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김화진칼럼]말라카해협과 인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4-03-04 09:00:04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08: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구상에는 265개의 국제해협이 있다.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항로는 거의 모두 지구상에서 가장 바쁜 말라카해협을 지난다. 수마트라와 자바 사이의 순다해협도 있지만 멀리 돌아가는 셈이다. 또, 순다해협은 수심도 낮고 해류도 거칠어서 항해하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수심이 20m인 곳도 있다. 섬도 많고 곳곳에 석유채굴선 같은 해상 구조물이 있어 위험하기도 하다.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잇는 말라카해협은 수마트라와 말레이반도 사이의 약 800km 길이의 바다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은 38km다. 물류가 집중되고 길어서 해적들이 창궐했었다. 소말리아가 ‘뜨기’ 전까지 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루트다. 수마트라의 농장에서 발생하는 연기 때문에 시계가 200m까지 떨어지는 시즌도 있다.

연간 평균 10만 척의 선박이 말라카를 통항한다. 글로벌 해운의 25%에 해당한다. 싱가포르 인근 해역에서 수심이 25m로 낮아지기 때문에 초대형 오일탱커는 말라카를 통과하지 못하고 선박의 크기를 말할 때 파나맥스처럼 말라카맥스라는 용어가 생겼다.

말라카해협의 중심지는 말레이시아의 말라카다. 인구 약 100만의 유서 깊은 교역 도시다. 온갖 향신료 교역의 중심이었는데 16세기 초에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1641년에 네덜란드에 넘어갔다. 1824년에 영국령이 되었다. 2차 대전 때는 잠시 일본의 지배하에 들어 갔는데 1948년 말레이시아가 독립했다. 지금도 말라카 강을 중심으로 옛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다. 주로 싱가포르 사람들이 관광으로 많이 찾는 곳이다. 한국도 4대 관광 방문국이다.

말라카해협의 서쪽 입구는 인도가 통제할 수 있다. 인도양은 물론이고 572개의 섬이 남북 850km로 길게 펼쳐진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거주율은 5%지만 인도 영토다. 주변 해역의 수심이 깊어서 잠수함 기지 운용에도 적합하다. 미사일 기지 운영에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중동에서 오는 모든 선박은 안다만의 남단과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 북단 사이 173km의 그다지 넓지 않은 해협(6th Degree Channel)을 거쳐서 말라카해협으로 들어간다. 중국으로 가는 배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쓰는 60%의 석유가 지나간다. 그런데 중국과 인도는 사이가 좋지 않고 미국과 중국 간에 분쟁이 발생하면 인도는 미국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인도는 중국과 대대손손 카시미르 분쟁을 치르고 있고 남중국해가 불편한 중국은 육지를 통해 인도의 좌우인 아라비아해와 뱅골만으로 진출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를 위해 중국은 인도와 편치 않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3국에 공을 들이고 무기를 수출해왔다. 인도와 중국은 필연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 반면에 미국은 인도에 별로 큰 부담이 아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

말라카해협의 대안으로 잠재적인 운하 프로젝트가 있기는 하다. 태국의 푸켓 조금 위쪽을 보면 미얀마 국경 바로 아래 크라이스무스라는 말레이반도에서 가장 좁은 50km 폭의 지역이 있는데 여기에 운하를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태국이 새로 운하를 내면 중국과 일본은 1,200km의 항로 단축 효과를 본다. 특히 중국의 입장에서는 통상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매우 매력적인 전망이 가능하다. 중국 해군이 인도양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비밀리에 건설 비용 부담을 태국에 제안하기도 했다. 태국 정부는 1677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프로젝트를 아직 연구만 하고 있다. 그러나 설사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어도 중국은 다시 미얀마와 안다만 사이의 해역이나 안다만과 수마트라 사이의 해 역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함에 있어서 인도를 잊으면 안되는 이유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