자연스럽게 경영에 참여해 조단위 기업가치 평가를 받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엠,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커머스 등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승계 여건과 관계 없이 김 의장은 평소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만 55세(1966년생)로 아직 대기업 총수 중 젊은 축에 속하는 데다 상빈씨와 예빈씨는 각각 1993년생, 1995년생으로 20대다. 이른 나이에 후계 수업을 시작하는 여타 재벌과 달리 두 자녀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아 경영권 승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카카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의장의 의중을 떠나 자녀 승계 문제는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카카오는 시가총액 40조원에 육박하는 코스피 10위권 기업으로 성장한 데다 인터넷은행, 모바일 결제,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등 유망한 미래 산업을 석권하고 있다. 언젠가 김 의장 후계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ESG위원회를 출범시킨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투명한 체계를 갖춰 카카오 지배구조에 대한 의구심을 원천 차단한다는 의도다. 김 의장이 ESG위원장을 겸하고 있어 사실상 총수 일가 감시 및 견제는 아직 불가능하지만 추후 지배력이 분산되면서 제 기능을 갖출 전망이다.

ESG위원회가 본연의 기능을 할수록 김 의장의 자녀 증여 문제는 예민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김 의장이 평소 경영권 승계와 관계 없는 직계가족 지분 증여를 고려하고 있었다면 ESG위원회 출범 초기인 최근이 논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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