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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삼성·애플·TSMC' 다 잡은 이오테크닉스, 그 끝은1989년 창업 이후 레이저 외길, 1년 전부터 밸류 급상승…글로벌 공급사 도약 준비

조영갑 기자공개 2024-04-23 14:07:2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2일 07:0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이오테크닉스는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요.

이오테크닉스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1년 만에 코스닥 반도체 장비 대장주 반열에 오르더니 이제는 코스닥 '톱5'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최정상에는 2차전지 리밸류에이션(재평가)의 흐름을 타고 서서히 반등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22조3000억원), 에코프로(13조7665억원)가 있습니다만, 시장에서는 하반기 반도체 업사이클을 탄다면 최정상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오테크닉스가 수월하게 체급을 더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합니다. 현재 이오테크닉스의 시가총액은 3조원 선을 오가고 있습니다.

아직 코스닥 대장주를 잡으려면 갈 길이 멀어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프를 보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소위 '특이점'이 온 이후 천장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중동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로 인해 단기적으로 조정이 오기는 했지만, 글로벌 증시 전체의 이슈이기 때문에 회사의 역량과는 관계가 없는 걸로 판단됩니다.

이오테크닉스의 벌크업은 지난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약 1년 전인 5월 중순만 하더라도 이오테크닉스의 주가는 현 3분의 1 수준인 7만 대 후반이었습니다. 시가총액 역시 1조원을 밑도는 9700억원 대였습니다. 1년 구간 최저점은 지난해 5월 17일 7만8900원이었지만, 6월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해 꾸준히 우상향, 올 4월 12일 28만1000원의 52주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현재는 기세가 약간 꺾인 상황이고요.

투심이 몰리는 종목이었던 만큼 주가 변화의 모멘텀은 한 주체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개인, 외국인, 기관계, 연기금, 사모펀드, 기타법인 등 다양한 투자 주체들이 매수와 매도를 거듭하며 주가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이 때문에 변동성이 일정 부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포트에 담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개인과 외국인 비중이 눈에 띕니다. 개인 투자자들을 올해 들어 빨간불(순매수) 행렬을 보이며 주가 상승에 한몫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한도주식수(1232만주) 대비 21.23%의 소진율을 보이면서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최근 5거래일 구간에서는 16일을 제외하고, 순매도세를 보였군요. 중동전쟁에 따른 투심 위축의 증거로 보입니다.

▲이오테크닉스 1년 구간 그래프(출처=네이버증권)

◇Industry & Event

이오테크닉스(EO Technics)는 레이저 광학 기반 반도체 공정 장비 전문 제조사입니다. EO는 Electro-Optics(전자 광학)을 의미하죠.

성규동 회장이 1989년 엔지니어 3명을 데리고 창업했습니다. 현재는 자체 레이저 소스를 토대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제조 장비를 양산하는 국내 기업이 다수 있지만 당시에는 기술을 보유한 제조사가 국내에 없었거니와 개념 자체도 정립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성 회장은 일찌감치 레이저 광학 기술의 범용성을 간파하고, 레이저 톱티어 제조사를 꿈꿨습니다.

이오테크닉스는 창업 4년 만인 1993년 세계 최초로 펜 타입 레이저마킹 장비(Laser Marker)를 개발하고, 산업 시장에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레이저마킹 솔루션은 현재의 이오테크닉스를 있게 한 효자 품목입니다. 삼성전자가 제작하는 메모리에 레이저로 로고와 일련번호 등을 새기는 레이저마킹 장비를 이오테크닉스가 공급하죠. 간단한 것 같지만, 완성된 칩에 문신을 새기는 작업이기 때문에 광원이 세밀하게 조사되지 않으면 완성 칩을 못쓰게 됩니다. 이오테크닉스는 국내 레이저마킹 시장의 95%, 글로벌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절대강자입니다.

이오테크닉스는 레이저 마커를 시작으로 응용 기술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레이저 드릴링을 시작으로, 레이저 어닐링, 레이저 그루빙, 다이싱 등 반도체 전후공정 관련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사 군을 확대해 왔죠. 2007년 세계 최초로 레이저빔을 최대 4개로 분할하는 '멀티빔' 기술을 선보이면서 기술 격차를 벌려왔습니다. 반도체 후공정 분야의 거대기업인 일본 디스코(DISCO) 다이아 블레이드로 자르고, 뚫는 기술에 기술 장벽을 쌓아 온 것처럼 이오테크닉스는 레이저 광학을 기반으로 반도체 미세 절삭 가공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냈다는 평가입니다.

