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초대석]서울시 "비전펀드 GP, 신속 투자 가능한 지원사 주목"810억 출자사업 1차 심의 돌입…강진용 창업정책과장 "정책 목적 이해 필요"
이기정 기자공개 2024-05-16 08:44:23
[편집자주]
벤처투자 시장에서 출자자(Limited Partner) 동향은 초미의 관심사다. 펀드 결성과 투자, 회수라는 사이클 속에서 벤처캐피탈(VC)이 가장 먼저 떼야 하는 첫발은 펀딩이다. LP는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VC는 숙명적으로 LP 전략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펀딩 및 투자 전략을 짠다. 더벨이 주요 LP의 출자 계획 및 방향성과 관련된 목소리를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10: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금리 여파로 위축된 벤처캐피탈(VC)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예년 대비 빠르게 출자사업을 시작했다. 출자 규모를 늘렸을 뿐 아니라 시장 트렌드에 맞게 출자 분야도 변화를 줬다.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는 하우스들이 발 빠른 투자 집행으로 스타트업들의 데스밸리 극복에 도움을 주기를 희망한다."강진용 서울시 경제정책실 창업정책과장(사진)은 지난 10일 더벨과 만나 올해 출자사업에서 지원사들이 빠른 투자가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눈 여겨보겠다고 강조했다. 유망 스타트업들의 성장세가 꺾이지 않도록 투자에 속도를 내는 하우스를 주목하겠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2022년 ‘서울 Vision 2030 펀드(이하 비전펀드)’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부터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총 5조원 규모의 자펀드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올해 출자 규모는 810억원으로 지난주 접수를 마치고 오는 16일부터 1차 서면 심사를 시작한다.
◇매년 수백억 '큰손' 출자자 급부상…1조1750억 자펀드 결성 목표
서울시는 VC업계에서 '큰손' 출자자(LP)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년 수백억원 규모 자체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추가로 유관 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SBA)이 기존 진행하던 출자사업 규모를 고려하면 여타 출자자 대비 규모가 상당하다. SBA는 서울시가 전반적인 출자 방향과 정책을 수립하면 펀드 업무집행조합원 및 데이터 관리 등 세부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투자 냉각기 속 혁신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로 출자사업에 나서고 있다. 강 과장은 "고금리 기조로 3년 연속 벤처펀드 결성액과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래산업 스타트업 육성 체계를 다지고자 한다"며 "특히 서울시 소재 혁신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비전펀드 출자사업은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첫해 △스케일업 글로벌(출자액 100억원) △첫걸음 동행(100억원) △디지털대전환(100억원) △창업지원 일반(60억원) △문화콘텐츠(100억원) △바이오(100억원) 등 6개 분야에서 560억원을 출자해 1조3329억원 규모 자펀드를 조성했다.
올해는 규모를 늘려 810억원을 출자해 1조1750억원 규모 자펀드 결성을 계획하고 있다. 출자 분야는 △디지털대전환(150억원) △바이오(100억원) △첨단제조(150억원) △창조산업(150억원) △첫걸음동행(60억원) △스케일업(200억원) 등 6개다. 자펀드 목표액을 고려한 출자비율은 약 7% 수준이다.
강 과장은 "경제 환경 변화와 신산업 기술 트렌드 등을 고려해 출자 분야를 다소 조정했다"며 "출자 시기도 지난해보다 앞당겨 VC들의 펀드 결성과 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적기에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출자 분야에서는 문화콘텐츠, 첨단제조,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정책 LP 매칭 출자 적격…'제조업·문화콘텐츠' 투자 방점
비전펀드 출자사업은 정책 LP 출자사업 GP가 매칭 출자를 받는데 매력적이다. 출자액을 한 곳에 몰아주지 않고 여러 하우스에 분산 지원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20곳 이상이 서울시에서 출자를 받았다. 올해는 출자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에 더 많은 하우스에서 출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적 투자도 까다롭지 않다. 서울시 출자액의 2~3배가량을 서울 소재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된다. 서울시는 다른 지역보다 스타트업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달성하기 어렵지 않은 조건이다. 추가로 출자 분야가 업종, 투자단계별로 다양해 지원사들은 목적에 맞는 출자사업을 찾기 수월하다.
