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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강신숙 행장, 감성 소통능력으로 체질 개선 이룬다①취임 100일 만에 영업조직 전면 개편…지주사 전환·비이자익 확보 과제

김형석 기자공개 2023-03-27 07:10:17

[편집자주]

수협은행은 2016년 수협중앙회의 신용·경제 사업분리(신경분리)로 탄생한 은행이다. 설립 8년차에 불과하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은행 출범 전 500억원 규모이던 수협은행(신용사업)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000억원을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의 늘어난 순이익을 기반으로 1조원에 달하던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었다. 올해 수협은행은 금융지주사 설립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 경영진의 면면을 통해 수협은행의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업보고를 받기 위해 취임 초기 현장 출장을 바쁘게 다녔다. 협동조합 은행의 정체성 회복과 100년 은행의 기틀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행장이 되겠다."

지난달 말 취임 100일을 맞은 강신숙 수협은행장(사진) 더벨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취임 초기 강 행장의 행보는 수협은행 내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은행 수장으로 무게감보다는 현장 일꾼과의 소통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강 행장의 철학이 짙게 배어 있다.

취임 첫해를 맞은 강 행장에게는 큰 과제가 주어졌다. 수협은행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자산운용사 인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모회사인 수협중앙회의 캐시카우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수익 다변화 노력도 필요하다.

◇ 디테일 영업의 神…소통에서 답을 찾는다

"옛말에 토끼는 귀를 잡아야 하고, 닭은 날개를 잡아야 하고, 사람은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과거 강신숙 행장이 강조했던 말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으로 소통을 찾았다. 실적을 내기 이전에 고객과 동료직원과의 공감과 감성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영업 노하우다.

이 같은 소통 철학은 2001년 내부 최초 여성지점장으로 발탁된 후 발휘됐다. 당시 그가 발령받은 곳은 폐쇄 위기에 처해있던 오금동지점이었다. 이때 그의 현장 소통 능력이 발휘됐다. 그는 고객의 고향이나 취미, 투자성향 등 직접 상담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등을 빼곡히 적으며 고객관계관리(CRM) 구축에 활용했다. 165억원에 불과하던 오금동지점 수신고는 1년 새 314억원으로 증가하며 전국 1위 영업점으로 발돋움했다. 그가 지점장을 맡은 2년간 8분기 연속 실적 1위를 기록했다.

그는 디테일에도 강했다. 담보보다 고객의 신용을 철저히 분석하는 방법으로 연체율을 낮추면서 총여신을 62억원에서 3.5배가 넘는 220억원으로 늘렸다. 직원과의 소통 능력도 탁월하다. 동료직원의 대소사를 살뜰히 챙겼다.

소통 철학은 행장 취임 이후에도 지속됐다. 그가 취임 후 곧바로 향한 곳은 제주도 지점이었다. 이후 그는 대다수 업무보고를 집무실이 아닌 전국 현장에서 받을 정도로 전국을 누볐다.

취임 한 달 후 그가 내놓은 영업 혁신 방안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는 기존 4개의 광역본부 체계를 19개의 금융본부체계로 개편했다. 기존 광역본부장이 수십개의 점포를 관리하면서 영업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영업본부장 인력이 증가하면서 본부별 영업경쟁 요인은 커졌다. 수협은행은 그간 행장이 되려면 광역본부장을 거쳤다. 과거 부행장 자리는 5개, 광역본부장 자리는 4개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광역본부장직이 사라지면서 본부장들이 곧바로 부행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부행장 인사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본부장의 영업 성과가 부행장 승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변화했다.

취임 100일 행사도 영업 일선 직원과 함께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취임 100일 행사에 영업점 책임자 170여명을 초청했다. 1박2일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그는 영업본부체계 개편과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 등을 꼼꼼히 밝혔다.

비이자수익사업 분야에서 남다른 실적을 기록한 충청지역금융본부 이정임 부지점장에게 사비로 구두 선물하기도 했다.

취임 초기 이 같은 소통 행보는 직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수협은행 한 직원은 "자신이 앞장서 일하고 있는 데다 편한 오누이처럼 직원들을 살 같게 대해주는 모습에 감명받았다"며 "특히,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 더 열심히 뛰고 있다는 생각에 업무에 직원들이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자산운용사 인수·비이자이익 확보 과제 산적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강 행장이지만, 수협은행의 과제와 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도 준비하고 있다. 공적자금 상환에도 당국 추천인사가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사회 개편을 통해 경영 독립도 과제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재무 구조를 개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강 행장이 당면한 첫 과제는 유동성 리스크 해소와 수익성 확대다. 수협은행의 지난 9월 말 기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0.93%다. LCR은 은행이 30일간의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제약조건 없이 활용 가능한 고유동성자산을 충분히 보유토록 한 지표다. 다만 문제는 중장기(1년) 유동성 지표인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이다. 같은 기간 수협은행의 NSFR은 103%로 당국 규제 하한선(100%)보다 3%포인트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평균 NSFR(1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협은행이 NSFR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적금 등 예수금을 대거 확보하거나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한다.

자본건전성 역시 은행권 중 가장 낮다. 이 기간 수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13.26%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평균 자기자본 비율(17~18% )보다 4~5%포인트 낮은 수치다.

수익 다변화도 필요하다. 수협은행은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에서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230억원 손실에서 올해는 285억원 손실로 오히려 적자폭이 커졌다. 특히 이 기간 기타영업손실은 429억원에서 467억원으로 확대됐다.

금융지주사 설립을 위한 비은행 계열사 인수도 시급하다. 수협은행은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정부와의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서는 2분기 중으로 M&A를 완료해야 한다. 수협은행은 현재 수협중앙회가 삼일·김앤장 등 컨설팅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비은행 사업다각화 및 금융지주 설립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수협은행이 우선 인수를 하기로한 금융업은 자산운용사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수후보군 모색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수협은행이 금융지주사 설립을 추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라며 "금융사 인수 절차 등을 감안할 때 상반기 내에 인수 금융사를 확정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카슈랑스와 자산관리(WM), 카드사업 등 비이자이익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부분 역시 결국에는 실적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며 "사실상 취임 1년 차를 보내고 있는 강 행장이 올해 대대적인 실적 개선 효과를 내기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한 해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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