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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기술특례상장 도입 가능성은 벤처투자업계 제도 신설 주장…거래소 기존 제도 활용 '팽팽한' 대립

김진현 기자공개 2023-05-16 08:33:44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2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딥테크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신설해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코스닥 시장의 본질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협회장(사진)은 지난달 중소기업벤처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 주최한 '벤처캐피탈 포럼'에서 처음으로 딥테크 기술특례상장제도에 대해 언급했다. 윤 협회장은 과거 바이오벤처 특례 기술 상장 제도를 도입해 국내 바이오 산업이 성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딥테크 기업에 대한 특례 제도를 만듦으로서 새로운 신성장 산업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딥테크인가

윤 협회장은 해당 발언 이후 딥테크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을 위해 국회, 거래소 등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딥테크 기업 기술 특례제도를 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나라가 집중 육성하려는 산업 영역이 딥테크인데, 그에 걸맞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딥테크라는 용어는 1990년대부터 존재했으나 당시엔 '하드 테크'와 같이 단순히 고도화된 기술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사용됐다. 주로 보안 영역에서의 기술을 딥테크로 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 딥테크의 정의는 달라졌다. 혁신 기술을 의미하는 뜻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기술 기업들을 포괄해 지칭하는 명칭으로 확장됐다.

우리나라에서 집중 육성, 성장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미래차 △이차전지 △바이오 △로봇 등 전 분야를 통칭하는 말로도 딥테크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윤 협회장은 이러한 딥테크 기업을 육성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모험자본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업들에 투자했을 때 상장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가 어렵다보니 벤처캐피탈 등 모험자본이 투자를 망설인다고 진단하고 있다.

윤 협회장은 첨단산업분야의 회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협회장은 "정부 예산이나 정책자금을 투입해 딥테크 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제도적으로 이들 기업이 민간과 시장에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주는 게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딥테크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특례상장 '바이오'만을 위한 절차 공방

윤 협회장이 딥테크 기술특례상장을 외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존재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바이오벤처를 위한 트렉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여전히 바이오벤처를 위한 절차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 기관 상당수가 바이오 벤처 평가 경험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바이오 심사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몇몇 평가기관에서 반도체, 통신 등 전문 평가 인력을 꾸리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문턱 자체가 높다"고 말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2005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성장형 바이오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평가 특례상장제도를 도입했고 2014년을 기점으로 대상 기업이 전 부문으로 확대됐다. 해당 제도는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중 2개의 복수기관에게서 A 또는 BBB 등급 이상의 기술평가등급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 경영성과, 시장평가 등 재무요건을 면제해주고 상장심사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이후 비바이오 기업들도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이후 바이오 기업이 아닌 회사들도 해당 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해 상장한 케이스가 많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17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비(非)바이오 기업들의 상장도 늘고 있는 추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특례상장 기업 가운데 48%가 IT기업으로 바이오기업 33%을 추월했다. 현재 거래소 특례상장 기업 178개 중 76개가 비바이오 기업인 상황이다.

◇딥테크 특례상장 도입 변수는

윤 협회장이 딥테크 특례상장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거래소가 기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IT 기업 등 기술기업에 맞게 개정한 상태라는 점은 '중복'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2월 코스닥시장 표준기술평가모델 도입을 선언하고 기존 기술특례 상장제도 평가항목을 개편하고 평가 절차 등을 개선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구체적인 세부 평가항목에 대해선 각 평가기관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개정토록 했다"며 "평가기관별로 평가항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바이오벤처가 아닌 기술기업도 특례상장제도 평가가 용이하도록 평가항목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평가 항목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역시 고민할 문제다. 현재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기술완성도 △경쟁우위도 △인력수준 △상용화수준 △시장규모 및 잠재력 △시장경쟁력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 18개 세부 항목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윤 협회장이 주장하는 딥테크 기술특례 상장 제도에 대해선 구체적 평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영성과나 시장성과가 아직 미미한 딥테크 기업을 상장시키는 게 주 목적인 만큼 기존의 기술평가특례상장과 차별화되는 평가항목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술 역량과 성장 잠재력 등을 확인해서 현재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딥테크라는 명칭이 최근 등장했을 뿐 종합적으로 기술 기업이라는 면에선 현재 기술특례제도 하에서도 공정하게 평가와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딥테크 기업만을 위한 특례상장 제도를 별도 신설하기보다는 현재의 기술특례상장을 비바이오 기업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보완을 이어나가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2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개선 보완한만큼 시간을 두고 개선 효과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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