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글로벌 은행업 도전기]김승연 회장의 못다 이룬 꿈…30년 만의 결실①그리스·헝가리·말레이 등 꾸준히 문 두드려…규제 풀리자 인니 노부은행 인수 결단
김영은 기자공개 2024-05-07 12:47:48
[편집자주]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보험업에 이어 은행업에 진출하며 현지 시장의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화그룹 오너가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다. 한화생명이 은행업 진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글로벌 금융그룹을 지향하는 한화생명의 현주소와 시사점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2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 은행 지분 인수 발표 다음 날인 지난 4월 25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63빌딩을 방문했다. 이날 김 회장은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CGO)을 비롯 한화의 금융계열사 임직원 200여명과 만남을 가졌다. 김 회장은 이번 성과를 두고 "한계와 경계를 뛰어넘는 '그레이트 챌린저'로서의 모범 사례"라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한화생명의 은행업 진출은 김 회장에게 그 의미가 남다르다. 김 회장은 한화그룹이 한국화약그룹이던 시절부터 해외 은행을 인수하며 금융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한화그룹은 현재 국내는 물론 해외 진출을 통해 은행·보험·증권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화생명 인수 전부터 해외 진출…헝가리 은행은 17년 경영
한화그룹이 은행업 진출을 꿈 꾼 건 1990년대부터다. 1993년 그리스 정부의 민영화 사업 일환으로 매물로 나왔던 ‘아테네은행’의 인수가 시작이었다. 김 회장이 직접 은행 회장직을 겸하며 관심을 기울였으나 1998년 IMF 위기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지자 재매각했다.
1996년에는 헝가리의 ‘엥도수에즈 부다페스트 은행’을 인수해 동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삼았다. ‘한화 뱅크 헝가리’로 사명을 바꿔 기업ㆍ개인 대상으로 여수신 업무와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중심 투자은행 업무 등을 영위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유럽경제가 침체돼 적자 실적이 이어졌다. 17년간 경영을 이어왔지만 결국 2013년 헝가리 제조업체에 매각을 단행했다.
그사이 한화그룹은 국내에서도 금융업의 비중을 늘려갔다. 김 회장은 2002년 부실금융회사였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인수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경영에 매진해 6년만에 누적 손실을 털어내고 견실한 생보사로 성장시켰다.
김 회장은 재정비한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다시 은행업 진출에 나섰다. 이번엔 동남아 시장으로 타겟을 변경했다. 이번에는 지분 인수가 아닌 말레이시아에 은행을 신규 설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말레이시아 현지 정부와 긍정적인 논의가 오갔지만 국내 금산분리 원칙이 발목을 잡았다.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4% 이내로만 소유할 수 있다는 금산분리 법이 당시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은행 인수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한화생명은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한화그룹이었던 탓에 규제 대상이 됐다.
또한 금융업권별 고유 업무를 지정해 둔 '전업주의' 또한 장벽으로 존재했다. 보험업법 제115조 2항에 따르면 보험사의 대주주가 비금융주력자인 경우 은행을 자회사로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화생명은 2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규제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은행 설립을 중단해야 했다.
◇비은행 금융사 최초 해외 은행업 진출
지난해 금융당국의 겸업 규제가 완화되자 다시 은행업 도전을 향한 길이 열렸다. 2023년 7월 금융위는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금융사의 해외 자회사 소유 범위를 대폭 확대해 보험사가 해외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했다. 현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겸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화생명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이번 타겟은 인도네시아였다. 현지에서 손보사와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며 우호적 관계를 쌓아오던 리포그룹과 또 한번 손을 잡았다. 긴밀한 협의 끝에 그룹 산하 금융사인 노부은행의 지분 40%를 인수하는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한화생명의 은행업 진출은 그룹 차원에서 오랜 기간 목표 삼았던 숙원사업을 이뤘다는 점에서 뜻깊은 동시에 비은행 금융사 최초 은행업 진출이라는 점에서도 유의미한 행보다. 이번 은행업 인수가 확정되면 한화생명은 보험사 최초로 은행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그룹의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우리투자증권의 부활]그룹 황태자로 키울까…우리지주 '추가출자' 불가피
- [금융지주 CEO 책임경영 진단]진옥동 회장, 글로벌·자본시장 '톱 레벨' 기반 구축 경과는
- [보험사 지급여력 돋보기]DB손보, 줄어든 '보험위험'에 버퍼 확보
- 한화생명, 제도 강화에 킥스비율 하락…연 목표 하향
- BNK캐피탈, 라오스 MFI법인 운영자금 수혈 나서
- [보험사 해외사업 점검]현대해상, 베트남 법인 가파른 성장에 지분 확대 '시동'
- [금융지주 CEO 책임경영 진단]진옥동 회장의 '자사주 사랑'…평가액 '9억' 4대 금융 최대
- 대구은행, 제7 시중은행으로…내부통제 개선 노력 인정
- 국민은행 펀드서비스 독립 코앞…분할 작업 분주
- [PB센터 풍향계]한국증권 GWM, 본사 주도 전략 강화
김영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한화생명, 제도 강화에 킥스비율 하락…연 목표 하향
- [보험사 해외사업 점검]현대해상, 베트남 법인 가파른 성장에 지분 확대 '시동'
- 케이뱅크, 숨고르기 끝났나…IPO 앞두고 최대 실적
- [한화생명 글로벌 은행업 도전기]규제 리스크·경쟁 치열한 인니 시장…성공 여부 '글쎄'
- [컨콜 Q&A 리뷰]한화생명, 신계약 CSM 하락에 오고간 날선 질문
- 카카오뱅크, 지방은행 잡았지만…수익다각화 필요
- [한화생명 글로벌 은행업 도전기]시중은행과 다른 길 걷는다…한국계 한계 넘을까
- 신사업 말 아낀 카카오뱅크 CEO, DT 언급 그친 CTO
-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 “내년까지 지주사 전환 목표”
- [컨콜 Q&A 리뷰]카카오뱅크, 역대급 순익에도 NIM 하락에 쏠린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