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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은 지금]관 출신 우려 지운 이석준 회장, 조직 혁신 가속화⑥디지털·글로벌 키워드로 전략 구체화…일하는 조직 문화로 초일류 변화 주문

김형석 기자공개 2023-03-20 07:51:22

[편집자주]

농협금융지주는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협동조합을 모태로 한 금융그룹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10년간 자산은 두 배, 순이익은 5배 성장했다. 규모 확대와 함께 사회적 책임 역할도 충실했다. 농협금융은 매년 농업인 지원 등 사회적 지출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최근 관료 출신 이석준 회장이 취임하며 은행의 공공성 논란 속에 또 다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과제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3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오는 11일이면 취임 70일을 맞는다. 선임 초기 관 출신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다수 있었지만, 빠른 업무 파악을 통해 디지털과 글로벌 등 향후 전략도 명확히하며 취임 초기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재정경제부 시절부터 쌓아온 이석준 회장의 업무 스타일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기존 관 출신의 단점으로 꼽힌 허례허식보다는 업무의 효율성을 중시한다. 확신이 들기 전까지 움직임을 자제하는 대신 다양한 의견에 귀기울이는데 집중한다. 대신 확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빠른 추진력을 발휘한다.

◇ 허례허식보다 효율성 강조…디지털·글로벌 사업 로드맵 제시

이석준 회장은 타 관료 출신 회장과 취임식부터 달랐다. 그는 취임식 없이 곧바로 각 부서별 업무보고에 집중했다. 단순한 보여주기식 행사보다는 농협금융의 업무 파악을 우선했다.

서면으로 배포한 취임사에서도 그의 성격이 반영됐다. 대표적인 키워드는 '디지털'이었다. 디지털 전환은 전임 손병환 회장이 주도한 농협금융의 핵심 전략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취임사에서는 "비금융기업이 디지털을 이용해 금융업에 진출한다"라는 간단한 멘트만 있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사안에 대한 확실한 업무파악 전에는 발언을 자제하는 그의 성격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2년 재경부 금융정책국 증권제도과장에 선임됐다. 증권제도과는 증권과 선물거래, 채권, 기업회계, 코스닥 관련 제도를 입안하는 역할을 맡은 부서다. 그가 기존에 맡았던 국고국과 이재국, 재무정책국 등의 부서와는 성격이 달랐다.

당시 그는 투자금융 분야에 대한 명확한 정확한 파악에 1년 가까이 할애했다. 즉각적인 실적보다 정확한 국내 투자금융 분야 분석이 중요하다는 그의 성향이 반영됐다. 그의 실적은 증권제도과장을 맡은 지 1년 후다. 이후 그는 증권시장 관련 기관 구조개편 작업을 주도했고, 금융기관의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의 중간 형태인 신종증권 발행을 추가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2003년 국정브리핑 기고에서는 증시를 통해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면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이후 그는 증권제도과장에서의 실적을 바탕으로 재경부 핵심 요직인 총무과장에 임명됐다. 내부공모 방식을 통해 행시 제24~25회 선배들을 제치고 총무과장에 올랐는데 이를 두고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취임사에서 구체적 언급을 피한 디지털 전략에 대한 구상은 그가 취임한지 한 달 뒤에서야 나왔다. 그는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제1차 농협금융 DT(Digital transformation) 추진최고협의회’에서 향후 농협금융의 디지털 전환의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가 밝힌 디지털 전환 전략은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 강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 확산 △대내외 디지털전환(DT) 추진 저해요인 해소 방안 마련 등이다. 이 밖에도 금융권 최초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에 서비스형 플랫폼(PaaS) 기반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과 스마트워치에서 사용 가능한 증권분야 앱 구축 등 구체적인 실행 과제도 제시했다.

글로벌 전략 역시 취임 한 달 뒤부터 구체화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말 해외점포장 신년간담회를 주재하면서 글로벌 전략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가 밝힌 글로벌 중점추진사업은 △해외점포 경쟁력 강화 △지속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투자 및 디지털 사업과 연계한 신사업 추진력 강화 △글로벌 인력 전문성 확보를 위한 인력관리체계 강화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한 글로벌 협력체계 확대 등이다.

농협금융은 경쟁사 대비 글로벌 사업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타 금융지주사가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2000년대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한 반면 농협금융은 2016년에서야 해외에 첫 법인을 세웠다. 뒤늦게 해외사업에 뛰어든 만큼 해외사업의 실적은 타 금융지주사보다 낮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글로벌사업부문 자산은 2조원, 당기순이익은 300억원 수준이다. 전체 자산 중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에 불과하다. 농협금융이 향후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가 필요한 셈이다.

그의 해외점포장 신년간담회 후 농협금융의 글로벌 사업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우선 해외점포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 리빌딩(Rebuilding)에 나서기로 했다. 농협금융 모든 점포의 사업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진단하고 개선과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 관료 출신 회장의 경우 단점으로 꼽힌 것이 업무파악 속도였다"며 "관 출신 회장의 경우 당국과의 네트워크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실무 경험은 부족한 탓에 구체적인 업무 지시에 1년 가까이 시일이 필요한 경우가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석준 회장의 경우 재경부에 있을 때부터 업무 파악 능력을 기반으로 정책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았다"며 "이 같은 능력이 농협금융 취임 초기에도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지난 1월27일 해외점포장 신년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농협금융지주

◇ 일하는 조직 문화 혁신 강조

디지털과 글로벌 등 향후 핵심 사업 외에도 이석준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일하는 조직문화다. 그는 농협금융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변화가 필요한 대표적인 업무 방식이 보고서 문화다. 그는 회의를 진행하면서 각종 성과와 사업계획을 나열하는 식의 발표를 과감히 생략하고 자유로운 의견 제시를 위한 토론회로 바꿨다.

'임직원 한명 한명이 뚜렷한 방향성과 비전을 가진 조직만이 초일류로 거듭날 수 있다'는 그의 조직 운영 철학에서 나왔다.

이는 그가 재경부 혁신기획관으로 재직 당시에서도 발휘됐다. 2005년 혁신기획관으로 발령받은 그는 재경부 간부들의 혁신 마인드를 높이기 위해 재경부가 망하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간부혁신워크숍을 진행했다. 당시 그는 재경부가 망하는 시나리오 프로그램뿐 아니라 교육 전체가 기존의 교육방식을 혁신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이후 그는 혁신기획관 재직시절 기수 문화와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팽배했던 당시 재경부 조직으로 보다 수평적이고 합리적으로 개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조직 문화 혁신 과정에서도 일 처리에 있어 소신 있고 신중하며 주변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이 보인다"며 "한편으로는 원칙주의자로 보이지만 조직 운영 면에서의 과거 그의 성과로 선후배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갖춘 면은 그가 경제부총리와 산업은행 회장 등에 물망이 올랐던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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