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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내믹스 사족로봇개 "믿을만하네" SK 공장 실제 적용, 스팟 '상용화 사례' 수집…해외까지 발 넓히는 현대차그룹

박완준 기자공개 2024-06-14 08:29:09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2일 1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봇은 미래 첨단 기술로 분류된다. 보편적으로 공급된 스마트폰 달리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도입되는 등 상용화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특히 상용화 전 초기 도입 단계는 아직 공장에서만 이뤄져 일상과 거리가 멀다.

로봇은 신뢰성과 적용 사례가 상용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분야다. 국내 산업계는 로봇을 공장에 선제적으로 도입해 성공적인 상용화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봇 사업을 육성 중인 현대차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에 로봇개 '스팟'을 공급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상용화 사례 수집…현대차-SK, 협력의 징표는 '스팟'

SK의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공장에는 2022년부터 로봇개가 돌아다니고 있다. 평범한 사람은 로봇개를 신기하게 보는 데 생각이 그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에 위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
SK이노베이션 울산CLX 내에서 활동하는 로봇개 하단에는 가스 감지기와 30배까지 줌이 가능한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됐다. 로봇개는 생산 공장을 돌아다니며 폭발성을 감지하거나, 이상 온도가 발견될 시 조정실에 즉각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도입된 로봇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제품으로, 하루 6번 공장을 점검할 수 있으며 1회당 40~50분가량 돌아다닌다.

스팟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이다.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데이터 수집 및 검사 업무를 수행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지분 80%를 인수한 곳이다. 현대차가 30%(약 3736억원), 현대모비스가 20%(약 2490억원), 정의선 회장이 20%(약 2490억원), 현대글로비스가 10%(약 1245억원)를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은 스팟 알리기에 공을 들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인수 초기 부분 자본잠식에 빠져, 시장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로봇 기업이었다. 이에 정의선 회장은 인수 직후 2022 CES에서 스팟과 함께 단상에 오르는 등 홍보에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당시 국내는 법 규정이 없어 연구 목적으로만 반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과 손잡고 스팟을 공장에서 시범 운영하는 등 상용화 사례를 만든 후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꾀했다. 연결과 연동을 위한 인프라, 그리고 표준화로 서비스 간극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SK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SK는 대당 1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스팟을 현대차그룹과 SK의 '협력 징표'로 볼 수 있다는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다.

임상덕 한국로봇산업협회 정책팀장은 "현대차그룹이 스팟을 상용화하기 전 SK에 납품해 검증 단계를 거친 부분은 다른 기업에 납품할 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실증 과정을 거쳐 효율성 부문을 수치화한 자료로 객관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울타리 넘어 해외까지…로봇 사업 '본격화'

현대차그룹은 로봇 사업을 키우기 위해 국내를 넘어 외부 업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증 단계에서 얻은 자료를 활용해 납품 이력을 늘리는 모습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때 약속한 현지 IPO 목표 시한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스팟을 BMW그룹의 영국 햄스 홀 공장에 납품한다. 각종 센서를 활용해 공장 구석구석을 순찰해 유지 보수를 지원하는 한편 공장과 똑같은 환경을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가상 모형)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앞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사무소를 열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럽 고객들에게 로봇 판매와 서비스, 그리고 현장 응용 엔지니어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오토 그룹과 바스프, 함부르크 항만청 등이 고객사로 꼽힌다.
[사진=뉴시스] 현대차 공장에 투입될 예정인 미국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제공) 2024.06.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현대차 공장에 투입될 예정인 미국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새로운 전기 구동 방식을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무게가 무겁고 소음이 큰 유압식 대신 전동식을 탑재해 가격과 원가가 모두 낮아졌다. 원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율도 늘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5월 말 기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율을 85%까지 늘렸다. 2021년 1조원을 투자해 지분 80%를 인수한 지 3년 만에 지분율을 5%포인트 추가로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내년 6월 나스닥 상장을 약속한 바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최근 신제품 발표 및 스팟 상용화를 공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기업 가치 평가액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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