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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온 투자자' 하나증권PE-KDB인베, 풋옵션 행사한다 1년전 시리즈A 라운드 참여, 다른 FI들 영향 여부 '주목'

김예린 기자/ 김지효 기자공개 2024-07-08 08:08:16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5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을 추진 중인 가운데 사피온 기투자자인 하나증권PE와 KDB인베스트먼트(이하 KDB인베)가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PE와 KDB인베가 사피온이 리벨리온과 합병을 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하나증권PE와 KDB인베는 지난해 8월 사피온이 진행한 600억원 규모 시리즈A 라운드에 참여하며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 재원은 양사가 2022년 공동운용(Co-GP) 형태로 설립한 40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 ‘케이디비아이하나사업재편밸류업사모투자 합자회사’를 활용해 마련했다.

하나증권은 자기자본으로도 별도로 수십억원을 베팅했다. 합병 시 하나증권PE와 KDB인베만 풋옵션을 행사하고 자기자본으로 들어간 하나증권 투자금은 IPO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계약 조건상 올해가 지나야 풋옵션 행사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기투자자들은 풋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합병 추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관망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시리즈A 라운드의 리딩 투자자는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였다. 하나증권PE와 KDB인베를 비롯해 대보정보통신, 하나금융그룹, 미래에셋벤처투자-위벤처스, E1도 일부 참여했다.

사피온이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 방식으로 투자 받은 탓에 하나증권PE와 KDB인베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컨버터블 노트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금을 지급한 뒤 미래에 전환권을 행사해 계약서상 약정된 기간 내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일반적인 채권과 마찬가지로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을 수 있는 투자방법을 말한다. 일반적인 전환사채와 투자 구조를 유사하지만 계약시점에 전환가격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피온이 리벨리온과 합병할 경우 양사의 투자자 및 주주들은 합병법인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리벨리온이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RCPS 형태로 투자받았기 때문이다. 통상 컨버터블 노트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FI들은 후속 투자 라운드에서 피투자기업이 투자받게 되는 형태의 주식으로 가져간다. 하지만 사피온은 리벨리온과의 합병 추진으로 펀딩이 무산된 상황이어서 자연스럽게 리벨리온이 기존 발행한 주식 형태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PE와 KDB인베는 컨버터블 노트가 합병법인의 RCPS로 전환될 경우 하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우려 아래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컨버터블 노트나 RCPS 모두 상환권은 존재하지만 성격이 다르다. 컨버터블 노트는 피투자기업이 배당가능이익이 없다고 하더라도 풋옵션 행사를 통해 의무적으로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이 돈을 못 벌어도 신규 펀딩 등을 통해 최우선적으로 컨버터블 노트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이와 달리 RCPS는 상환이 어려운 주식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이 배당가능이익만 상환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일방적으로 청구할 수 없다. 기업에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면 상환이 불가능한 구조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R&D에 막대한 비용을 쓴 탓에 적자를 내고 있어 RCPS 투자자들은 합병법인의 IPO 이전까지는 투자금 상환이 쉽지 않다. 하나증권PE와 KDB인베는 합병법인이 증시에 입성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풋옵션 행사를 통해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PE와 KDB인베의 풋옵션 행사는 다른 사피온 기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사의 합병이 추후 IPO 흥행에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하방 안정성이 떨어지는 형태로 투자 조건이 바뀌기 때문에 FI들의 의견은 물론 사피온 투자를 위해 설립한 펀드 출자자(LP)들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사피온 투자자들의 셈법은 간단하다. IPO를 통해 더 높은 엑시트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면 합병법인 주식을 받으면 되고, 원금과 이자라도 빠르게 회수하고 싶다면 양사 합병 유무가 결정되는 대로 풋옵션을 행사하면 된다.

합병과 관련해서는 사피온 투자자뿐 아니라 리벨리온 주주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피온 최대주주인 SKT가 제시한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비율은 2대 1이다. 최종 투자유치 결과 인정받은 밸류로 산정한 잠정 결과인데, 양사 투자자 및 주주들 사이에서 합병비율 산정 기준과 방식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FI들이 반대하더라도 합병을 강행할 수는 있다.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투자금을 돌려주면 된다. 양사는 아직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며, 존속법인으로는 사피온코리아가 남기로 결정했다.

SKT 관계자는 "양사는 합병 조건 및 방식 등에 대해 원만히 협의 중이며 합병 후 통합을 위해 양사 실무자간 논의도 지속하고 있다"며 "발표한 일정에 맞춰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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