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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기술특례상장에 '실적' 강요하는 모순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25 08:59:37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3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5년, 2026년 각 사업연도의 영업이익을 달성 못할 경우 영업손실액 상당을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가 현재 보유 중인 당사 발행 보통주식의 5% 한도로 의무보유기간 종료 직후 당사에 무상으로 증여하기로 확약했습니다."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한 바이오 업체의 증권신고서 내용이다.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상장 당시 제시한 실적 추정치를 못 지킨 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안을 내놨다.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당국 입장은 이해가 간다. 상장사로서도 주주와 약속을 지키는 건 마땅한 일이다. 다만 이번 거래소 제재엔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기술특례제도의 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익성은 부족하지만 기술력과 잠재력을 갖춘 업체의 상장 문턱을 낮춘 제도다. 자금 조달의 숨통을 틔워 유망한 기업엔 성장 기회를, 투자자에겐 자산 증식의 기회를 제공하겠단 게 본래 목적이다. 기술성평가를 통과해 상장한 기업에 단기간 내 실적을 내라고 요구하는 건 모순적이다.

특히 그 대상이 신약개발 바이오텍이라면 매출이라는 잣대만으로 평가해선 더더욱 안 된다. 오랜 업력을 지닌 빅파마조차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덴 10년 이상이 걸린다. 신약개발에만 온 역량을 쏟아도 모자랄 국내 바이오텍은 매출 구색을 갖추느라 베이커리, 물티슈, 핫팩 등 본업과 무관한 사업에 나서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거래소 제재안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미래추정이익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업체의 펀더멘털이 아무리 좋아도 환경적 요인 등 여러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미래추정이익 또는 이를 기반으로 한 희망공모가의 적정성 여부 판단을 시장의 몫으로 남겨뒀던 이유다.

예비 상장사의 실적추정치가 허상으로 남지 않으려면 상장 전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 제대로 된 기술성평가가 진정한 투자자 보호 장치라는 얘기다. 작년부터 이어진 기술평가모델을 정비 작업에도 여전히 기술성평가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는 앞선 업체에 투자자소통(IR) 시 신약개발 대신 의약품 위택개발생산(CDMO) 사업을 부각하라고도 요구했다고 한다. 신약개발사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읽힌다.

이쯤 되니 걱정이 앞선다. 코스닥 시장이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토끼를 다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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