특이점은 일부 분야에서 서울시 창업지원시설 내 창조산업 관련 입주·졸업 기업에 시 출자액의 30% 이상을 투자해야 된다는 점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창업을 지원한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고 VC는 스타트업 발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 과장은 "다양한 업종의 서울시 소재 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에는 제조업과, 뷰티·패션 등을 아우르는 문화콘텐츠 자펀드 결성에 주력하고 있다"며 "또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초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엔젤투자 성격의 펀드를 신설했다"고 말했다.
◇"유망기업 발굴뿐 아니라 밸류업 역량 중요"
비전펀드 출자사업은 지난달 24일 공고를 시작으로 지난 10일 접수를 마감했다. 이어 노는 16일부터 1차 서면심사를 진행하고 23일부터 2차 대면심사에 나선다. 최종 결과는 다음달 6일 발표할 예정이다. GP는 서울시는 펀드 운영위원회를 통해 선정한다. 심사에서는 안정성과 수익성, 사회적가치 실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구체적으로 1차 심사에서 운용계획의 적절성(35점), 운용팀 구성 전문성(45점), 운용사 안정성(20점)을 평가한다. 가산점은 10점으로 공통 우대사항과 개별 우대사항으로 구분된다. 공통 우대사항으로는 정책 LP 출자여부(2점), LP 확약비율(4점)이 있고 개별 우대사항에서는 주목적투자 조건 부합여부와 펀드 규모 확대 가능성 등에 추가 점수를 주고 있다.
강 과장은 "올해 첨단제조, 디지털대전환, 첫걸음동행, 스케일업 분야에서 최근 3년간 서울시 창업 관련 정책사업에 참여한 하우스에 가점 1점을 부여한다"며 "출자사업뿐 아니라 VC들이 지속적으로 정책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벤처투자 혹한기 극복을 위해 신속한 투자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원사들에게 투자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인지해달라고 당부했다. 강 과장은 "기업 발굴과 사후관리가 잘 병행되는 것이 LP가 GP를 신뢰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특히 서울시 같은 공공 출자기관이 출자사업에 나서는 정책적 목적을 이해하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서울시 창업 기관과 협업을 늘리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실무진 사이에서는 시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하우스들이 인기가 많다. 김고은 서울시 창업정책과 주무관은 "창업 프로그램에서 VC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곳을 더 선호하게 될 수 밖에 없다"며 "사후관리 과정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간LP 회복 기대, 한정된 재원 적기 투입 위해 노력
서울시 출자를 받아 VC가 투자한 기업 중 의미있는 사례로는 요양보호사 매칭 서비스 제공 업체 '케어링'과 외화 환전 및 선불 결제 서비스 기업 '트래블월렛', 폐 질환 진단 의료기기 개발 업체 '코어라인소프트'를 꼽았다.
먼저 케어링은 고용 증대로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케어링은 서울시 출자를 받아 결성된 자펀드로 163억원을 투자받은 기업이다. 2021년 첫 투자를 시작할 당시 연간 고용 인력이 41명이었는데 지난해 154명으로 3.7배 증가했다.
트래블월렛은 가파른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펀드 투자액은 약 7억원이다. 회사는 2022년 26억원에서 지난해 230억원으로 매출이 약 8.8배 증가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약 15억원의 투자를 받아 지난해 9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서울시는 GP들에게 투자 혹한기에도 안정적으로 출자사업을 진행하는 LP로 인식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기조를 바꾸는 LP가 아닌 어려운 상황일수록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공공 LP가 되겠다는 목표다.
강 과장은 "정부가 벤처 생태계 회복을 위해 출자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민간LP도 점차 펀드 출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울시는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필요 기업에 자금이 적기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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