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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CFO 스토리]CFO는 재무만? 에이비엘의 이재천, BD까지 '전천후'①창업주와 한화서 맺은 인연, R&D만으로 '돈 버는 바이오텍' 모델 정립

차지현 기자공개 2024-04-18 11:03:15

[편집자주]

기업의 곳간지기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업권별로 그 역할과 무게가 다르다. 바이오텍 CFO는 단순히 재무·회계 등 숫자만 잘 알면 되는 정도가 아니다. 무르익지 않은 기술을 투자자들에게 선뵈며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기술수출 현장을 직접 뛰며 사업 중심에 서기도 한다. 이 같은 바이오텍 CFO 역할은 투자 혹한기인 지금 시점에 그 중요성이 배가 된다. 기술이 바이오텍의 존재의 이유라면 CFO는 기술의 생존을 이끌어 내는 키맨이다.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텍의 CFO를 만나 혹한기 생존전략을 물었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08:5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설립 3년 만에 코스닥 입성 그리고 상장 후 4년 만에 흑자 턴어라운드. 이 모든 걸 이뤄낸 에이비엘바이오는 그야말로 바이오 업계의 롤모델로 꼽힌다. 특히 흑자전환은 상장 후 단 한 번의 차입이나 증자 없이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로만 일군 성과라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재천 부사장은 에이비엘바이오의 성장 스토리를 만든 주역이다. 창업부터 빅딜 체결까지 경영 전반에 이 부사장의 손길이 닿아 있다. 현재 또 한 번 퀀텀점프를 준비 중이다. 항암제 자체 임상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설립 3년 만에 상장, R&D로 흑전' K-바이오 롤모델 등극

에이비엘바이오가 걸어온 길은 가히 신약개발 바이오텍의 모범 케이스라 할 만하다. 상장 전 이미 99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회사를 설립한 지 3년이 채 되기 전인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통상 회사 창업 후 상장까지 약 10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상장 이후에는 10거래일만에 시가총액 1조원에 다가섰다.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2년 초 프랑스 사노피에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1조3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만 9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이었다. 기술수출 가뭄을 겪던 국내 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전임상 단계 물질로 조 단위 '빅딜'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일이기도 했다.

사노피 딜은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2022년 연결기준 1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3년 연결기준 매출은 656억원, 영업손실은 26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성자산은 281억원이다.

상장 후 단 한 번의 차입이나 증자 없이 기술수출로만 일군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나아가 기술수출로 벌어들인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도 확립했다.


이 같은 성공 스토리를 가능케 한 건 단연 탄탄한 기술력이다. 뇌질환 치료에 쓰이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B'를 원천 기술로 보유했다. 파킨슨병 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핵심은 외부 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을 뚫고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그랩바디-B를 적용하면 항체의 BBB 투과율이 기존 대비 10배 이상 높아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기술이 좋다고 모든 바이오텍이 탄탄대로를 걷진 않는다. 상업적 가치 판단에 기반해 어떤 파이프라인에 집중할지 세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R&D에만 매진할 수 있는 자금 환경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사의 미래 성장성을 설명하고 기업가치를 꾸준하게 증명해 나가는 과정은 필수다.

◇창업공신 CFO, 재무관리부터 IR·PR, BD까지 회사 전반 손길

이 모든 역량을 종합해 '돈 버는 바이오텍' 신화를 만들어낸 인물이 이 부사장이다. 그는 경영 컨설턴트 출신이다. 고려대 경영학 학사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및 의료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올리버 와이먼, 딜로이트 컨설팅 등을 거쳤다.

창업주 이상훈 대표와 연을 맺은 건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에서 전략 담당 상무로 근무할 때였다. 당시 이 대표는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 총괄이었다. 한화그룹이 신수종사업으로 키우던 바이오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에이비엘바이오에서 이 부사장의 역할은 단순 CFO 그 이상이다. 창업공신이자 어느 업무를 맡겨도 제 몫 이상을 하는 전천후다. 창업 초창기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 정리로 정신이 없던 이 대표를 대신해 임시로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를 맡기도 했다.

현재 CFO로서 재무회계나 자금 관리는 물론 주가를 부양하고 회사 소식을 투명하게 알리는 IR·PR 업무도 맡고 있다.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고 방향성을 잡는 전략 총괄 역시 그의 관할이다. 이에 더해 기술수출 및 오픈 이노베이션 등 사업개발(BD) 부문도 일부 담당하고 있다.

경영 전략뿐만 아니라 기술 등 회사 전반에 대한 CFO의 높은 이해도. 에이비엘바이오가 업계 롤모델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누구보다 회사를 잘 안다는 자신감은 시장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규모 커져도 변함없는 대원칙 '신뢰'…항암 자체 임상 도전

후배 바이오텍들의 길라잡이가 된 에비이엘바이오 입장에선 책임감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국내 업계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관심 대상이다. 이 부사장이 말하는 에이비엘바이오의 경쟁력은 '신뢰'다.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투자자들에게 강조하는 포인트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수출을 통해 사업성을 입증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 에이비엘바이오는 연이은 기술수출 성과를 통해 약속을 지키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2020년 말 시총 상당분을 반납하면서까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 소식을 선제적으로 알린 것도 투자자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공시 사항도 아니었고 수많은 바이오텍이 그랬던 것처럼 침묵을 유지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투자자 반발을 감내해야 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도움이 된 판단이 됐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장이라는 대원칙은 사노피 딜 이후 2막을 바라보고 있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중추신경계(CNS)에서 항암으로 파이프라인 영역을 확장하고 조기 기술수출에 그치지 않고 자체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밤낮으로 몰두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면서 650억원 규모의 강남 부동산에 베팅한 점도 눈에 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업력 20년이 넘은 1세대 바이오텍도 실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탄탄한 기술력과 경영 전략을 앞세워 가시화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에이비엘바이오의 행보는 단연 돋보인다"면서 "기술수출로 확보한 자금을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국내에 새로운 바이오텍 모델을 보여준 것과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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