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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앙 맥도날드'의 사정 [thebell note]

고진영 기자공개 2024-03-22 07:35:32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1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야구를 돈 내고 봐야하나. 프로야구 온라인 시청이 유료화되면서 팬들은 불만이 많아졌다. 그럴만도 한게 국내 스포츠는 공공재처럼 취급돼왔다. 중계권이 티빙에 팔렸을 때도 ‘설마 유료는 아니겠지’란 희망회로가 은연중 깔려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프로스포츠 콘텐츠는 공짜로 보기 힘든 추세다. 미디어플랫폼들이 서로 중계권을 따내려고 전쟁 중이니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스포츠 리그들의 생존력마저 이젠 중계권료를 얼마나 비싸게 받아오느냐로 좌우된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인 프리미엄리그(EPL)를 보자. 프리미엄리그는 1992년 독립 출범했는데, 그 자금의 배경엔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이끌던 스카이스포츠가 있다. 당시 스카이는 5시즌에 3억400만파운드를 주고 EPL 중계권을 샀다. 이 때부터 머독은 스포츠야말로 유료 TV 시장의 강력한 공성추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스카이와 EPL의 공생은 프리미어리그가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돈줄이 됐다. 20위클럽이 1위클럽을 이겨도 놀랍지 않다는 프리미어리그의 상향 평준화는 이렇게 이뤄졌다. 지난해는 EPL이 4시즌 동안 67억파운드(약 11조4000억원)로 중계권 계약을 갱신했다. 시즌당 약 17억파운드, 기존 계약보다 약 4% 오른 금액이다.

최근 EPL의 인기를 감안하면 인상률이 높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리그와 비교했을 때 EPL의 우위는 압도적이다. 이탈리아 세리아와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의 중계권 규모를 보면 전부 EPL의 절반을 간신히 넘거나 못 미친다.

제일 난감한 곳은 프랑스 리그앙이다. 리그앙은 다음 시즌부터 공식 이름이 ‘우버이츠 리그앙’에서 ‘리그앙 맥도날드’로 바뀐다. 스폰서가 우버이츠보다 500만 유로를 더 주는 맥도날드로 바뀌면서 네이밍 권한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유서깊은 이름에 맥도날드라니 다소 체면 상한다.

리그앙은 2024년~2029년까지의 국내 방송권을 팔기 위해 지난해부터 고군분투했지만 유찰됐다. 최저 입찰가는 8억유로인데 사겠다는 방송사가 등장하지 않았다. 1984년부터 리그앙을 중계해오던 카날 플러스도 이번엔 40년만의 불참을 선언했다.

카날 플러스의 중계권 포기엔 복잡한 사정이 있지만 본질은 리그앙의 약해진 매력으로 요약된다. 리그앙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보다 UEFA 계수 포인트가 겨우 3점 앞서고 있다. 바로 위인 분데스리가보다는 19점 뒤쳐진다. 5대리그 끝자락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설상가상 리그앙 1위인 PSG는 스타플레이어 음바페와 이별을 앞뒀다. 음바페는 이번 시즌을 마치고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다.

리그앙은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유럽에서 더 좋은 성적,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가 필요했고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이름에 맥도날드를 붙인 이유는 이런 유동성의 절박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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