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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 가처분 기각에도 법적 싸움 예고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준비…주주가치 위배 가능성 지적

윤준영 기자공개 2024-10-04 07:27:41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법원에 신청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기각 결과에도 양측간 법적 싸움 가능성은 여전하다. 과거 미국 등의 사례를 볼 때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을 둘러싸고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다수 제기됐었다.

2일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이날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를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고려아연이 '특별관계자'에 해당해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했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이사회 결의를 공개매수 기간 내 할 수 없다는 법적 규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법원은 고려아연을 영풍의 특별관계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이 끝나기 전에 자사주 매입 가격을 밝힌 점 등을 감안하면 양측간 법적 분쟁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회사 내부 자금을 활용해 80만원대에 자사주를 공개매수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현재 공개매수 가격보다 자사주를 더 비싸게 사겠다고 미리 알린다면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시세 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가격을 75만원으로 올렸는데, 공개매수 종료일에 가까운 시점에 고려아연이 주당 80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고려아연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여지를 줬다는 분석이다.

이는 결국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주가 변동이 심해지며 고려아연 일반 주주 및 기관투자자들이 이 과정에서 손실을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자사주 매입 재원이 회사 자금으로 마련될 경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최윤범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돈이 활용된다는 차원에서 배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가 많았던 1980년대를 기점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까다로운 당국의 시선이 개입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사주 매입 활동이 시장 조작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일반 주주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다.

실제로 1980년대 미국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약 315억 달러(한화 약 33조5000억원)에 담배와 식품 대기업 RJR나비스코 인수 당시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논란이 많았다. 당시 RJR나비스코는 KKR에 대항하기 위해 약 5억 달러(한화 약 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시 여러 언론 및 투자기관들은 해당 행위가 주식 시장에서 정상적인 가격 형성을 방해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해당 행위가 경영권 방어에 초점을 맞추고 일반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 판례가 한국 법원에서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 법원이나 법률 전문가들이 이를 연구하고 참고자료로 쓰는 경우는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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