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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오르면 정유사 버는 돈 많아질까, 이익구조 뜯어보니 현금흐름과 관계 없는 재고평가이익 상승, 법인세·운전자본 투자도 늘어나

김위수 기자공개 2024-04-26 08:26:36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유사들의 이익구조는 국제유가에 강하게 연동돼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그 규모가 줄어든다. 연초 배럴당 78.1달러(두바이유 기준)였던 유가는 24일 기준 88.86달러로 13.8% 올랐다.

지난해 말 부진했던 정유사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은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시기 76억원에 불과했던 에쓰오일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4965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도 직전 분기 대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다만 관련업계에서는 정유사들의 1분기 실적에 일부 착시가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국제유가, 현금흐름도 좌우할까

정유업계에서는 정유사들의 손익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영업이익만을 봐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한다. 원유 매입과 석유제품 출고에는 시차가 발생하는데, 그동안 유가가 상승하면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한다. 재고평가이익은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는 장부상 이익으로 볼 수 있다. 유가가 하락하는 시기에 고스란히 반납되는 이익이다.

문제는 유가 상승으로 실질적인 현금 유입은 없는 데 반해 추가적인 현금 유출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경우 재고평가이익으로 계상할 수 있는 재고평가이익은 2500억원 정도다. 각 기업의 판매 물량에 따라 정확한 금액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영업이익이 2500억원 증가할 경우 법인세 증가분은 약 6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한 고유가가 국면에서 일어나는 운전자본 투자금의 증가도 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유사에서는 유가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마진이 상승하는 경우를 가장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낮은 상태에서는 수요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마진 상승과 수요 확대가 동시에 일어나며 현금창출력이 극대화되는 상황이다.

현재의 상황은 정반대다. 높은 유가가 이어지는데, 마진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숫자상 이익은 늘어나며 각종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성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셈이다.

4월 셋째주 정제마진은 지난해 말 대비 44.5% 하락한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정제마진이 배럴당 7달러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각사의 정제마진이 증권사 추정치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추세적으로 마진이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환율로 환차손도 발생, 소비 침체 가능성도

고공행진 하는 환율도 문제다. 연초 1달러당 1311원이던 환율은 25일 기준 1374.5원으로 상승했다. 환율의 상승이 추가 운전자본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환차손도 발생할 전망이다. 환율이 약 100원 상승하면 발생하는 환차손은 약 1500억원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이 일어날 경우 소비가 침체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마진의 하락이 이어지는 수순이 된다.

정유업계에서 1분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적 개선을 달갑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고유가 상황에서 정유업계가 호실적을 낼 때마다 정치권에서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질적인 현금흐름 개선이 큰 폭으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의 영업이익에는 재고평가이익에 더해 자기자본비율과 부채의 가치에 변동을 주는 환차손·환차익이 반영돼 있다"며 "그보다는 순이익을 정유사의 손익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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