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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포스코 승부수]'넘어야 할 산'…장인화식 구조조정은 어떻게③이전 회장들 때와 다른 상황…과감한 매각보단 재정비에 집중할 듯

이호준 기자공개 2024-05-02 10:24:43

[편집자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취임의 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다소 무거웠던 그의 말은 모태 사업과 신사업이 나란히 부진을 겪는 현재의 상황이 강하게 반영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의 말은 단순한 위기의식에 그치지 않았다. 취임 초기 불과 한 달도 안 돼 현장 경영과 자구책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소방수로 지휘봉을 잡은 상황. 더벨이 업황 부진에 맞서고 있는 포스코그룹의 전략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꺼낸 해법은 '재편'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비핵심 계열사와 노후화된 설비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포스코그룹이 가보지 않은 길은 아니다. 그동안 이전 회장들도 체질 개선을 위해 여러 번 메스를 꺼냈다. 그러나 그의 재편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건 그 강도다. 현재 실적 부진에 빠진 계열사 대부분이 해외 철강 생산법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재편'은 부실 계열사를 과감히 쳐내는 식의 구조조정보다 '재정비'에 가까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례로 보는 구조조정…'재무·생산성' 잡았다

'구조조정 행보'와 관련해 주로 회자되는 시기는 권오준 전 회장이 그룹을 이끌던 2015~2016년 이후다. 당시 업계는 중국발 철강 공급, 저가 철강재 공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2010년대 초반 30조원까지 나오던 포스코의 연간 매출은 2010년대 중반 들어 25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 1968년 포스코 창사 이래 처음 회장이 직접 나서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고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넘긴 데 이어 포스코LED와 포뉴텍 등을 과감히 매각했다. 철강 가공 유통 계열사였던 포스코P&S와 포스코AST는 '포스코대우'로 합쳤다.

지난 2015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기업설명회에서 경영위기 극복 5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체질 개선 성과는 괄목할 만했다. 일련의 내실 다지기 이후 포스코의 2016년 별도 부채비율은 16%로 설립 후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다. 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보유 현금성자산도 차입금보다 많은 '순차입금 마이너스' 상태를 달성했다.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룬 성과였다.

구조조정 작업은 차기 회장까지 이어졌다. 이번엔 팬데믹 위기가 덮쳤기 때문이다. CFO 출신인 최정우 전 회장은 본인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 비용 감축에 집중했다. 또한 포항 광명산단 내 페로실리콘 생산공장과 전남 해룡산단의 마그네슘 생산공장 등의 비주력 설비도 정리했다.

그 하이라이트는 '포항 1고로' 폐쇄였다. 포항 1고로는 국내 최초의 고로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지만 생산 효율화와 제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하게 폐쇄했다. 그 대신 '광양 3고로'는 스마트 고로로 개수했다. 광양 3고로는 내부 용적이 기존의 4600m³에서 5500m³로 확대돼 생산성도 25% 향상됐다.

◇이전과 다른 상황…일부 매각 및 재정비에 집중할 듯

포스코그룹의 경영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장인화 회장이 새로 키를 잡았지만 오히려 공급과잉과 경제 블록화 등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등장 환경이 유사한 전임자들과 유사한 궤적을 밟아 가는 모습이다.

취임하자마자 '비핵심 사업에 대한 구조 개편'을 예고한 이유다. 철강 본원과 거리가 멀 거나 실적 부진 계열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마포하이브로드파킹(건설업), 부산이앤이(폐기물 재활용) 등의 계열사나 손상차손을 인식 중인 태국 포스코타이녹스(POSCO Thainox) 등의 해외 법인이 꼽힌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앞줄 왼쪽 여덟째)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포항제철소 4고로 3차 개수 연와정초식이 진행됐다

컨퍼런스콜을 통해 설비 구조조정까지 시사했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철강 부문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노후화된 설비를 정리하고 현금을 확보한 다음, 그 돈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공정 단계에 적극 도입해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그 강도다. 현재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계열사 대부분은 포스코의 해외 철강 생산법인이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의 여파로 그룹 내에 수십 개의 부실 비철강 계열사가 있던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또한 현재 포스코가 '포항 4고로' 등의 대규모 노후 설비에 대해 폐쇄 없이 신예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장인화식 구조조정은 과감한 정리보단 소규모 매각 및 재정비에 초점이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미래 경쟁력을 따져본 뒤 비핵심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고로 폐쇄 시점과 관련 있는 논의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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