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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배정 편법 횡행]일임재산 중복참여 불가, 펀드 비히클엔 '속수무책'①인수업무 규정 위반기준, 적용대상 한계

조영진 기자공개 2024-03-21 07:51:45

[편집자주]

공모주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시중 자금이 쉴새없이 밀려들고 있다. 다만 물량을 더욱 많이 배정받기 위한 편법에 가까운 전략들도 성행하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가 몇몇 운용방식을 상대로 칼을 빼들고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더벨은 그간 업계에서 묵인돼 왔던 공모주 수요예측 관행과 해결책 등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14:28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투자협회가 돌연 공모주 수요예측 불공정행위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수요예측 중복참여로 이득을 취하려는 업계 분위기, 신규 상장 종목의 시초가 이후 급락세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불공정행위의 위반기준이 일임재산에만 적용되고 있는 탓에 펀드 비히클에선 여전히 중복참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월부터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PO(기업공개) 수요예측과 관련해 인수업무규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는 행위를 고지했다. A회사가 고유재산 일부를 B회사에 일임 운용할 경우, 해당 자금을 활용해 특정기업의 IPO 수요예측에 양사가 모두 참여하는 행위는 '중복참여'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A사가 고유재산을 활용해 '투자일임회사(고유)" 기관구분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같은 자금을 타사에 일임해 '국내 법인투자자' 등 다른 기관구분으로 각각 참여하는 방식은 인수 질서에 반하는 중복참여 행위로 분류된다. 이는 여러 비히클을 통해 그간 비일비재하게 활용되던 투자 전략이지만, 일임재산에 한해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칼을 빼든 상황이다.

업계는 그간 묵인돼왔던 해당 수요예측 참여방식에 대해 금융투자협회가 돌연 조치를 취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보호에 영향을 끼칠 만한 특정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니고, 단순 가이드라인 제시 및 사전 안내일 뿐이란 게 협회측 설명이다. 다만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투자일임업 등록 추이, 최근 상장한 공모주의 시초가 이후 급락 사태 등이 해당 조치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근 기관투자자들은 일임계좌를 통해 고유재산을 서로 재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공모주 배정물량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임업을 뒤늦게 등록하려는 기관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라이선스 등록을 위한 대기 순번도 평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올해 들어서만 10곳 이상의 기관법인이 투자일임업 라이선스를 등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공모주들이 상장 직후 줄줄이 하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업계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수요예측 중복참여로 공모주 물량을 확보한 기관투자자들은 시초가 매도전략을 펼칠 수 있지만, 물량 확보가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은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에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 코스닥시장에 신규상장한 11개 종목(스팩합병 제외) 중 상장일 시초가를 웃돌고 있는 기업은 현재 우진엔텍 뿐이다.


업계에선 금융투자협회의 이번 조치가 자정 작용을 불러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임재산을 활용해 IPO 수요예측에 중복참여하는 행위를 꼬집긴 했으나, 가장 활발히 쓰이고 있는 펀드 비히클에 대해선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집합투자재산 비중에 제한이 없어 재산의 상당비중을 다른 공모주펀드에 재간접 투자하고, 해당 공모주펀드는 또다른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등의 순환출자 방식이 활용된다. 이 경우 공모주 투자 및 청약에 사실상 레버리지 제한이 없다는 게 업계의 주된 설명이다.

금융투자협회 측도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펀드 편입재산 확인의 어려움, 일임재산과 다르게 명시된 운용 지시권 등 불분명한 여러 요인들이 있는 탓에 펀드 비히클의 수요예측 중복참여는 당장 막기 어렵다는 게 협회측 설명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그간 기관투자자들이 활용해온 수요예측 중복참여 방식은 지난해 금융 당국이 수립한 허수성 청약 방침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서 최근 업계에 안내한 것"이라며 "다만 펀드 비히클의 경우 투자자와 투자신탁이 원칙적으로는 분리된 개념이기 때문에 일임재산처럼 일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또 펀드 비히클의 경우 공모주 수요예측 과정에서 편입재산을 일일히 확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정기감사 등의 방식으로 중복참여 여부를 후행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존재한다"며 "해당 부분을 현실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금융당국과 논의를 해야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 단에서는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조단위 펀드를 운용하는 대형사의 경우 향후 발생할지 모를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수요예측 중복참여 빈도를 줄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준비되지 않은 탓에 대다수 공·사모 운용사들은 중복참여 전략을 고수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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