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미국 진출기]화이트라벨링 vs 위탁운용, 복잡한 셈법 담겼다④미국 상장 ETF 주체 달라 "반쪽짜리 진출 우려"
윤종학 기자공개 2023-09-22 10:56:51
[편집자주]
국내 ETF 운용사들이 해외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진출한 미래에셋운용의 성공을 좇아 삼성운용과 KB운용도 도전장을 던졌다. 다만 실패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도 적지않다. 더벨은 삼성운용과 KB운용 ETF의 미국 진출 배경과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5일 13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미국 현지 운용사와 협업해 첫 상품을 준비 중인 가운데 상장 ETF의 주체가 현지운용사, 국내운용사 중 어느 쪽인지 주목된다. ETF 주체의 향방에 따라 해당 ETF의 비용, 수익, AUM의 소속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TF의 주체가 현지운용사에 있다면 미국 시장 진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ETF의 주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상장 예정인 ETF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지가 중요하다. 'Amplify Samsung SOFR ETF(삼성자산운용)'와 'Mast Global Battery Recycling ETF(KB자산운용)'의 상장 승인 신청서를 보면 KB자산운용은 Mast Global Battery Recycling ETF의 스폰서(Sponsor)로 참여한다.
미국 ETF 시장에서 스폰서는 ETF 설정에서 시딩을 담당하고 해당 ETF의 운용도 맡게 된다. Mast Global Battery Recycling ETF의 경우 패시브ETF인 만큼 직접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기 보단 지수를 선정하는 등 기획 단계에 참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KB자산운용와 협업하고 있는 현지 운용사 '네오스인베스트먼트'는 백오피스에 대한 자동화와 신탁 라이선스를 빌려준다. 일종의 화이트라벨링 ETF다.

화이트라벨링은 상품을 만드는 회사는 따로 있고 유통과 판매를 맡은 회사가 자사의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것이다. ETF에 적용하면 신탁비히클 제공과 규제, 수탁, 마케팅, 펀딩 등 백오피스를 담당하는 운용사가 서비스 수수료를 받고 ETF를 만들면 실질 운용은 ETF 상장을 의뢰한 운용사가 담당한다. 해당 ETF의 명칭에는 화이트라벨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용사의 이름이 담기지 않는다. 실제 Mast Global Battery Recycling ETF에도 네오스인베스트먼트가 빠져있다.
미국의 화이트라벨링 ETF 시장은 ETF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전문화된 영역이 존재하며 단순히 신탁비히클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ETF 설계부터 상장, 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다. 법규 및 제도를 다루는 규제서비스, 수탁과 마케팅을 다루는 펀드서비스, 자금을 모으는 캐피털마켓 서비스, 포트폴리오 최적화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삼성자산운용 뉴욕법인은 Amplify Samsung SOFR ETF의 서브 어드바이저(Sub-Advisor)로 참여하고 있다. 서브 어드바이저는 펀드의 증권매매 결정, 트레이딩 가격 결정, 포트폴리오 배분 등을 담당한다. 삼성자산운용 뉴욕법인이 Amplify Samsung SOFR ETF의 운용 지시를 담당하고 앰플리파이로부터 수수료를 공유받는 방식으로 일종의 위탁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백오피스와 운용이 분리된 형태라는 측면에서 화이트라벨링과 위탁운용은 언뜻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ETF의 주체가 어디냐를 놓고 보면 완전히 반대쪽에 위치한 방식이다. 화이트라벨링은 운용을 하는 쪽에서 백오피스를 지원하는 쪽에 수수료를 지급하지만 위탁운용은 백오피스를 지원하는 쪽에서 운용자문을 하는 쪽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즉 Mast Global Battery Recycling ETF의 비용부담, 법적책임 등은 KB자산운용에게 있지만 Amplify Samsung SOFR ETF는 앰플리파이에게 있다는 뜻이다. 대신 ETF의 수익, AUM 등도 이들에게 귀속된다.
삼성자산운용이 미국 시장에 첫 ETF를 선보이며 AUM 확대에 도움이 안되는 위탁운용 방식을 택한 것을 두고 복잡한 셈법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 앰플리파이가 국내에서 성공한 SOFR금리 ETF를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싶었다고 해도 굳이 위탁운용을 맡길 요인이 적다는 것이다. 액티브ETF이긴 하지만 주식형과 달리 기초 자산이 되는 금리만 담으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운용이 국내에서 어느 정도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SOFR ETF를 앰플리파이를 통해 상장하면 미국 진출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위탁운용 방식으로 Fee(수수료)도 쉐어할 수 있어 영리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자산운용은 위탁운용으로 참여한 것은 앰플리파이가 제3의 운용사가 아닌 지분관계로 묶여 있는 관계사여서 시너지 창출 차원의 선택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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