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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3년만의 유증…CFO "채무상환 No, 신약 올인" 1300억 유증 추진, 최철진 CFO "항암 파이프라인 임상 자금 확보, M&A도 고민"

김형석 기자공개 2024-03-27 08:28:16

[편집자주]

투자 유치는 곧 기업의 능력이다. 특히 뚜렷한 매출원 없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 자금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다. 다만 투자금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조달 목적 및 투자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펀딩난 속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이들의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08:3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기업 신라젠이 최대주주 변경 이후 처음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조달자금 1300억원으로 규모가 상당하다. 그러나 이유있는 조달이라는 게 신라젠 입장이다. 단순 부채상환이나 재무안정 목적이 아니라 항암파이프라인의 임상을 위한 승부수다.

더벨은 이번 조달을 전면에서 지휘하고 있는 최철진 신라젠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에게 자금조달 목적 그리고 용처 등을 물었다.

◇작년 현금성 자산 2배 증가…"차입금 상환 유증 아냐"

신라젠은 22일 이사회를 통해 129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신주 발행주수는 총 3450만주다. 주주배정후 실권주에 대해 일반공모를 진행한다. 납입일과 신주 상장예정일은 각각 6월18일, 7월2일이다.

신라젠의 유증은 2021년 이후 3년여 만이다. 당시 현 최대주주인 엠투엔을 대상으로 3자배정 유증을 실시했다. 사실상 엠투엔이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처음이다.


이번 유증의 특징은 채무상환자금이 '0원'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최 상무 역시 이 지점을 주의깊게 봐달라고 강조했다.

최 상무는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유증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때문에 조달 자금 사용처가 채무 상환 목적이 크다"며 "신라젠의 경우엔 차입금을 상환을 위해 유증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신라젠의 재무구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22억원이다. 1년 전보다 104억원 증가한 액수다. 영업손실이 축소된 데다 차입금 상환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이 기간 차입금과 사채는 144억원에서 81억원으로 줄었다. 채무상환 이슈로 유상증자를 단행할 요인이 적다는 뜻이다.

◇조달 자금 90% 임상·파이프라인 경쟁력 확보에 투입

신라젠의 유증 사용 목적을 보면 조달 자본 중 90%에 달하는 금액이 운영자금으로 투입한다. 세부적으로는 대부분 파이프라인에 대한 투자로 중장기적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안정성 확보에 무게를 실었다.

대표적 자금 투입처는 미국·한국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 항암 파이프라인 'BAL0891'다. BAL0891은 2022년 스위스 제약기업 바실리아에서 도입한 항암제다. 해당 분야에 이번 조달 예정 금액 중 가장 많은 약 574억원을 배정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승인을 신청해 삼중음성유방암(TNBC)과 위암(GC)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용량 확장 임상시험을 추가했다. 처음 계획보다 96명이 늘어난 총 216명으로 시험 대상자를 확대하면서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도 핵심 투자처다. 신라젠의 차세대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GEEV'를 적용한 SJ-600 시리즈는 자체 플랫폼 기술을 통해 기존 항암 바이러스 취약점으로 꼽히는 정맥 투여 전달력을 높인 것이 강점이다.

신라젠은 지난해 서울의대와 함께 전임상을 마치고 인체 대상 효능 입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라젠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SJ-600의 독성 실험 및 대량 생산과정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다.

최 상무는 "이번 자본조달이 완료되면 당사는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고 리제네론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상 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임상·BD 전담 미국법인에 156억 투자…향후 M&A도 검토

신라젠은 유증으로 조달하는 자금 중 156억원(12.1%)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미국법인인 신라젠 바이오테라퓨틱스에 증자 개념으로 투입한다. 신라젠의 BD와 FDA 대응 등 미국임상을 지휘하는 거점이다. 당장 유증에 M&A 자금 사용 목적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말 앱티스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장기적으로는 신규 M&A도 고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 상무는 "앞서 유증을 추진할 때 1300억원 중 200억~300억원가량을 M&A 또는 신규 파이프라인 구축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당초보다 소폭 줄어들지만 과거보다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M&A 사례 등을 봤을 때 인수를 확정하기 전까지는 여러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규사업 진출의 일환으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재생의료·로이반트(Roivant) 등 다양한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중 mRNA는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과의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 mRNA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은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다. SJ-600의 백신 개발 시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상무는 "이번 유증은 신라젠의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 받는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197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와 한양대학교 회계학과 박사를 거쳤다.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기업 재무관리 분야를 맡았다. 이후 다수의 기업에서 재무 총괄직을 역임한 뒤 2021년 신라젠에 CFO로 합류했다. 현재는 신라젠에서 재무총괄과 Commerce사업그룹장을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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