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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신학기 수석부행장, 행장 교체에도 CFO직 수성 비결은②예대율 규제 기준 충족, 수익성 확보 성공

김형석 기자공개 2023-03-28 07:41:44

[편집자주]

수협은행은 2016년 수협중앙회의 신용·경제 사업분리(신경분리)로 탄생한 은행이다. 설립 8년차에 불과하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은행 출범 전 500억원 규모이던 수협은행(신용사업)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000억원을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의 늘어난 순이익을 기반으로 1조원에 달하던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었다. 올해 수협은행은 금융지주사 설립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 경영진의 면면을 통해 수협은행의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7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의 2인자는 신학기 수석부행장(사진)이다. 그는 신임 은행장 취임 시 수석부행장이 교체되는 상황에서도 연임에 성공했다. 기존에 수협은행의 수석부행장은 행장과 '한 세트'로 여겨왔다. 재무총괄(CFO) 역할을 겸하는 수석부행장은 은행장의 업무를 분담하는 형식으로 조직의 경영전략을 진두지휘했다. 강신숙 신임 행장의 취임에도 신 수석부행장의 연임한 것은 수협은행의 기존 관행을 깬 사례다.

신 수석부행장이 강 행장의 신임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수석부행장 성과측정 지표를 보면 이유는 명확하다. 수석부행장은 성과측정 시 은행장과 동일한 동일한 평가지표(BIS비율, 기본자본비율, ROA, 판관비용률, 고정이하여신비율, 연체율, 위험조정자본수익률(RAROC))을 적용받는다.

그는 2년의 임기 동안 당기순이익과 고정이하여신비율,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를 대폭 개선했다.

정량적 지표뿐만 아니다. 대주주인 수협중앙회와의 소통 창구 역할에도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 전략·영업·리스크 경험…CFO 맡아 역량 발휘

1968년생인 그는 동아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1995년 수협중앙회에 입회했다. 그는 이후 신용사업에 특화된 업무를 다수 경험했다. 2007년과 2009년에는 각각 기업고객전략팀장과 기업고객팀장을 맡았다. 이후 인계동지점장을 거쳐 고객지원부장과 리스크관리부장을 지냈다. 2016년에는 신경분리로 출범한 수협은행의 초대 심사부장을 역임한 뒤 전략기획부장을 맡았다.

수협은행의 전략기획부장은 수협은행 내에서도 핵심부서다. 당시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있던 전략기획부는 연도별 경영전략 수립과 재무관리, 성과관리 및 평가, 대관업무 등 경영 핵심 업무를 전반적으로 관리한다. 수협은행의 경영 전반 업무를 총괄하는 만큼, 관련 부서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전략책임자(CSO) 역할을 수행한다. 은행 내 핵심 임원의 업무수행 능력을 이미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략기획부는 지난해부터 종합기획부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의 전략·영업·리스크 등의 경력은 수석부행장 선임 뒤 큰 역량을 발휘하는 계기가 됐다.

그가 선임된 2020년 수협은행은 예대율 관리 실패와 순이자마진(NIM) 하락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수협은행은 2016년 출범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예대율 규제를 3년 유예받았다. 금융당국의 예대율(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 규제 상한선은 100%다. 예대율이 100%를 상회한 금융사는 추가 대출이 제한된다.

수협은행의 출범 당시 예대율은 135%에 달했다. 당국의 유예기간이 끝난 2019년 11월 기준 수협은행의 예대율이 110%에 달했다. 수협은행은 당시 가까스로 2년의 추가유예를 받았다. 이에 수협은행은 지속적으로 원가가 높은 고금리 저축성 예금상품을 통해 수신액을 확보해왔다. 이 같은 노력에도 2020년 말 기준 수협은행의 원화예대율은 106.5%로 당국 권고치를 상회했다. 수협은행 입장에서는 예대율 규제가 풀리는 2021년 11월 말까지 예대율를 추가로 내려야 했다.

무리한 고원가성 예금 증가는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수협은행의 NIM은 전년 대비 0.36%포인트 하락한 1.4%에 불과했다.

