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새판 짜는 아주약품]'조 단위' 성장을 꿈꾸다…퀀텀점프 꾀하는 배경은①5개 법인 분할 공식화…안정성 버리고 달라지는 제약환경에 적극 대응

정새임 기자공개 2023-11-27 10:27:05

[편집자주]

70년간 로컬 영업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올려온 아주약품이 대대적인 개혁을 선포했다. 신약개발과 CDMO 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아 조직 개편 준비에 한창이다. 성장과 위기의 기로에 선 중소형 제약사들은 '변하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선택압 속에서도 쉬이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 새로운 길을 택한 아주약품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70년 구습을 탈피하고 인적·물적 전면 쇄신을 선언한 아주약품이 제시하는 청사진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3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사법이라는 강력한 규제 아래 국내 제약사는 '모험'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쪽에 가까웠다. 중소형 제약사일수록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높은 성장을 이룰 순 없을지라도 고정적인 약가와 오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적당한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외 환경은 점점 중소 제약사의 설 곳을 옥죄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의약품 약가인하·임상재평가·CP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갑자기 회사의 대표 품목이 시장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이전과 같은 영업 방식도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업력이 오래된 기업 특성상 변화를 시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아주약품의 패러다임 전환에 시장이 주목하는 배경이다.

◇"생존을 넘어 퀀텀점프가 목표"…조 단위 회사 꿈꾼다

아주약품이 각 사업부를 별도의 법인으로 분할하는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하나의 법인을 총 5개 법인으로 쪼개는 대대적인 개편이다.

아주약품은 지난 3일 아주약품을 △지주사 △R&D 및 제조법인 △판매전문법인 △의료기기법인 △건기식법인으로 분할하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지주사 체제 아래 사업부마다 별도의 법인을 세운다는 복안이다.

아주약품은 핵심사업인 전문의약품 개발과 수출, 임상, 마케팅, 영업관리, 생산 기능을 담당하고, 판매전문법인은 의약품영업대행(CSO) 기능을 맡는다. 아주약품 메디칼 사업부는 의료기기법인으로 분리된다. 아주약품의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브랜드 '올레아' 관련 사업은 건기식법인으로 운영한다.


그간 아주약품이 걸어온 길을 감안하면 놀라운 시도다. 1953년 설립된 아주약품은 올해로 70살이 됐다. 큰 성장동력이 없어 대형 제약사로 크진 못했지만 안정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건실하게 키워왔다고 볼 수 있다. 30년 넘게 영업적자를 낸 적도 없고 부채비율은 60~70% 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실적을 살펴봐도 큰 문제 없는 건실한 중소형 기업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아주약품은 16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88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5년 전인 2017년에는 매출 1117억원, 영업이익 13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50억원가량 쪼그라들었지만 매출은 조금씩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5년 전과 작년 각각 84억원, 78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크게 나빠질 일이 없어 보이는 아주약품이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뭘까. 아주약품은 이를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설명했다. '조 단위'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 아래 시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물론 급격한 변화에 반발하는 이들도 있고 적잖은 우려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주약품은 리스크를 걱정해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미래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수년 전부터 준비하며 밑그림을 그렸고 이를 실천할 단계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는 김태훈 대표가 임직원에게 보낸 공지문에서도 드러난다. 김 대표는 법인 분할이 '생존'을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일이라 강조했다. 지금까지 아주약품이 안정적으로 잘 살아남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시도로 퀀텀점프를 할 시기라는 의미다.

◇제약환경의 변화, 정면돌파 택한 아주약품

아주약품이 '지속적인 성장'을 고민하게 된 건 최근 제약업계을 둘러싼 환경적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많은 제약사가 성장과 위기의 기로로 내몰리게 된 몇 가지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임상재평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시하는 임상재평가는 과거 적합한 자료로 허가를 받았더라도 최신 기술 수준에 맞춰 여전히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제도다. 상시로 실시하는 제도이지만 최근 보험재정부담과 맞물려 임상재평가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는 것이 문제다. 연 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또한 임상재평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아주약품도 지난 2020년 임상재평가로 위기를 맞을 뻔했다. 연 처방액 250억원을 기록하는 회사의 대표품목 '아주베셀듀에프(베셀듀)'가 임상재평가 대상에 오르면서다. 1997년 허가받은 베셀듀는 아주약품이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품목을 국내 도입한 약이다. 돼지의 내장에서 추출 및 가공한 성분을 사용해 혈전 위험성이 있는 각종 혈관질환에 쓰인다.

아주약품 전체 매출에서 베셀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임상재평가를 통과하려면 대규모 임상을 해야 하는데 임상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투입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재임상에서 효능이 입증되지 않을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보험당국은 재평가 실패를 고려해 급여환수 계약도 체결하고자 했다. 이는 재평가 기간 지급받은 급여액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고민 끝에 아주약품은 베셀듀를 자진 허가취소하기로 했다. 이는 새로운 제품으로 250억원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의미다. 연매출 5000억원의 일동제약도 과거 연 처방액 200억원에 달하는 '큐란'의 퇴출로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던 것을 감안하면 아주약품의 베셀듀 허가취소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언제든 자사 품목이 임상재평가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시름을 앓는 지점이다.


높아지는 인건비와 지출보고서 제출 의무화 등 팍팍해지는 의약품 영업 환경은 제약사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했다. 특히 영업인력이 많지 않은 국내 중소 제약사들은 영업 외주화(CSO)를 차선으로 택했다. 아주약품도 그 대열에 오른 제약사 중 한 곳이다. 종합병원·도매를 제외한 병·의원 영업을 CSO로 전환했다.

CSO 전환으로 매출 공백을 메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높아진 지급 수수료가 숙제로 남았다. 2020년 181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이듬해 24억원, 2022년 88억원으로 쪼그라든 배경이다. CSO로 전환한 2021년 아주약품이 지출한 지급수수료는 203억원, 2022년에는 374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매출이 올라도 남는 건 적어졌다.

결국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환경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적자 없이 건실하게 기업을 키워온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할 기초체력은 충분하다.

아주약품 조직개편을 지휘하는 고위 임원은 "각 사업부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미래지향적 R&D 기반을 구축하는 것,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과 생산성 높은 영업방식으로의 전환, 이 네 가지 과제를 도출했고 이를 실행하는 전략에서 법인 분할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3000억, 4000억 정도가 아니다. 조 단위가 넘는 회사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