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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라스베가스와 CES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4-01-02 09:00:52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2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는 뉴욕, 마이애미와 함께 미국 내 3대 관광지다. 도시로서 라스베가스의 상징은 다양한 개성을 자랑하는 호텔들인데 객실의 총 개수가 15만이다. 이 호텔들은 엔터테인먼트라는 한 가지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맞는다. 네바다에서는 카지노에서의 도박이 합법이다. 매년 1,000억 달러의 수입이 들어온다. 그래서 별명이 씬 시티다. 중국 마카오에 이어 2위다.

215만 인구의 베가스가 조성된 곳은 모하비 사막 한 가운데다. 원래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다. 베가스에서 가까운 데스밸리도 모하비의 일부다. 1905년에 조성된 베가스는 1931년까지 인구 3천이 안되는 별일 없는 타운이었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네바다 주는 미국 최초로 모든 형태의 도박을 합법화 했다. 근처에 후버댐 건설이 시작된 해도 1931년이다. 초대형 건설공사가 부근에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LA를 주름잡고 있던 마피아들도 같이 왔다. 이들이 카지노가 아예 같이 있는 호텔 컨셉을 도입했다.

1936년에 댐이 완공되면서 미국에서 가장 큰 담수호 미드호가 생겼다. 물 문제와 전력 문제가 없어지고 베가스에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원래 네바다 최대 도시는 리노였는데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 베가스가 추월했다. 하워드 휴즈가 만년을 보내기 위해 베가스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 것도 베가스의 융성과 고급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골든너깃호텔을 필두로 한 스티브 윈의 투자와 재능이 베가스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시켰다. 윈은 미라지, 트레저아일랜드, 분수쇼가 트레이드마크인 벨라지오를 지은 전설적인 사업가다.

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수자원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콜로라도강의 수자원은 강이 거쳐가는 여러 주들간의 협약으로 나누어진다. 인구가 가장 적었던 네바다의 몫은 4%에 불과했고 최근에는 미국 서부의 가뭄으로 미드호 수위가 많이 내려갔었다. 베가스는 이 문제를 첨단의 정수 기술로 해결했다. 베가스에서 사용되는 물은 문자 그대로 단 한 방울도 예외 없이 리사이클 된다. 수자원 절약 정책도 성공적이어서 인구가 늘어나는데도 물 사용은 줄어든다. 가구마다 관상용 잔디를 다 없애고 사막 식물로 대체한 것이 좋은 예다.

라스베가스 서쪽으로 2시간 거리에 팀비샤 인디언부족의 고향인 데스밸리(Death Valley)가 있다. 이름 그대로 ‘죽음의 계곡’이다. 외계행성 같은 풍광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달 표면 장면으로 영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해수면보다 86m 낮은 지점도 있다. 가 보면 근처에 있는 작은 산 중턱에 해수면 높이가 표시된 팻말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습도가 10% 미만이어서 한여름에도 못 갈 곳은 아니지만 위험하다.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사진 찍기를 하노라면 지나가던 자동차들이 혹시 무슨 문제가 없는지 정차하고 물어보거나 아니면 천천히 살피면서 지나치는 그런 곳이다.

데스밸리라는 이름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때 개척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토양에 염분이 많아서 새도 가로질러 지나가지 못하고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애당초 부근에 새가 살지도 않을 것 같다. 먹이가 없다. 지금도 스타트업들이 창업 초기에 자리잡는 약 3~6년 시기를 데스밸리라고 부른다. 버텨서 생존해야 한다. 메타, 트위터, 구글 모두 데스밸리를 잘 건너온 기업들이다. 나는 데스밸리에 두 번 가 보았는데 한 번은 마침 캘리포니아 천문관측동호회가 행사를 하고 있었다. 칠흑 같은 밤 날을 잡아서 하늘을 바라보는 행사다. 덕분에 고성능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보는 행운을 누렸다. 특히 이곳은 맑고 공기가 건조해서 보통날에도 은하수가 잘 보인다.

라스베가스에서는 매년 초에 CES가 열린다.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다. 전 세계의 기업들이 모여 신기술과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전자에서는 삼성전자와 LG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 자동차도 홀 하나를 다 채울 만큼 비중이 큰데 올해 현대자동차그룹 회사들도 대규모로 참가한다. CES 때는 대한항공이 비상근무에 돌입할 정도로 우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동한다. 2023년 CES도 그랬고 올해도 그럴 것이다. 우리 기업들 모두 올해 CES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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