▲이오테크닉스의 전략장비 중 하나인 그루빙&다이싱
이오테크닉스의 밸류업의 시작은 아무래도 HBM(고대역폭메모리)이라는 키워드를 빼고 설명하기 힘들 것 같네요. 지난해 말부터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시장 개화가 빨라지면서 HBM 관련주들의 리밸류에이션이 시작됐습니다.

이오테크닉스는 SK하이닉스 HBM 라인 공급사가 아니지만, 이미 2020년부터 삼성전자 D램 1z(15나노급) 양산 공정에 레이저 어닐링 시스템을 공급한 이력 덕에 재차 주목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 HBM 선단 공정에 도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정적인 포인트는 파운드리 최강자 대만 TSMC와의 협업 소식입니다. 이오테크닉스는 현재 TSMC 측과 레이저 그루빙(Laser Grooving), 디본더(Debonder) 등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레이저 그루빙은 웨이퍼를 칩 단위로 자르기 전 웨이퍼의 상당 부분을 레이저로 제거해 블레이드나 레이저 다이서(Dicer)가 통과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그리는 디바이스죠. 디본더는 웨이퍼 캐리어를 제거하는 장비고요.

TSMC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SK하이닉스 HBM로 구성된 칩렛을 어드밴스드 패키징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오테크닉스의 장비들이 TSMC 양산라인에 공급되고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의 협업에도 이오테크닉스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Market View

코스닥 반도체 대장주 격인 만큼 기관의 관심도 큽니다. 리포트가 꾸준히 나오고 있네요. 몇 가지 특기할 만한 리포트만 축약해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11월 17일 KB증권 박주영 연구원은 '반도체 레이저 장비 국산화 도장 깨기'라는 재미난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했습니다. 그러면서 목표가를 19만원을 제시했네요. 이 수치는 이미 훌쩍 넘어섰습니다. 삼성전자가 초미세 선단인 1znm 이하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이오테크닉스의 레이저 어닐링 장비의 수요가 커지고 있고, 그루빙과 스텔스 다이싱이 TSMC 공급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TSMC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으나 '도장깨기'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했습니다.

지난 11일에는 교보증권 김민철 연구원이 'HBM 16단 시 포텐셜 현실화'라는 제목으로 목표가를 27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D램 공정이 최선단으로 진행됨에 따라 이오테크닉스의 레이저 다이싱, 그루빙, 풀 커팅 장비의 입고가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HBM 관련 어닐링 역시 수요처가 늘어날 걸로 봤습니다.

◇Keyman & Comments

이오테크닉스는 '성규동의, 성규동에 의한, 성규동을 위한'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고요? 1957년 생인 성 회장은 여전히 불 같은 카리스마로 회사 전반에 대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경영 승계의 단서를 찾기도 힘듭니다. 모든 조직원들이 그의 꼼꼼한 경영 매니징에 혀를 내두릅니다. '레이저 권위자'의 풍모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업계에서는 이오테크닉스는 '삼성을 만나도 밥을 사지 않는 회사'로 회자됩니다.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다수의 관계자가 동일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성 회장의 프라이드와 연관돼 있습니다. '레이저 기술은 우리가 세계 최고인데, 밖에 나가서 머리를 조아리지 말아라' 정도로 축약될 수 있습니다. 특허소송에 대해서도 싸움을 불사하지 않는 강성입니다.

때문인지 이 회사의 IR 책임자(이홍 파트장) 역시 여의도에서 강성으로 분류됩니다. 친절한 IR은 고사하고, 주주들에게도 '고자세'라는 원성이 자자합니다. 기자들에 대한 응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강력한 수준의 고객사 NDA(비밀유지협약) 때문일 겁니다.

TSMC 관련 입고 상황을 물었을 때 이 파트장은 "언론사와 접촉했다는 사유 만으로 내부 징계사유가 된다"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후 재차 통화를 하면서 오해를 풀었으나 취재에 필요한 디테일을 얻지는 못했죠. 이창선 영업담당팀장과도 통화했는데, 이 팀장은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팀장은 "1분기 A사향 입고가 진행될 것 같다"고 말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아무래도 이오테크닉스와 관련된 이벤트가 더 풍성해 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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