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조력자' 산은의 고민 강석훈 회장, 미국 법무부 차관 면담 동행…자금 투입 '8000억' 회수 향방 오리무중
김서영 기자공개 2023-06-07 07:10:58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5일 07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공빅딜의 '조력자' KDB산업은행(산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기약 없이 지연된 가운데 시장에선 딜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딜에 모두 8000억원을 투입한 산은은 두 항공사의 합병이 반드시 성사돼야 하는 입장이다.최근 강석훈 산은 회장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 등과 함께 미국 법무부(DOJ) 차관을 면담했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항공업 재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한진칼에 주식과 교환사채를 합해 8000억원을 수혈해 추진하는 합병 작업이니만큼 미국행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미국 법무부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한 당위성 내지 경쟁 제한성 완화 포인트를 설명하기 위해 이들과 함께 배석했다.
산은 측에서는 합병 주체가 대한항공이므로 산은은 어디까지나 '조력자'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어 왔다. 하지만 산은 입장에선 항공빅딜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사항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대한항공이 받는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대한항공의 재무 구조엔 아시아나 합병이 더 부담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는 전년과 비교해 1010억원 감소한 19조7052억원이다. 유동부채는 43%, 비유동부채는 57%다. 장단기 차입금과 자산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부채가 줄어 들었다. 같은 시기 자기자본비율이 전년 대비 6.3%p 높아진 32%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전년과 비교해 76.4%p 크게 낮아지며 212.1%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전년과 비교해 1781억원 증가한 12조7397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이 1년새 630.4%p 낮아졌으나 여전히 1780.2%라는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일각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항공화물 운송으로 현금을 충분히 벌어둬서 버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은 2조219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 화물 운임이 급격히 상승하며 뜻밖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올해 1분기 현금흐름은 4481억원으로 나타났다.
결국 양대 항공사 사이에서 합병을 진정으로 원하는 쪽은 산은이 될 수밖에 없다. 산은의 지원을 두고 당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산은이 백기사로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딜이 무산될 경우 이같은 명분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산은의 재무적인 부담도 커진다. 산은은 한진칼 주식 5000억원, 교환사채 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회수하는 데 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또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단으로서 합병이 무산되면 새로운 원매자를 찾거나 아시아나항공이 자금난을 겪지 않게 도와줘야 한다. 항공업 특성상 유동화할 자산이 많지 않을뿐더러 모기업인 금호그룹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을 상황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올 들어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고 항공 수요가 늘어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합병 명분이 옅어지는 것 역시 산은의 고민이다.
산은 관계자는 "무산을 가정하지 않고 합병을 위해 최대한의 조력을 하고 있다"며 "만약 합병이 성사되면 그다음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 방안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합병이 무산된다면 8000억원 중 주식으로 확보한 분량이 많고, 교환사채 처리 문제도 걸려 있다. 단시간에 한진그룹과의 관계 정리하긴 어려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항공 역시 플랜B 없이 합병 성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합병 성사의 열쇠는 미국에 있다. 현재 2차 심사를 받고 시정 조치를 계속 이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늘 8월 3일을 기업결합 심사 데드라인으로 설정해둔 데 반해 미국은 기한 없이 지난한 협상 중이다.
남은 한 곳은 일본이다. 대한항공과 일본과의 내부 사전협의는 순조로운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다만 유럽, 미국 경쟁당국의 결정에 일본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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