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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경색 긴급 진단]'고차 방정식' 한전채..."결국 정치의 문제"③한전 대출로 선회, '아랫돌 빼 윗돌' 불과...인플레이션으로 전기료 인상도 부담

최윤신 기자공개 2022-11-28 07:35:46

[편집자주]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자금시장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치솟은 금리 탓에 회사채 발행은 막혔고 PF ABCP를 위시한 단기물은 만기 대응에 급급하다. 금융당국이 10월 23일 발표한 '50조원+α'의 지원책이 가동을 시작했으나 실효성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국내 자금시장의 현안과 대응 방안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3일 10: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고랜드 사태에 앞서 자금시장 경색을 불러온 한전채 과잉 발행 논란이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한전의 불가피한 자금조달 과정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처방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국전력은 은행권 차입 등으로 자금 조달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은 은행채 수요를 확대시키는 방향이기 때문에 자금시장 경색의 해법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손실 규모가 커 정부의 직접 지원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궁극적 해결책은 전기료 인상이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 이 역시 제한적이다.

결국 가용한 모든 방법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란 데 의견이 모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심화한 상황이라 정부의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만큼 단순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며 "한가지 해결책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고차원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 발행금리 낮아진 한전채, 2조 은행 대출 효과?

채권시장에선 올해 국내 자금시장 경색을 심화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 한전채를 꼽는다. 금리 인상 가속화로 회사채 발행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한전채가 블랙홀처럼 자금을 빨아들인 결과 채권시장의 혼란이 한층 가중됐다.

실제로 한국전력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발행한 사채는 25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인 10조43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국채와 동일한 초우량 신용등급(AAA)의 회사채가 AA등급과 차이가 없는 고금리에 풀리다보니 신용등급이 열위한 기업들의 발행 기회가 사라졌다.

시장 관계자는 “한전채로 인해 AA급 우량채들이 중간 시장을 모두 잠식해버렸고 결국 A등급 이하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꽉 막힌 상태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무차별적으로 발행되는 한전채로 인한 시장교란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은행 차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1차 은행 입찰을 진행해 연 5.5~6.0%의 금리로 하나은행으로부터 6000억원을 빌리기로 했고 연내 추가 입찰로 2조원 이상을 대출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런 조치는 효과를 내고 있는 듯 보인다. 22일 발행된 한전채 발행금리는 2년물이 5.6%, 3년물이 5.65%로 나타났다. 지난 9일 2·3년물이 모두 5.99%에 달하며 6%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음을 고려하면 급한 불은 꺼진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결국 아랫돌 빼 윗 돌을 괴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2조~3조원의 은행 대출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대출을 더 늘리는 건 사실상 한전채의 부담을 은행채로 돌리는 것에 불과해 시장 전체를 놓고봤을 때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회사채 시장이 막혀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면서 은행권 기업여신 잔액이 급증하는 추세다. 은행권 기업여신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557조4000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111조8000억원이 늘었다. 하반기 이후 조달이 더 어려워졌음을 고려할 때 현재 기업여신 잔액은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이 부담은 고스란히 채권시장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은행채 발행액은 186조569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전을 피해 은행 대출창구로 내몰린 기업들의 대출까지 막는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직접 지원이 자금시장의 충격을 줄이며 한전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꼽히지만 이 역시 녹록지는 않다. 정부는 2008년 한전이 2조79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자 추가 경정예산을 편성해 6680억원을 지원한 바 있는데 과거와 달리 현재 한전의 적자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산업계 보조금으로 해석해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기료 올리자니 '인플레' 변수..."요금 합리화, 중장기 로드맵 필요"

결국 궁극적인 해결책은 전기 요금을 올려 한전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것 밖에는 없어 보인다. 다만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인상하려면 인상률이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

전력업계에선 한전이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현행 대비 최소한 40%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전이 올 들어 이미 전기요금을 19.3원/㎾h 올린 상태임을 고려할 때 실제 인상이 이뤄지면 저항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전 문제는 결국 정치권이 결단하고 추후 뒤따르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는 점 역시 섣불리 전기료를 올리지 못하게 만드는 변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1% 오를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0.0155%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전기요금이 40% 오르면 물가지수는 0.62%p 상승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단가(계통한계가격·SMP)의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5월 SMP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경우 가격 상한을 두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행정 예고한 바 있는데,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민간 발전사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결국 한전채 발행과 관련해 다양한 조달 방식을 지원함과 동시에 보조금 지급 등 추가적인 대책을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천연가스 가격 변동성 등이 가격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큰 만큼 SMP 상한선 도입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전기 요금 인상을 뒷세대에 항상 미뤄온 게 누적된 것"이라면서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총대를 메고 전기 요금 인상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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