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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IPO 명암]흥행 공식 '답습' WCP,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④피어그룹 급락에 수요예측 부진, 상장후 주가 급락…대형 딜 공모 기피현상 기폭제

안준호 기자공개 2023-03-24 13:22:18

[편집자주]

2차전지는 최근 몇 년 사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표적인 흥행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배터리 생산 기업은 물론 밸류체인 하단에 위치한 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했다. 주목도가 높아지며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되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2차전지 IPO의 명과 암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1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2년 WCP의 코스닥 입성기는 혹독했다. 상장 예비심사 청구 당시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분리막 생산 기업인 만큼 4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공모 과정에서도 미래 현금흐름을 반영해 밸류에이션을 극대화했다. 증시 호황기 자주 보였던 '성공 방정식'을 충실히 따랐다.

예상과 달리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공모 시작과 함께 가격을 조정했음에도 수요예측 경쟁률은 두 자릿수에 머물렀다. 2차전지 기업의 주가 조정이 맞물리며 투심이 극도로 악화됐다. 공모가는 6만원으로 확정했지만 실수요는 보다 낮은 선에서 형성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WCP 상장 이후 대형 공모주에 대한 기피 현상도 심해졌다.

◇4조 몸값 조준했던 WCP,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30% 급락

WCP는 공모 이전부터 2022년 주목받는 예비 상장사로 꼽혔다. 폭발적 성장이 기대되는 2차전지 시장. 그 중에서도 양극재·음극재·전해액과 함께 2차전지 4대 소재인 분리막 양산 기업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대형 제조사인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점도 높은 점수에 한몫을 했다.

공모 이전 시장에서는 WCP의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을 4조원 이상으로 봤다. 2021년 진행된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라운드에서 이미 2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기록한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기차에 사용되는 프리미엄 분리막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몇 곳 되지 않는다. 2020년 점유율을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을 5~6개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다. WCP의 경우 5미터 이상의 광폭 분리막 생산과 동시에 단면 필름 두 장을 코팅할 수 있는 듀얼코팅 기술 등으로 독자적인 노하우도 갖추고 있다.

밸류에이션 역시 이러한 성장성을 부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시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간의 추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를 반영해 EV/EBITDA 방식으로 공모가를 계산했다. 배수 산출을 위한 피어 그룹(peer group)에도 국내외 주요 분리막 생산 기업과 2차전지 핵심 소재 기업들을 포함시켰다.

주관사단이 최종적으로 평가한 WCP의 몸값은 주당 13만3066원. 여기에 39.9%~24.8%의 할인율을 적용해 주당 8만~10만원의 공모가 밴드를 제시했다. 다만 공모에 돌입한 이후에는 기업가치가 고평가되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미 예심 승인 이후 한 차례 희망 가격대를 할인했음에도 논란이 불거졌다.

공모 당시 WCP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결과 3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밴드 하단보다 25% 낮춘 6만원으로 확정했지만 일반 청약에서도 한 자릿수 경쟁률에 머물렀다. 상장일에도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조단위 몸값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30% 가량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피어그룹 주가 하락에 영향…공모가 6만원도 '부담'

WCP의 공모 참패는 당시 국내외 2차전지 업종의 주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주요 배터리 기업을 종합해 산출하는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8월부터 9월까지 2개월 간 11% 떨어졌다.

WCP의 주요 피어 그룹에 속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하락 폭이 더 컸다. 8월 초 8만원대를 오가던 주가가 5만원 초반까지 30% 이상 내렸다. WCP보다 매출 규모와 시장 점유율이 큰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가가 5만원인 상황에서 당시 공모가 밴드인 8만~10만원은 감수하기 어려운 가격대로 여겨졌다.

WCP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펀더멘털이 훼손되었던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요예측 자체를 포기하진 않았다"며 "다만 공모가 밴드 하단도 비싼 환경 이었기 때문에 6만원 이하 가격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수요예측 이후 공시에 따르면 건수 기준으로 참여 기관의 87% 이상이 밴드 하단 미만에 주문을 넣었다. 이에 따라 공모가는 주당 6만원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수요예측 분위기는 이보다 더 차가웠다. 실제로는 공모가인 6만원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기관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저조한 투심으로 배정과 관련된 잡음이 일기도 했다. 6만원 이상 가격을 제시한 기관에만 물량이 배정되며 예상보다 많은 주식을 받은 곳도 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 분포를 고려해 공모가를 더 낮추는 것이 옳은 방향이었다고 본"며 "물론 신청 수량만큼 그대로 배정을 한 것이니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공모의 '여진'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이후 수요예측에는 최대한 실수요를 반영해 참여하는 기관이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배정 물량이 많은 대형 공모주 참여를 꺼리는 경향도 강해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WCP 물량을 많이 받은 기관들의 여력이 소진되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형 공모주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WCP 주가 역시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는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WCP 상장 이후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기관의 순매수를 기록한 날이 별로 없다"며 "수요예측 당시 물량을 배정받은 곳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하며 공모가 아래에서 주가가 형성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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