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다리는 SK이노베이션]'SK온' 발 재무부담 현 주소는②5조원 이상 현금흐름에도 잉여현금 마이너스…순차입금/EBITDA 4배 초과
정명섭 기자공개 2024-04-30 08:26:11
[편집자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을 키우고 있는 배터리 사업 이야기다. 공격적으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적자 터널의 끝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멈출 수는 없다. 배터리 사업에는 SK그룹 오너가의 의지가 담겨 있어 어떻게든 SK의 미래로 키워야 한다. 더벨은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배터리 사업 현황과 향후 전략 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부터 재무부담이 눈에 띄게 가중됐다. 배터리 사업이 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투자 지출을 계속하면서 차입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정유·화학 계열사들이 빚을 줄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요 재무지표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 조정 모니터링 기준에 다가섰다.◇30조원 넘어선 총차입금, 정유·화학 줄고 배터리 늘고
SK이노베이션의 작년 말 기준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30조535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3조3668억원 증가한 수치다. 반면 별도기준 총차입금은 2022년 말 2조3076억원에서 작년 말 1조7037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자회사들의 차입금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주요 자회사별 2022~2023년 총차입금 증감을 보면 △SK에너지 -9814억원 △SK인천석유화학 -1조1300억원 △SK엔무브 -589억원 △SK지오센트릭 -1065억원 등 정유·석유화학 계열사들은 줄었다.
반면 배터리 계열인 SK온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총차입금이 각각 5조8017억원, 3859억원 늘었다. SK온의 차입 증가 폭이 다른 계열사들의 축소분을 다 합친 것을 훌쩍넘어 SK이노베이션 연결 차입금 증가를 불러왔다.
차입금이 많더라도 현금창출력이 받쳐준다면 상환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양호한 이익을 거뒀음에도 워낙 자본적지출(CAPEX)이 커 잉여현금흐름이 수년째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작년 연결기준 EBITDA는 3조9338억원으로 이전 연도 이익 규모와 비교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자와 법인세 등으로 1조6558억원이 빠져나갔지만 1조1437억원 규모의 재고자산을 정리하고 '외상'인 매입채무를 2조230억원 늘려 영업현금흐름이 5조3679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잉여현금흐름은 -6조4409억원이었다. CAPEX로 11조4949억원이 빠져나간 영향이다. SK온의 작년 CAPEX 9조8048억원은 SK이노베이션 투자의 상당 부분이 배터리 부문에 집중됐다는 걸 보여준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외부 차입과 유상증자 등으로 6조3756억원을 조달해 투자 소요에 대응해야만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적극적인 자본 조달 활동으로 재무부담을 소폭 완화할 수 있었다. 2022년 말 40.4%였던 차입금의존도는 40.4%에서 38.8%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89.2%에서 169.3%로 내려갔다.
◇신용등급 하향 검토기준에 다다른 커버리지 지표...정유업 호조는 위안
SK이노베이션의 재무지표는 올해도 SK온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SK온이 아직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현금창출력이 올라오지 않은 탓이다. 지급보증 등으로 SK온 자금조달을 지원해야 한다는 부담도 여전하다. SK온이 자체 신용으로 외부조달을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예상 CAPEX 9조원 중 7조5000억원이 배터리 설비 확장 등에 주로 투입될 예정이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가 2021년에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내릴 당시 추가 하향 조정 기준으로 순차입금/EBITDA 4배 초과, 차입금의존도 40% 초과를 제시했다. 작년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의존도는 기준치를 넘지 않았으나 순차입금/EBITDA는 4.2배였다.
SK이노베이션이 신용등급을 올리려면 이를 2배까지 낮춰야 한다. 2025년 전까지는 배터리 부문 투자로 차입금 감축이 요원한 상황이라 당장은 EBITDA를 늘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
최근 정유업황 호조는 SK이노베이션에 반가운 소식이다. 올 들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정제마진이 올라 국내 정유사들의 호실적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에 정유, 윤활기유,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이 모두 개선돼 약 4000억원(증권가 컨센서스)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전분기 대비 4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SK온의 적자(약 3000억~4000억원 추정)를 반영한 전망치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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