NIM 하락은 출범 이후 역대 최저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이해 수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7% 급감한 1820억원에 그쳤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와 자기자본순이익률은 각각 전년 대비 0.13%포인트, 1.96%포인트 급감했다. 이는 대손관련 비용 증가액(29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그는 수석부행장 선임 이후 예대율 관리와 수익성 확보에 집중했다. 우선 '저원가성 핵심예금' 확대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마케팅 대상의 방향도 신규 고객에서 기존 고객쪽으로 틀었다.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입출금 통장이나 파킹통장 등을 추가로 개설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여기에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핵심예금 확보 배점 비중을 크게 확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예수금의 또 다른 축인 커버드본드(CB),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량도 적극적으로 늘렸다. 금융당국에서 커버드본드의 발행액을 예수금의 최대 1%까지 인정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에 수협은행은 2021년 11월 말 기준 예대율을 100% 밑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예대율 규제를 맞추면서도 실적은 오히려 성장했다. 2021년 수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7% 성장한 2216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성장세는 2년차였던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58억원 증가했다. 이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손비용을 확대하면서 이룬 성적이다. 수협은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충당금 및 충당부채전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25%(138억원) 증가한 511억원을 기록했다.

중앙회와의 소통 창구 역할도 그의 핵심 업무다. 협동조합 출신 은행인 수협은행은 하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 수협중앙회의 영향력에 크게 좌지우지된다. 여러 업무에서 중앙회의 동의를 구해야 해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신임 강신숙 수협은행장과 임준택 현 중앙회장과의 접점은 부족하다. 강 행장은 대표적인 호남권 인물이다. 임 중앙회장은 부산 출신이다. 오는 27일 취임하는 노동진 차기 회장 역시 경남 출신이다. 강 행장과 달리 그는 경남 창녕 출신으로 임 중앙회장, 노 당선자와 같은 경남권 인사다. 지난 2020년에는 남부광역본부장을 지내며 경남지역에서 네트워크를 쌓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석부행장 자리는 은행의 2인자로 재무역량과 더불어 현장에 대한 이해력도 중요하게 평가받는다"며 "신 수석부행장이 기존 관행을 깨고 직을 유지한 데에는 탁월한 수익성 개선과 중앙회와의 연결고리를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이로 보인다"고 말했다.

◇ 지주사 전환 위해 유동성 리스크·수익성 확대 과제

수익성 개선과 건전성 확보에 탁월한 결과에도 신 수석부행장의 올해 과제 역시 무겁다. 금융지주사 설립을 위해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재무 구조도 개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수협은행은 유동성 리스크 해소와 수익성 확대가 필요하다. 수협은행의 지난 9월 말 기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0.93%로 당국 하한선(100%)에 근접해있다. LCR은 은행이 30일간의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제약조건 없이 활용 가능한 고유동성자산을 충분히 보유토록 한 지표다. 중장기(1년) 유동성 지표인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1년 3분기 말 103.39%이던 NSFR는 지난해 3분기 말 101.84%로 낮아졌다. 이는 당국 규제 하한선(100%)보다 1%포인트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평균 NSFR(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이자이익 강화도 핵심 과제다. 수협은행은 이자이익에서는 견실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비이자이익 분야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협은행의 수수료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19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투자금융 등 기타영업손익을 포함한 전체 비이자손익은 마이너스(-) 442억원으로 1년 전(363억원)보다 적자폭이 오히려 늘었다.

증시 악화 등 악재에도 이익을 낸 경쟁사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수수료이익은 각각 7262억원, 7001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5196억원, 4601억원의 수수료이익을 냈다.

비이자이익에서의 경쟁 은행과의 격차는 ROE와 ROA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협은행의 ROE는 경쟁은행보다 3~4%포인트 낮은 7.49%다. ROA 역시 5대 은행 평균보다 0.1~0.2%포인트 낮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협은행의 경우 이자이익의 성장세는 5대 은행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비이자이익에서는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수협은행이 방카슈랑스와 WM, 카드사업 확대 등을 통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려는 것도 이 같은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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